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잘 입는 사람이랑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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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길 수 없을 것 같은, 벗으면 안될 것 같은 착장의 애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패션은 자아를 표현하는 가장 즉흥적이고 시각적인 수단이잖아요 내 팔루스를 잠식하는 거대한 자아가 내 손을 잡고 걷는다면 얼마나 황홀한가요 몰래 손을 잡고 있는 그 사람과 내가 어디부터 다른 사람인지 모를 때쯤에 몰래 그 사람과 나 사이에다가 입을 맞춰도 보고 거짓말처럼 사랑해 말하기도 하면서 말예요 그러다가 만약에 섹스가 필요해진다면 죄를 짓는 것처럼 옷을 벗기게 될까요 섹스는 잘못이 아니지만 옷을 벗기는 건 죄악처럼 느껴지게끔 왜냐면 옷은 그 애인의 전부를 담고 있었거든요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 어떤 삶의 태도에 동의하는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 : 어떤 리듬으로 걷는지 어떤 안경을 쓰는지 :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는지 그런데 어떻게 그걸 다 벗기겠어요 그러다가 애인이 먼저 하나씩 옷들을 벗기 시작하면 내가 알던 애인의 자아들을 모텔 방 아니면 서로 중 하나의 자취방에 개어 두면 여태 모르고 있던 속옷을 보게 되면 나는 그 시선만으로도 벌거벗겨지겠죠 애인과 몸을 섞고 나서 옷 대신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잃어버렸을지 모르는 애인에 대한 지식들을 확인하려고 손을 꼭 잡고 물어보는 말들이 있겠죠 애인의 대답은 잘 개어진 옷이랑 상관이 없다는 걸 그 때 알게 되겠죠 애인의 셔츠 애인의 바지 애인의 양말과 애인의 모자가 애인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옷을 잘 입는 애인을 만나고 싶어요 옷을 벗지 않아도 가장 야한 팔짱을 낄 수 있는 애인 옷을 다 입고 있어도 가장 내밀한 자아를 보여주는 애인 얼마나 좋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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