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장례식에 갔다왔습니다.  
0
풍랑 조회수 : 2690 좋아요 : 0 클리핑 : 0
요 몇일은 바쁜 일도 없었는데 뜸했던 이유입니다.


주말에 휴가를 다녀오고 출근하자마자
학과 동기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더군요.
친구가 안좋은 일이 있었고 장례식은 어디서 한다고.

솔직히 실감이 안났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장례식장 들어가기 전까지 2일이라는 시간 동안
슬픔이라는 감정이 그리 크지 않았던 건
그 실감이 부족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식장에 들어가자마자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는 병사,
부산하게 움직이는 부대 동료들,
분향소에 들어서니
완전히 기력을 소진하신 유가족분들.

그리고 영정.

그제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분향을 하고 잠시 후에 다른 친구들이 왔습니다.
쾌활한 성격의 친구들이고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역시 다들 밝은 표정은 아니더군요.

아버님이 그 친구를 기다리고 계셨었습니다.
원래 그 친구와 친하기도 했고,
친구가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시려고.

원인은 고인의 명예도 있고 하니
뉴스를 참고하시라는 말씀밖에는 못드리지만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걸 택하지 않았을 이유라서...
하지만 저를 포함한 친구들이 얘기한 건
"그 친구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다."였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여린 친구라서
자기 혼자 이틀 사흘동안을 전전긍긍하다가
친구들에게는 "고맙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그렇게 갔더군요.


밥은 도저히 먹기 힘들었고
그래도 친구가 가기 전에 주는 마지막 술이라도 마시자
하는 생각에 술만 다섯병을 마셨습니다.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도 피우고....

그렇게 몇시간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려는데
"그래 조심히 들어가. 우리 00이가 좋아하는 친구들...
우리 00이..."
라고 말씀하시더니 오열하시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슬픈 장면을 본 사람이
그 자리를 떠서 화장실 같은 곳에 가서 우는 게
좀 어색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제가 그렇게 되더군요.

가족들 있는데서 소리내서 울면 안된다는 생각에
진짜로 도망치듯이 빠져나와서 화장실로 가서
물 틀어놓고 울고 얼굴 닦고...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나 자신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혼자 고민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과
일방적으로 대화가능성을 닫지 말자는 겁니다.

이유를 알고 허무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친구가 미울 정도였습니다.

한달도 안된 최근에도 같이 만나서
웃고 떠들면서 놀았던 친구들을
앞으로 몇십년 동안을
참담함 속에 살아야할 가족들을 생각했다면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했던
친구들의 전화만 받았더라면


그 친구에 대해서는 이제사 다 쓸데없는 얘기지만
다음에는 반가운 사람들과
꼭 웃으면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되새겨봅니다.


긴 글 읽어주시거나 스크롤 내리시느라 수고끼쳐드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제 친구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풍랑
헿...헤헿...헤헿... 에헤헤헿....
http://www.redholics.com/red_board/view.php?bbs_code=talk13&bd_num=81344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쓰리맘 2017-08-05 01:28:56
저도 올 봄에 절친을 보내 주었어요 장례식장도  못 가서 마음 한 구석이 텅비워 있었는데 그 마음 알죠
풍랑/ 감사합니다. 아.... 최근에 이런 일이 유독 많았던 걸까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Sasha 2017-08-04 23:17:18
친구분의 명복을 빌어요
풍랑/ 감사합니다.
emptyfilling 2017-08-04 18:33:2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록 글이지만 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글뿐이라도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제 친구도 많은 분들의 관심을 보면서 어딘가에서 위로받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꺄르르- 2017-08-04 15:27:14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참 안타깝네요.. 남으신분들이 힘드시겠어요 ㅠㅠㅠ
풍랑/ 감사합니다. 친구들이야 그저 슬픔이지만 가족들에게는 엄청난 상실감이겠죠... 너무 안타깝습니다...
레몬그라스 2017-08-04 15:25:52
그곳에서는 맘도 몸도 편하시길 바래봅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그럴 수 있겠죠...?
우럭사랑 2017-08-04 14:53:49
아이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풍랑/ 감사합니다.
윤슬님 2017-08-04 14:31:07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체리샤스 2017-08-04 14:22:1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체리샤스/ 힘내세요... ㅌㄷㅌㄷ
Master-J 2017-08-04 14:17:0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쿠키25 2017-08-04 14:02:05
삼가 고인의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바다가들린다 2017-08-04 13:57:3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르네 2017-08-04 13:35:3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아슬아슬 2017-08-04 13:32:40
▶◀
풍랑/ 감사합니다.
핑크요힘베 2017-08-04 13:27:5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라라라플레이 2017-08-04 13:26:51
저도 얼마전 친구를  보낸적이 있어요ㅜ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풍랑/ 감사합니다.
풍랑/ 친구분도 꼭 좋은 곳으로 가셨길 빌게요.
1 2


Total : 37016 (1/185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레드홀릭스 개편 안내 [1] 섹시고니 2024-06-18 2662
[공지] 카카오 오픈 단톡방 운영을 시작합니다. (22년2월25일 업데이.. [445] 레드홀릭스 2017-11-05 229671
[공지] (공지) 레드홀릭스 이용 가이드라인 (2021.12.20 업데이트).. [373] 섹시고니 2015-01-16 342819
37013 무제 [1] new 사비나 2024-12-13 22
37012 미리 크리스마스 ~ [12] new 밤소녀 2024-12-13 493
37011 수채화같은 소감이며 한편의 산문시입니다 [4] new lately 2024-12-13 649
37010 그저 신의 물건.. new tailless_sna 2024-12-13 576
37009 공동구매 마감되었습니다. new 레드홀릭스 2024-12-12 469
37008 장갑하나만 사주세요 [4] new 오일마사지 2024-12-12 668
37007 내 생에 꼴릿했던 순간들 [4] new Kaplan 2024-12-12 866
37006 항문 자위를 시작했어요 [2] new 그분 2024-12-12 1222
37005 내 모든걸 보여줄수있는 분 계셨으면좋겠다.. [1] new 인천서구92 2024-12-11 741
37004 변태. 바람속에서 2024-12-11 903
37003 오운완 [5] 지발유 2024-12-11 1682
37002 행운 & 행복 [10] spell 2024-12-10 1883
37001 운영진에 건의 제시도 여기 자게에서 하면 되나요?.. [1] STwannabe 2024-12-10 713
37000 파트너찾고싶당 Youn12 2024-12-10 879
36999 알고 만났지만... [1] 바람이분다요 2024-12-10 934
36998 hi Seoul [31] 사비나 2024-12-09 2535
36997 밤 11시에 먹는 아이스크림 [2] seattlesbest 2024-12-09 586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