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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누드모델, 규리 (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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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누드모델, 규리
Polypemon-break 제 1편 누드모델 이야기
(2015.07.22 발행)
                                                                          
본 인터뷰 사진은 가슴, 성기 노출 모두 편집되었으며 원본 인터뷰는 아래 하단 링크를 참조하세요!

에덴 에이전시 소속 첫번째 모델. 레즈비언이자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29살 규리를 만났다.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던 그녀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때 다루려던 주제가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는 성희롱/성폭력’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직접 성을 판매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모던바, 토킹바 접대부나 노래방 도우미가 일상적으로 겪는, 그러면서도 “네가 그런 직업을 가졌으니 성희롱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두려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고통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을 찾는 게 쉽지 않았고 직접 해 보자 했던 게 2013년 여름이었다고 한다.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면서 같이 일하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따려고 했어요. 일주일만 해보자 했는데 거기서 일하는 여성들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어요. 가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최대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죠. 게다가 그곳은 지하였고 온통 담배냄새로 가득했어요. 너무 역겨웠고 하루 만에 그만뒀죠. 그래서 다른 일을 찾아보다 누드모델이 생각났어요."
 
"누드모델이란 직업은 예전에 크로키 수업을 해보기도 했고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도 있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직업이 갖는 섹슈얼함에 대해 궁금해서 조금씩 알아보게 되었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는 누드모델에 관해 편견을 갖고 일을 시작했다.

"모던바, 토킹바, 노래방에서는 성희롱을 당하는 게 업무의 일부잖아요. 그걸 참으니까 돈을 많이 버는 거고요. 그래서 어떤 노동환경이 여성으로 하여금 계속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지 그리고 전문직도 아니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보통의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서 여성이 어떻게 성희롱을 당하고 참는지 모든 게 궁금했어요."
 
"누드모델도 마찬가지로 성희롱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걸 고발하겠다는 마음으로 첫 수업 때 녹음기를 가져갔죠. 그걸 증거로 르포를 쓰려고 했는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첫 수업에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드모델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대학원 수료 학력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거의 다 해봤어요. 조교, 과외, 타이핑, 번역, 녹취 등. 사실 사람들과 꾸준하게 관계 맺는 것, 특히 얼굴을 보고 하는 일이 힘들어서 번역이나 녹취가 저와 잘 맞았어요."
 
"하지만 오래 하지는 못했어요. 앉아있는걸 싫어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활동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누드모델을 하다보니 직업으로서, 노동으로서 괜찮게 느껴졌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는 자신의 SNS에 레즈비언으로서, 누드모델로서 활동하는 사진을 공유한다. 수업을 마치면 돌아오는 길에 그림을 올리며 그 날의 일기를 쓰기도 한다.
 
"제 페이스북을 통해 누드모델에 관심 있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소개시켜준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죠.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화실에 도착한 그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다.
 
"예전엔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말만 하고 포즈를 잡았어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옷을 벗으면서 ‘안녕하세요’가 나와요. 그러면 분위기가 편해지거든요. 가끔 모델이 인사하는 걸 싫어하는 곳도 있어요. 모델이 신비한 대상이길 바라는 거죠. 그래서 저랑은 맞지 않아요^^"
 
그녀는 수업 전 어떤 움직임과 포즈를 원하는 지 묻는다. 수업에는 크로키를 연습하는 사람도 있지만 캔버스에 그려서 나중에 작품으로 만드는 작가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업 전 어떤 여자분이 교복을 입은 여성이 팬티부터 벗는 포즈를 졸업작품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며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었어요. 그리고 나서 나중에 전시회에서 작품을 봤거든요. 그렇게 그들하고 대화를 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단순히 마네킹 같은 모델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에 도움이 되는 어시스턴트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뿌듯하고 즐거워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이 날 수업은 남자모델과의 듀엣으로 진행되었다.
 
"듀엣을 하면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는 포즈를 많이 하는데 대다수 여자모델은 살이 닿는 포즈를 잘 안하려고해요. 그래서 남녀모델 서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도 남자모델과 듀엣 수업을 했었는데 그가 서있고 제가 뒤에 앉아서 그의 다리를 잡는 포즈였어요. 친한 사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제가 레즈비언이니 그 친구도 절 어색해하지 않고 편하게 대했거든요. 끝나고 나선 감자탕에 소주한잔 하기도 하고요. 제가 레즈비언이니 오히려 편하다고 하더라구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모델 생활 2년, 두 번의 에이전시 이동이 있었다.
 
"누드모델을 시작할 당시 에이전시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일 대표적인 곳에 들어갔죠. 그런데 모델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하지 않고 바로 수업에 보내는 식이었어요. 그러다 한계가 오면 금방 그만두게 되죠. 어차피 새로 지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상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그땐 평생 직업으로 전업모델의 길을 걷는다기 보다는 소모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1년은 쉬고 일하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의 에덴 에이전시로 옮겼어요. 에덴은 누드모델이 당당하고 공식적인 직업으로 여기는 곳이에요. 그래서 가명이 아닌 실명으로 활동하고 떳떳하게 세금신고도 하죠. 무엇보다도 전업모델에 대한 교육으로 세미나와 자체 행사를 열어 모델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모델끼리 서로 교류도 할 수 있고 다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모델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에 대해 물었다.
 
"강남 모 백화점 문화센터 수업이었어요. 처음 갔었는데 강사가 ‘이번 모델은 하체가 통통하죠?’ 라고 말하더라고요. “이번 모델의 신체적 특징이 잘 드러나게 그려주세요”라고 말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 당시 그렇게 비하하는 표현에 참 기분이 나빴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안타깝기도 해요. 전 수업에서 항상 강사가 권력자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강사는 시간강사고 수강생은 돈이 많은 사모님이었죠. 권력관계가 바뀌어 있는 거에요. 그래서 강사가 수강생의 눈치를 보고 수업분위기가 이상하면 모델에게 탓을 돌리는 거죠."

 
그녀는 자기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슬아 작가에 대해 얘기했다. 작가 또한 누드모델을 하면서 겼었던 일을 수필로 썼고 아마 그녀가 수업했던 곳에서 경험했을 거라고 한다. 아래는 이슬아 작가의 <상인들>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  (생략)……. 그 때 구석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한 마디 꺼냅니다. “신정아랑, 너무 닮지 않았어요?”
오른쪽 아줌마가 묻습니다. “신정아가 누군데?”
왼쪽 아줌마가 대답합니다. “왜 그 있잖아요. 국회의원이랑 바람난 년.”
가운데 아줌마가 맞장구를 칩니다. “어머, 어머, 그러게 말이야. 좀 닮았네. 변양균이랑 바람나고 책 쓴 년 말하는 거지?” 아줌마들은 그 후로 한참을 더 신정아 얘기를 합니다. 저는 들은 척과 못들은 척 사이의 애매한 중간지점을 찾아 그냥 살짝 웃고 맙니다.
 
네 번의 크로키를 반복하고, 타이머가 울립니다. 드디어 네 시간짜리 일이 끝났습니다. 진이 빠집니다. 저는 무대에서 인사를 한 뒤 탈의실로 가서 옷을 입습니다. 탈의실이 무척 싸늘하다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강의실을 빠져 나오자 일 하느라 잠시 구겨놨던 민망함과 서러움이 슬쩍 고개를 듭니다. 변덕스러운 저는 백화점 화장실로 가서 잠깐 눈물을 훔칩니다. 넓고 쾌적한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울 맛이 나니까요. …
[출처] 이슬아 작가 - https://www.facebook.com/seula.lee.902

 
화제를 전환해 애인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당시 규리는 애인과 함께 살고 있었고 애인 또한 본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의 애인, 진아는 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레즈비언이며 현재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진아에게 규리에 대해 물었다.
 
"규리와 제가 만난 시간은 4년이에요. 그녀가 누드모델을 하기 전부터 만났어요. 그녀를 만나기 전엔 저와 동갑이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규리와 전 10살 차이가 나는데, 처음 규리를 봤을 땐 너무 어리고 성격도 발랄하고 귀여웠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규리는 본인의 몸을 사랑해요. 그리고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죠. 그래서 그녀가 누드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저도 좋았어요. 저도 이 사람의 몸을 좋아하고 본인도 자신의 몸을 보는 걸 좋아하고요. 규리는 집에 있을 때 거의 옷을 벗고 있어요. 그때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는 걸 보면 재밌어요. 그래서 그녀가 누드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잘 할 것 같다고 말했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가 누드모델로서 일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평소의 모습을 알기에 어떻게 하는지 머릿속에 그려져요. 그녀는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당당히 드러내려고 해요. 전 그런 당당함이 좋고요. 가끔 새벽부터 일어나 수업에 가는 모습이 안쓰럽긴 하지만 이 일을 너무 좋아하고 가끔 수업이 잘 됐다며 기분 좋은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귀여워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규리는 어렸을 때 육상과 수영을 했다. 그러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운동을 그만두었고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살이 70kg 가까이 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고 지금도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고 한다.
 
"사춘기 때 전 ‘뚱뚱한 여자’의 삶을 살았어요. 그래서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고 지금도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죠. 여전히 지하철을 타면 내가 덩치가 커서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열등감을 조금씩 이겨내고 있어요."
 
"일단 여성학은 여자를 외모로만 평가하는 게 나쁘다는 걸 말해주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학문이이에요. 그리고 누드모델은 ‘전형적으로’ 예쁘거나 날씬할 필요가 없는 직업이고요. 크로키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체형을 경험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몸이 뚱뚱하거나 마른 모델, 저처럼 평범한 몸매의 모델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 모델도 있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녀는 누드모델 외에 레즈비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기간에 그녀는 지난 6월 28일에 있었던 퀴어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드모델이자 레즈비언으로서 할 수 있는 사회운동을 하고 싶어요. 재밌고 야하게. 예를 들면 여성을 흥분시키는, 여성을 위한 포르노를 만들어보는 거에요.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여자인거죠. 가능하면 내용도 레즈비언을 위한 거면 좋고요."
 

"지극히 사심이지만 제가 직접 배우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주변에 장래희망이 레즈비언 포르노 배우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레즈비언인 것, 누드모델인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고, 나아가 이해받고 지지받는다는 건 참 운이 좋은 일인 것 같아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더 많은 분들이 정체성과 직업 등 자기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도 혐오나 차별을 당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전체화보 보기 - http://goo.gl/cpPKnG
(무삭제 이미지 인터뷰)

다음주 발행 예정인 인터뷰는 세일즈맨이자 두 아이의 아빠, 누드모델 C소장의 이야기입니다.
                                                                          

Director & editor 원미라
Photographer 윤상명
Model 규리
 
기획 레드홀릭스 - www.redholics.com
모델 에이전시 에덴 - www.facebook.com/agency.eden

폴리페몬 브레이크는 레드홀릭스의 프로젝트로 성, 섹스와 관련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이를 사진과 그림이라는 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인터뷰 형식의 화보다. 누드모델 에이전시 에덴과 함께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총 4명의 누드모델과 인터뷰를 했다.
* 폴리페몬이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 현대에서는 이를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관용구로 쓰인다.
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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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jaja2 2018-04-25 15:02:35
첨 이라 대충  들러봄니다
쭈쭈걸 2015-07-23 16:58:25
사진들이 아무래도 공유용이다보니 짤려있네요. 많이 아쉬워요. 원본으로 공유되면 좋겠다 ㅠㅠ
ppangka 2015-07-22 17:07:27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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