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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나는 왜 남성성을 포기했는가에 대한 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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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나는 혜정이랑 걔네랑 사이가 좋아져서 학교에가도 걔네랑만 어울려 다녔음. 물론 뒷담은 끊이질  않았다 시발... 영어시간에 반을 옮겨서 수업을 들어야했는데 그때마다 나를 보고 뒤돌아서 하는 얘기들이 계속 들렸음; 신기한게 유언비어가, 그것도 나랑 1퍼센트도 관련도 없는 썰들이 돌**녔다. 예를 들면 내가 15살때 교통사고 당해서 **을 잘라내야했네, 아니면 내가 여잔데 어렸을때 남자로 성전환을 했네 하는 개소리가 계속생산되었음. 특히 **을 잘라냈다는 소리는 진짜 기가차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음ㅋㅋ

아무튼 시간은 흐르고 그때 시험을 개판으로 봤다. 평소에도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성적이 유난히 내려갔음. 담임선생은 나한테 무슨 일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냥 모른체했다. 당연한 이치다. 야자때 그나마 조금이나마 훑던 책들은 이제 나도 야자를 째고 혜정이네랑 어울리면서 전혀 안보게 됐으니까. 그나마 평소에 좋아했던 영어가 겨우 70점대에 들었고 안그래도 못하던 수학은 30점대에서 4.8점이라는 처절한 점수로 내려감

근데 원래부터 장래에 대해서 생각이 없던 나라는 색긔는 개의치않아했다. 원래 성적이 관심이 별로 없었고 나에게 잘 대해주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난 살만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멍청한 시기였지.

야자를 째면 항상 나는 여장을 하고 걔네 무리에 섞여서 여자행세를 하고 다녔다. 그렇게 하고 돌**니는데도 전혀 불편함은 없었음. 다만 화장실을 가는게 항상 고민 됐다.생물적으로는 남자인게 확실하기 때문에 남자화장실을 가야한다고 하는 여자애가 있는가하면 (얘는 이하 선영) 혜정이를 비롯한 나머지 애들은 그냥 여자화장실 가도 상관없다고 서로 대립함ㅋㅋㅋㅋ 그렇게 서로 토론 분위기가 한창이면 난 눈치만 보다가 조용히 나와서 알아서 볼일 보고 돌아왔음. 물론 아무도 안볼때 남자화장실 들가서 일보고 나왓고 ㅋㅋ

그리고 축제날... 난 이때 가장 긴장했음. 노래도 불러야 했고 춤도 춰야 했다. 그것도 전교생 앞에서 시발... 여장은 둘째치고 많은 사람 앞에 선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미쳐버릴거같았음. 이미 나에게 들인 노력이 있어서 차마 못하겠다고는 할 수 없었음... 근데 가서 울먹이면서 바보나 안되면 다행이지 20만원을 딸거라곤 생각 안했다.

진짜 기분 안좋았다. 게다가 나는 교실에 앉아있어야 했음. 오전에 여장대회 준비하는거 조금 돕고 나머지 시간동안 각 동아리마다 준비한 부스에서 놀으라고 시간을 줬는데... 난 주변엔 아무도 없고... 앉아있는 반에는 시간때우러 억지로 나온 게임하는 오덕성님들만 계시고... 난 자리에 앉아서 턱괴고 혜정이랑 얘네가 어디갔을까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나는 동아리도 들지 않았다. 영화감상부라고 해서 학생주최로 만든 동아리도 아닌 1학년 담당  영어선생이 만든 60년대 이탈리아 영화나 틀어주는 노잼 부에 있었기 때문에 축제날 부스도 배정 안받고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음

나는 나름 혜정이네랑 친해졌기때문에 내가 여자교복 입고 혜정이네랑 어울려다니면서 학교축제를 만끽할거라는 판타지에 빠져있었다. 물론 실패. 걔네는 다른반에 있는 자기 친구들을 만나러 갔고 내 기분은 한없이 우울했다. 오죽하면 게임하는 안경잽이 친구들까지 나랑 별 얘기를 하는걸 꺼려했으니까...

꾸역꾸역 이어폰 꽂고 오전부터 2시반까지 바깥경치만 보고 있었음. 2시반이 되니까 혜정이랑 친구들은 나를 데리러 왔음. 강당에서 여장대회 리허설 하니까 빨리 가자면서 다가오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더라...ㅠㅠ 근데 나는 걔네를 보자마자 나는 반갑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축제가 끝나면 얘네는 나를 다시 버리지 않을까?'하는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혔다. 진짜 어기적 거리면서 따라갔던거같다. 나한테 있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아마 그때였을 거임. 심지어 내 순서때 나와서 아이유 노래 불렀던때보다도 더 긴장됐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어디서 공수했는지도 모를 곤색 원피스를 입고 얼굴을 4명의 아티스트들한테 맡겼다.  당일이라 그런지 얘네는 평소보다도 더 짙게 화장을 해줬음. 정작 자신들보다 내 얼굴이 더 스모키했으니까ㅋㅋ 가발까지 쓰고 제법 와꾸가 그럴싸하다고 생각하고 강당뒤에 있는 창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리허설 기다렸음. 심사위원이었던 윤리 선생이랑 국사 선생 둘은 차례로 애들 호명하면서 10초정도 춤추는거나 노래하는거 구경하는거같았음.

나도 내 이름 불렀을때 나와서 나름 자신있게 소개하고 아이유노래를 불렀지 ㅋㅋ 윤리 선생은 재밌다는듯이 날 계속 바라보드라... 왠지 섬찟했음. 3시반쯤 되니까 뮤지컬 동아리 애들이 공연 시작하고 난 방청석에서 조금 떨어진데 앉아서 덜덜 떨고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반 애들은 50m정도 더 떨어져있었는데 날 못알아본거같았음. 아마도 내 옆에 앉아있던 여장한 큰성님 몸에 가린 측면도 있었겠지만 ㅋㅋ 개노잼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우리차례가 왔음. 난 9반이었기 때문에 꽤나 늦게 나서야 해서 먼저하는 애들 장기자랑을 구경할시간이 꽤 있었음.

진짜 유머컨셉으로 나온 유쾌한 애들도 많았다ㅋㅋㅋ 개정색한 뮤지컬보다 훨씬 재밌었음ㅋㅋ 3반애들은 두명이 나 나왔는데 지들끼리 약간 코너같은거 준비해왔는데 진짜 재밌었다. 가성으로 말하면서 내가 더 이쁘다고 서로 싸우다가 나중에 남자목소리로 팔걷고 서로 멱살잡는데 골때렸음 ㅋㅋ

나처럼 아이유 노래 준비해온 애들도 많았지만 다들 '너랑 나' , 아니면 ' 좋은 날' 3단고음에서 일부러 삑사리 내면서 점수얻으려는 애들이 많았다. 난 '미아'라는 노래 준비했거든... 진지하게 준비해서 왠지 내가 ㅄ같이 느껴지기 시작했음.

결국 내 차례가 왔다. 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이상하게 떨린다. 난 최대한 목소리 가다듬고 마이크 들고 내 소개를 했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서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대다가 그냥 노래하겠다고 했다. 근데 윤리 선생이 갑자기 '안들려!' 하면서 크게 말함. 관심있게 보던 다른 반 애들도 안들린다고 뭐 라그러길래 거의 울다시피 소개 아닌 소개를 했음... 다행히도 그땐 힘이 빠져서 그런지 목소리가 중성적이지 않고 여성적이게 잘 나왔다.

어디선가 술렁대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난 그냥 눈 꾹 감고 반주에 내 영혼을 맡겼음. 이 비유적인 표현은 절대 내가 그 노래와 하나가 됐다는, 그런 좋은 의미가 아니다. 진짜 영혼이 반주와 함께 빠져나갔다는 거임. 초중반은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도 안나고 나중에 '사랑해~' 하는 부분만 기억나는데 나름 쎄게 질렀다. 눈 꾹감고... 눈물 나오는것 같았는데 걸리면 이상할 까봐...


죽고싶다는 생각으로 달린 노래가 끝나고 간간히 박수소리가 들렸다.  예의상 쳐주는거겠지 싶었는데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꽤나 잘 했다고 생각한다. 빨리 집에가고 싶어하던 전교생들은 이미 산만해질데로 산만해진 상태고 거의 끝자락에 있는 내가 그정도의 박수를 받은건 나름 분전했다는 증거겠지. 어쨌든 긴장해서 눈물난거 걸릴까봐 감사합니다 대충 외치고 사회자역할하던 전교회장한테 마이크 던지듯이 주고 선 **닥 내려옴. 혜정이는 잘했다고 어깨 토닥여줬고 선영이를 비롯한 다른 애들도 잘했어 하면서 다독여줘서 눈물이 왈칵 나올거같았음.꾹 참느라 힘들었다. 다른 반 애들이 띄워논 분위기 내가 망치면 진짜 안되는것 같아서 억지로 메이는 목 감추려고 물만 무지하게 마셨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강당천장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간에 혜정이랑 걔네는 나한테 더이상 관심을 주지 않을 것 같았음. 목표를 이뤘다면 그것대로, 아니라면 그에 대한 대가로 찾아올 무관심에 이미 겁에 질려서 난 천장만 보고 멍하니 있었던거같음

눈에 맺힌 눈물들때문에 아이라인은 개판인데다가 이 꼴로 어떻게 강당을 빠져나갈까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음. 혹시라도 반에서 성격 ㅈ같기로 유명한 강모씨라던지 아니면 1학년때부터 나랑은 별 관계도 없으면서 나를집요하게 욕하고 뒷담을 풀어제끼던 옆반 뚱땡이돼지ㅅㄲ라던지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정말 죽어버리고 싶을것 같았음.

이래저래 복잡한 생각으로 한숨만 쉬는데 갑자기 혜정이가 내 어꺠를 팡팡 침. 놀래서 돌아보니까 이미 얘네는 웃고 있었고 흥분한 표정이었다. 뭐지 싶어서 정면을 보니까 윤리선생이 나한테 손가락으로 올라오라고 손짓하고 있었음.멍청한 표정으로 절뚝대면서 앞으로 나가니까 윤리선생이 나한테 '너 진짜 밑에 뭐 달린거 맞아?'하면서웃었다. 그때 당시에는 풀어진 분위기 때문에 긴장이 풀려서 나도 미소로 대처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ㅈ같다. 그것도 엄연한 성희롱인데 ㅅㅂ년이...


아무튼 나는 대충 물어보는거 답해줬고 윤리선생은 계속 '어떡해' 하면서 웃어댔음. 옆에 같이 서있던 국사선생은 그냥 껄껄웃기만 하다가 '너 나중에 졸업하고 어떡하려고 그러냐' 하면서 걱정아닌 멘트를 날렸다. 난 내가 우승했는지도 모르고 가만히 서서 멍청한 답만 했다. '그러게요.' 라던가 '네에'같은거. 나중에 전교회장이 내 이름 부르면서 올해 우승자 궁시렁 댈때서야 알았음.

그게 내가 내 인생에서 첫번째로 경쟁해서 이겨본 거였다. 그리고 내가 본격적으로 남성성을 잃어가는 시발탄이기도 했고... 근데 썰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이상하네ㅋㅋㅋㅋㅋ 국사선생이 나한테 '졸업하고 어떡하려고 그러냐'라고 묻는건 어떤 심정으로 한 소리였을까...아마 유머식으로 하던 여장대회의 암묵적인 기율을 내가 진지충으로 수행하면서 깨버려서 였을까... 아니면 정말 남성이랑은 거리가 멀었던 남성이었던 나에게 걱정으로 하는 멘트였을까... 어쨌든 그렇게 축제에서의 내 역할은 끝났음.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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