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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의 그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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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누가 보면 알코올중독자 인 줄 알 것만 같다. 온종일 퇴근 후 Jazz에 들러 혼술 할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게 주어진 업무를 해결해 갔다. 뭔가 낙이 생기니까 긍정적으로 바뀌고 긍정적으로 바뀌니까 일도 해결이 되었다.

‘경력직이라고 불러 놨더니 영……’

이라고 하는 듯한 시선들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하진이 일을 하는 8시에 맞추려다 보니 퇴근은 자연스럽게 늦어졌고 그 시간에 일을 하니까 막혔던 업무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아. 여자의 힘이란.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오늘은 혼술을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상호가 오늘 우리집 근처로 놀러온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뭔가 불안한데. 
 
사실 Jazz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저 상호라는 친구를 지금도 피해다니고 있다. 예전에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이 나왔을 때 그룹 이름만 듣고서는 나는 상호에게

‘야 쟤들이 뜨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ㅋㅋㅋ’

라고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상호는 정말 내 손에 친절하게 장을 지지고도 남을 엄청난 또라이였다. 
(그래서 피해다닌다.)
 
아무튼, 나는 Jazz앞으로 그를 오라고 했고 그는 정말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그 앞으로 왔다. 회사생활을 하는 나와는 달리 부모님이 차려준 편의점을 하면서 정말 한량같이 지내는 상호는 그날도 어김없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골목 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며 나를 반겼다. 
 
“어이구. 이직하더니 얼굴이 아주 아작이 났네.”
“시끄러워.”
“피부에 뭐 좀 바르고 다녀라. 모공이 다 보인다. 골프공이냐?”
“닥치라고.”
 
우리는 여지없이 티격태격하다가, 담배를 하나씩 같이 피웠다. 내가 Jazz를 가리키며 저기서 한 잔 하자고 했더니 상호의 얼굴이 확 하고 구겨졌다. 
 
“뭐야 저긴. 한 50년된 술집 같은데.”
 “한달도 안 됐어. 안주가 맛있어 저래 보여도.”
 “그려. 맛 없으면 뒤진다 아주.”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안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하진이 앞치마를 두르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사실은 말이야.”
“뭐.”
“나 저기 알바생 꼬시려고.”
 
내 말에 상호가 슬쩍 까치발을 들어 안을 쳐다보더니 내게 말했다. 
 
“응. 나는 오른쪽 젖꼭지에서 쵸코우유를 짤게.”
 “뭔 소리야 갑자기.”
 “각자 실현 불가능한 말을 한 마디씩 하는 거 아니었어?”
 “닥치고 따라와. 쓸대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상호는 껄렁껄렁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 뒤를 따라 Jazz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이제는 꽤 친절해진 하진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웃으며 상호와 마주보고 앉았다. 그는 미생물 관찰하는 과학자 처럼 하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엉덩이에 구멍나겠다 새끼야.
 
“오. 엄청난데?”
“예쁘지?”
“흐음. 밖에서 볼 때는 몸매만 엄청난 줄 알았는데…”
“다 들려. 좀 조용히 해.”
 
우리가 속닥이는 동안, 하진은 시키지도 않은 소주 한 병을 가져와서 우리 테이블에 올려두며 말했다. 
 
“오늘은 홍합탕이라고 했죠?”
“네.”
“그럼 이제 남은 메뉴는 많이 없어졌네요.”
“그러게요.”
 
고개를 왔다 갔다 하며 우리 대화를 듣던 상호는 히죽 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이 새끼 여기 존나 왔구만.”
“몇 번 안왔어. “
“몇 번 왔는데?”
“한 열 몇 번?”
“호구 새끼야.”
 
나는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소주를 따라 주었다. 상호는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제발 결심하지마.
 
“좋아. 내가 오늘 너의 윙맨이 되어주마.”
“뭔 맨?”
“윙맨.”
“그게 뭔데.”
“니 연애를 도와주겠다는 뜻이지.”
“아냐 괜찮아. 정중히 사양할게.”
 
내 거절에도 상호는 굳은 의지를 두 눈에 담아 내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걱정마. 날 밟고 어른이 되어라.”
 
나는 눈빛으로 제발 이러지마 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희대의 또라이인 그가 내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어흠! 흠! 그러고 보니 말이야! 니 연봉이 한 삼 억 된다며?”
 
누가 들어도 어색하게, 그리고 갑자기 큰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주방 쪽을 보며 들으라는 듯 말을 하는 그를 보며 나는 당연히 이마를 양 손으로 감싸 쥐었다. 무슨 연봉 삼 억이야 이 미친 놈아. 
 
“크! 역시 난 니가 잘 될 줄 알았어. 그 뭐냐……니가 또 유도 합기도 태권도 해 가지고 한 도합 17단 정도 되지 않냐? 운동도 잘하는 게 돈 까지 잘 벌고 참.”
 
체육관 근처도 가 본 적 없는 나는 제발 닥쳐주기만을 바랄 뿐이었지만, 불행히도 하진이 그 말을 듣더니 힐끔 우리 쪽을 바라본다. 상호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크~게다가 어릴 때 목욕탕 가면 말이야. 너 팬티 벗었을 때 그 우람한 곶……”
 
나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어서 앞에 있는 잔을 상호의 주둥이에 부어 버렸다. 상호는 ‘나 잘했지?’ 라는 미소를 띄우고 있었고 진심으로 그를 죽이고 싶었다. 
 
“홍합탕 나왔습니다.”
 
상호는 하진이 우리 테이블에 안주를 놓고 돌아가는 순간 역시나 들으라는 듯 또 크게 말했다. 
 
“우리 엄마도 말이야 맨날 니 얘기 하면서 걔가 참 어른한테 잘하는데~ 걔가 참 우리 아들이었으면 좋겠는데~ 하더라고? 게다가……어라?”
 
한참이나 내가 절대 원치 않는 주둥이를 놀리던 상호는 홍합탕을 한 숟가락 떠 먹더니 멈칫했다. 
 
“야 이거 왜 맛있냐?”
 
“맛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제발 닥쳐. 윙맨이고 나발이고.”
“대박. 이거 왜 이래.”
 
이해한다. 나도 처음에 왜 맛있는지 몰랐거든. 결국 손맛이 가득 담긴 홍합탕 덕분에 상호는 나불대던 입을 닥치고 나와 조용히 술을 마시게 되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서 힐끔거리며 하진을 바라보았다. 몸에 살짝 붙는 티셔츠를 입은 그녀의 몸과 또 하얀 얼굴 위에 떠 있는 까만 눈동자를 훔쳐봤다. 하아. 큰일이다. 보면 볼수록 빠지는 것 같고 계속해서 그녀가 궁금하다. 
 
“근데 말이야.”
“응.”
“매번 와서 술만 먹고 가냐?”
“그렇지 뭐.”
“뭐 같이 밥이나 한 끼 하자 이런 말도 안하고?”
“못했지.”
“뭐 사다가 준 적도 없고?”
“뭘 사다 줘?”
 
내 되물음에 상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등신아. 하다 못해 사탕 쪼가리라도 주고 좀 친절도 베풀고 해야지. 맨날 와서 술 먹어 봐야 뭐가 진전이 되냐? 니 간만 축내는 거지.”
 
처음으로 그가 맞는 말을 한 것 만 같아서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오늘은 여기서 접고 2차 가고. 다음에 올 때는 좀 적극적으로 말좀 걸어라.”
“그러다 까이면 어쩌냐?”
 
“까이겠지 당연히. 니 상태를 봐라. 근데 시도는 해야지.”
“됐다.”
 
상호는 남은 술잔을 비우고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말했다. 
 
“오늘은 네가 사라. 돈도 많은 내 친구야.”
 
퍽이나 고맙다. 망할 새끼. 나가자 마자 한대 걷어차야지 했는데, 웃으면서 내 계산을 도와주는 하진의 얼굴을 보니 또 뭔가 스르르 녹아 버리는 게 느껴졌다. 
 
“내일도 올 거에요?”
 
하진의 물음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일은 두부김치.”
“알겠어요.”
 
우리의 대화를 실눈을 뜨고 듣던 상호를 데리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상호는 담배를 피우며, 우리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하진의 모습을 문 너머로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냥 접고 술 끊어라. 니가 넘보기엔 너무 몸매가 완벽해.”
“뭔 개소리야.”
 
그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나 역시 마지막 까지 그녀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겨우겨우 발길을 돌렸다. 

옛날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하는 상호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쳐갔다. 저기 흔들리는 가로등에도 하진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하아. 매일 보면 볼수록 더 예뻐지는 그녀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4화에서 계속

글쓴이 늘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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