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 영화가 개봉된 지 18년이 흘렀네요.
18년 전, 저는 이 영화를 어느 극장에서
짝사랑하던 누님과 함께 봤어요.
저는 당시 이 영화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몰랐죠.
반면 그 누님은 영화를 보고 나서 괴로워하는 표정이었어요.
아직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21살 '소년'은
사랑하고 헤어지는 아픔을 겪어 본 '누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죠.
그 누님을 참 좋아했기 때문에, 그 영화는 더욱 미스테리했습니다.
스토리는 정말 단순합니다. 젊은 남녀가 사랑하고 헤어지는 영화. 그게 답니다.
그래서인지 머릿속 한 켠에 미스테리가 깊숙하게 박혀 있었어요.
도대체 영화는 무얼 말하고 싶었을까?
미스테리가 풀린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였죠.
그때야 알았어요. 왜 봄날은 '간다'인지.
봄날은 갔다, 봄날은 온다가 아니라 간다인지.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봄날처럼 다가오고
또 봄날이 가듯이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봄날이 오듯이 또 다른 인연이 나타나는
과정을 겪어가는 것 같아요.
슬프고 서럽고 답답하지만
사람 마음이 떠나 버리면 사실 잡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억지로 억지로 잡을 수 있기야 하겠지만,
그건 어느 한쪽의 희생이 전제된 기형적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이 크겠죠.
이건 꼭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 간 관계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집착은 버리고, 가는 인연에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는..
==봄날은 간다가 남긴 명 대사들==
"라면 먹고 갈래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힘들지? 버스하고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
아픈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