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린 서로의 취향이 아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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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게 그랬듯, 너도 내 타입은 아니었다. 우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리 자주 만나지도 못했다. 첫 만남부터 실수가 잦아서, 우린 추운 거리를 한참 떠돌기도 했다. 우린 드문드문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고, 그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드문드문 보여줬지만 내가 본 너는 네가 보여준 너인지 네 안에 있는 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메신저는 어쩐지 미지근했다. 서로 성실했고, 이따금 재미있었지만, 어쩐지 애써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벌써 노력이 필요한 거야?'라고 생각하면 피곤한 느낌도 들었다. 근데 나 많이 외롭긴 했나보다 자주 하지 못하는 통화 너머로 들리는 네 목소리 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딘가 찌르르 하고 불이 피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내가 추위를 핑계로 널 껴안고 손잡았던 그 날의 풍경이 새삼 피어오른다. 그 날이 떠오르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네 눈매보다, 맑게 빛나던 네 눈동자가 사무친다. 우린 서로 너무 바쁘고, 또 서로 그닥 타입은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에 네 생각이 나는 것도, 그냥 외로워서 그런 거다. 그치만 올해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는 건, 부디 너였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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