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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체크무늬의 외투를 뒤집어 쓴 태양」 전문
누군가 내 짐들을 자꾸
공원 잔디밭에 옮겨놓아요
내가 잠든 사이에
나마저 그곳에다 옮겨놓아요
ㅡ 박상순,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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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프지만
이 시를 몇 번 반복해서 읽다가 보면은
어느 새 노숙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서
기분이 좋아진다
붉은 체크무늬 외투를 입고
아니 뒤집어 쓰고서
눈 부신 태양 아래 추위를 느끼며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은 기분
누군가한테 완전히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
"이 변태 같은 새끼"
라고 혼자 중얼거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
정말 기분 좋게 이불을 뒤덮고 누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내 짐들을 옮겨놓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마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