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0
|
||||||||||
|
||||||||||
좀 더 노력을 하니까 또렷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그녀가 영영 학교를 떠날 때의 일이다.
그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그녀는 우산을 쓴 채로 비에 젖어 질퍽질퍽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한번 그 모습이 떠오르자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나를 돌아봤을까?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내가 그녀의 얼굴을 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 얼굴을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다.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다. 이 글이 여기에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사실이 있다. 어쩐지 이 사실은 꼭 밝혀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나는 우연히 2004년에 쓴 글을 읽게 되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친구가 학교를 떠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런 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끔씩, 비에 젖어 질퍽질퍽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내가 실제로 보았던 것처럼, 비를 맞고 걸어가던 친구의 뒷모습이 몹시 선명하게 '기억'나는 거다." _ 기억<손보미> ---------------------------------------------------------------------------------------------------------------------------------------------------------------- '나'야 말로 완벽하게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해요. 나쁜 놈이 아닐거라는 희망으로 자신을 속여왔던 그 때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올려보았어요^^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