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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잘 입는 사람이랑 만나보고 싶네요  
6
52byOiOi 조회수 : 4034 좋아요 : 3 클리핑 : 0
벗길 수 없을 것 같은, 벗으면 안될 것 같은 착장의 애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패션은 자아를 표현하는 가장 즉흥적이고 시각적인 수단이잖아요
내 팔루스를 잠식하는 거대한 자아가 내 손을 잡고 걷는다면 얼마나 황홀한가요
몰래 손을 잡고 있는 그 사람과 내가 어디부터 다른 사람인지 모를 때쯤에
몰래 그 사람과 나 사이에다가 입을 맞춰도 보고
거짓말처럼 사랑해 말하기도 하면서 말예요

그러다가 만약에 섹스가 필요해진다면 죄를 짓는 것처럼 옷을 벗기게 될까요
섹스는 잘못이 아니지만 옷을 벗기는 건 죄악처럼 느껴지게끔
왜냐면 옷은 그 애인의 전부를 담고 있었거든요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 어떤 삶의 태도에 동의하는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 : 어떤 리듬으로 걷는지
어떤 안경을 쓰는지 :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지
그런데 어떻게 그걸 다 벗기겠어요
그러다가 애인이 먼저 하나씩 옷들을 벗기 시작하면
내가 알던 애인의 자아들을 모텔 방 아니면 서로 중 하나의 자취방에 개어 두면
여태 모르고 있던 속옷을 보게 되면
나는 그 시선만으로도 벌거벗겨지겠죠

애인과 몸을 섞고 나서 옷 대신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잃어버렸을지 모르는 애인에 대한 지식들을 확인하려고
손을 꼭 잡고 물어보는 말들이 있겠죠
애인의 대답은 잘 개어진 옷이랑 상관이 없다는 걸
그 때 알게 되겠죠
애인의 셔츠 애인의 바지 애인의 양말과 애인의 모자가
애인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옷을 잘 입는 애인을 만나고 싶어요
옷을 벗지 않아도 가장 야한 팔짱을 낄 수 있는 애인
옷을 다 입고 있어도 가장 내밀한 자아를 보여주는 애인
얼마나 좋게요
52byOiOi
서울의 변두리에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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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2018-04-19 13:38:39
작가세요? 글 참 잘 쓰신다~~^^
52byOiOi/ 시인 지망생입니다 ㅋㅋ 칭찬 감사합니다 :)
유후후h 2018-04-19 10:41:10
따뜻한 물에 오래 찻잎을 담근 것처럼 문학적 감수성이 우러나오네요. 정말 잘 보았습니다.
52byOiOi/ 반올림 해서 10년간 시를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되네요 ㅋㅋ 등단까진 멀었습니다 ㅠ
우주를줄께 2018-04-19 06:45:42
그럼.. 애인 스스로가 먼저 벗게 끔^^
52byOiOi/ 벗음을 두려워하지 않게끔..ㅋㅋㅋ
매력J 2018-04-19 01:42:13
저도 그런 생각.. :) 잘 보고 갑니다
52byOiOi/ 감사합니다 글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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