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파나마 게이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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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후텁지근했다. 아메리카노와는 담쌓고 지내던 나조차도 아메리카노가 너무나 간절해지는 오후 1시였다. 이런 날은 그냥 집에 있을걸.. 하고 후회하던 찰나 '에라 모르겠다.' 하며 바로 평소에는 가지 않던, 그저 눈 앞에 있던 그 곳으로 들어갔다. 분명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었는데, 오래 공부하다보면 닭살이 돋을 것만 같은 차가운 공기였다. 그래서 그만 [파나마 게이샤 한 잔이요!] 이라고 말해버렸다. 그 것이 그와의 첫 만남. 그는 내 주문을 받고는 총총 커피를 내리러 갔다. 자리에 앉아있어도 됐지만 그의 움직임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이렇게 섹시했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섬세해보였다.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은 남자의 손이라기 보다는 고운 여자의 손 같아보였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쯤 진동벨이 울렸다. [우리 얘기 좀 할래요?] 생각이 뇌를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내뱉어졌다. '이게 무슨 진상짓이냐... 나도 미쳤다.' 라는 생각보다는, 만약 이 사람이 그래요! 라고 대답한다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 지 걱정부터 앞섰다. [아.. 보시다시피 지금 시간에 일하는 직원이 저 밖에 없어서요.. 음..........]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냅킨에 11자리 숫자를 적어주었다. [여기로 연락주세요!] 웃으면서 냅킨을 건네주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와 맞는 점들이 많았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웹툰을 보고 있었고, 나와 같은 종류의 피규어를 모으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삶들을 살아왔고, 행복한 집안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바르게 자라온 것 같았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온 그의 이력들이 꽤 매력적이었다. 카톡을 주고받은지 일주일 쯤 지났을까. 저녁을 함께하자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석에서 본 그는 그 날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꽤 당돌하게 번호를 주었던 그 날의 그와는 달리 오늘의 그는 굉장히 수줍어보였다. 대화를 하면서 가끔 눈도 못마주칠 정도로 쑥맥이었다. 그와는 달리 나는 그의 눈, 코, 입, 손가락 한 곳 놓칠세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외꺼풀 안의 부드러운 눈빛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말하면서 조금씩 떨리는 입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 날의 그 분주하던 손은 가까이서 보니 어떠한 느낌인지, 나의 시각으로 그를 범하고 있었다. ==================================================================================== 역시 소설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새벽에 써야 제맛인데 제가 장기 출장 중인 관계로 오늘은 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쓰고 있네요 ㅋㅋ 집에서 쓰려니까 엄마가 계속 뭐하냐고 여쭤보셔서 이 정도로 끝내는 점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ㅠ^ㅠ 저의 소소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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