청양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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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선글라스를 쓴 그녀와 그저 한번 쳐다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내가 앉은 의자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 창가에 앉았다. 잠시 모자를 벗어 머리를 정리 한 뒤 다시 모자를 쓰는 그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물에 젖은 옷과 몸을 닦는다. 버스가 출발한다. 곧 기사의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우린 들은 척도 안했다. 뒤로 기대어 앉은 채로 그녀는 창밖풍경을 보고 있다. 난 여전히 그대로 앉아 얼굴 만 돌린 채 그녀를 관찰하고 있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징징~~’ 내 핸드폰이 울린다. 카톡이 왔다. : 언제 탔어? 난 조금 늦었어. 솔직히 망설였거든. : 1시 조금 넘어서. 나도 망설였어. : 비가 오네. 그것도 많이 내릴 것 같아. : 난 비오는 날 차타고 음악듣는거 좋아해. : 나도. 그래서 조금 망설였지만, 버스를 탔어. : 비 많이 맞았어? : 어, 조금. 근데 괜찮아. : 춥지 않아? 에어컨 바람을 좀 줄여. : 어, 그래야겠다. : 사진보다 예쁘네. 피부도 입술도 손가락도 발가락도. : 왜 그래. 간지럽게. : 선글라스 벗지 마. : 왜? 얼굴 못생겼을까봐? : 응. : 죽인다. 너. : 농담이야.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더 예쁘다. : 목숨만은 살려주마.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떨어져 앉아 톡으로 대화를 주고받기로 했다. 어색함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원래 버스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도 그래서 이다. 그녀와 나는 한 달 전 인터넷 성 관련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즐긴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리고 조회 수와 댓글 놀이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싸구려 작가를 흉내 낸 그저 한 한심한 작자. 그녀는 그런 나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던 고마운 열성팬 같은 모르는 여자회원 이었다. 나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달고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쪽지가 날아왔다. ‘ 맞춤법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내용이 조금 억지스러워요. 수정해주세요.’ ‘이런 개 썅...’ 그냥 읽으면 그만이지 뭐 이런걸 다 지적질 하고 있어‘ 라는 생각을 갖게 된 순간이 그녀와의 첫 대화였다. 그 이후로도 계속 그녀의 맞춤법 검사와 사전검열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가까워짐을 알게 된 순간. ‘오해 말아줘. 나 유부남이야. 선을 긋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알아요. 글 내용 중에 언 듯 비추던걸요.’ ‘그럼 다행이네. 미리 말 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 ‘뭐 어때요. 온라인상의 인연일 뿐인데.’ ‘나 한심해 보이지? 이렇게 맨날 섹스 하는 글이나 올리고 있고.’ ‘그럼 그 글을 읽고 반응하고 댓글 다는 사람들 전부 그렇게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누구나 다 같은 거 아닐까요. 그저 온라인상에서의 욕구에 대한 배출인데’ 그렇게 많은 쪽지를 주고받으며, 때론 위로가 되기도 했고, 때론 즐거움을 주는 사이가 되어갔다. ‘나 요즘 배설욕구충만.’ ‘나도 그래요. 배란기 인가 봐요. 근데 왜 글 안 써요?’ ‘바닥이 드러난 거지.’ ‘이야기 소재를 찾아봐요.’ ‘뭐 딱히 생각 나는 게 없네.’ ‘같이 찾아 볼 까요?’ ‘어떻게?’ ‘지난번에 버스 이야기에서 생각해 본건데요. 우리 버스 타요.’ ‘버스? 시내버스에서 뭘 어째.’ ‘아뇨. 다른 버스.’ 그렇게 지금의 이 버스 이야기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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