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에 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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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은 바쁜 일도 없었는데 뜸했던 이유입니다.
주말에 휴가를 다녀오고 출근하자마자 학과 동기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더군요. 친구가 안좋은 일이 있었고 장례식은 어디서 한다고. 솔직히 실감이 안났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합니다. 장례식장 들어가기 전까지 2일이라는 시간 동안 슬픔이라는 감정이 그리 크지 않았던 건 그 실감이 부족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식장에 들어가자마자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는 병사, 부산하게 움직이는 부대 동료들, 분향소에 들어서니 완전히 기력을 소진하신 유가족분들. 그리고 영정. 그제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분향을 하고 잠시 후에 다른 친구들이 왔습니다. 쾌활한 성격의 친구들이고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역시 다들 밝은 표정은 아니더군요. 아버님이 그 친구를 기다리고 계셨었습니다. 원래 그 친구와 친하기도 했고, 친구가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시려고. 원인은 고인의 명예도 있고 하니 뉴스를 참고하시라는 말씀밖에는 못드리지만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걸 택하지 않았을 이유라서... 하지만 저를 포함한 친구들이 얘기한 건 "그 친구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다."였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여린 친구라서 자기 혼자 이틀 사흘동안을 전전긍긍하다가 친구들에게는 "고맙다."라는 한마디만 남기고... 그렇게 갔더군요. 밥은 도저히 먹기 힘들었고 그래도 친구가 가기 전에 주는 마지막 술이라도 마시자 하는 생각에 술만 다섯병을 마셨습니다.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도 피우고.... 그렇게 몇시간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려는데 "그래 조심히 들어가. 우리 00이가 좋아하는 친구들... 우리 00이..." 라고 말씀하시더니 오열하시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슬픈 장면을 본 사람이 그 자리를 떠서 화장실 같은 곳에 가서 우는 게 좀 어색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제가 그렇게 되더군요. 가족들 있는데서 소리내서 울면 안된다는 생각에 진짜로 도망치듯이 빠져나와서 화장실로 가서 물 틀어놓고 울고 얼굴 닦고...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나 자신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혼자 고민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과 일방적으로 대화가능성을 닫지 말자는 겁니다. 이유를 알고 허무하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친구가 미울 정도였습니다. 한달도 안된 최근에도 같이 만나서 웃고 떠들면서 놀았던 친구들을 앞으로 몇십년 동안을 참담함 속에 살아야할 가족들을 생각했다면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했던 친구들의 전화만 받았더라면 그 친구에 대해서는 이제사 다 쓸데없는 얘기지만 다음에는 반가운 사람들과 꼭 웃으면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되새겨봅니다. 긴 글 읽어주시거나 스크롤 내리시느라 수고끼쳐드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제 친구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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