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라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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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만든 '시요일' 이란 앱이 있습니다.
매일 시 한편을 보내주는데요. 얼마 전에 본 '내꺼'라는 시가 생각나 몇자 적어봅니다. 연애를 하게되면 장난반 진지 반 "자기 누구꺼?" "내꺼~" 이런식의 닭살 짓들을 스스럼없이 하게되는데요. 이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특히 여성분들. 페미니스트라면 더더욱 예민한 말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시인은,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 노동"이 싫어서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이야 천만 번 못할까 이렇게 사랑하는데, 하지만 말하지 않겠다"고 하죠. 그 이유는 아래 첨부한 시 전문을 보시구요~ 저는 사랑하면 독점하고 싶고, 또 독점당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시인이 이런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참 울림이 있네요. 내가 당신꺼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어찌 당신을 내가 소유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해요. 지금 사랑하는 파트너가 있는 분들은 같이 한번 얘기해 보세요. 나는 너의 소유인가. 너는 나의 소유인가. 그런 표현이 담백한 사랑한다는 표현보다 더 만족감 주는가....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 ============================ 김선우의 시 <내꺼> 젊은 여자 개그맨이 TV에서 연애시절 받은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니꺼가' 세 음절의 그 말을 힘주어 읽은 후 어깨를 편다. 젊은 남자 가수가 노래를 한다 밥을 먹다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멍해진다 '내꺼 중에 최고'가 노래 제목이다 내꺼 중에 최고...... 보채는 당신에게 나는 끝내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 노동. 그게 싫어, 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당신꺼' 라고 편안히 말해 줄 수도 있을텐데 여인을 업어 강 건네준 후 여인을 잊는 구도자의 자유자재처럼 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 번 못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 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 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늘도 다만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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