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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나는 왜 남성성을 포기했는가에 대한 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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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록 상금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지만 신경 안썼다.그리고 덩달아 혜정이랑 다른애들도 축제 이전만큼 친하게 지내진 않았던거같다. 나름 각오한 일이긴 해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그러다가 일주일 지나서 주말에 혜정이한테 문자가 왔다. 그날은 집에 혼자있어서 혜정이 생각하면서 딸 잡을까 고민하고있었는데 그때 문자 딱와서 존나 철렁했음ㅋㅋ 안그래도 ** 작은데 문자받고 확 식어서 평소보다 더 작아보이더라... 말린 달팽이같았음... 그리고 이렇게 일기에 말린달팽이라 써놓은 내 자신도 ㅈㄴ 한심함.... 혹시라도 엄마가 내 일기 봤으면 상황이 골때려졌을듯

내용은 ' 돈 가지러 지금 올래? ' 였던거같다. 자세히는 기억 안나는데 저런 풍의 문자가 왔던거같다. 뭔 소리인지는 몰랐지만 그땐 그냥 나갔다. 혜정이랑 만나는 거라서 깔끔하게 하고 가려고 한참동안 옷 주섬 댔음.. 약속장소에 나가서 내가 왠 돈이냐고 물었더니 실은 자기들끼리 이미 상금을 받았다는 거였음. 순간 좀 괘씸 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화까지 나지는 않았다. 애초에 나는 20만원 가량하는 상에 욕심이 전혀 없었기도 했으니까. 

다만 잠깐 그게 괘씸하다는 생각은 상금 대신에 더 값지다고 생각한 얘네들과의 친분이 약해져서 였던거같다 게다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기들이 미리 받았다는 얘기를 꺼내고 있고...아직까지도 걔네가 어떻게 당사자도 아닌데 받았는지에 대해서 모름. 아마 내 추측으론 축제 당일에 나를 화장시키던 애들이었기도 하고 강당에서 한팀으로서 같이 앉아있었으니까 자기들끼리 가서 받는데 별 문제가 없었던거같다

암튼 나는 그렇구나 끄덕끄덕 식으로 일관했다ㅋㅋ 일기장을 읽는 현재의 나조차 암걸린다... 더 암걸리는건 돈 필요없다고 얘기한거였음ㅋㅋㅋㅋ그래서 난 아직도 그 20만원이 현금으로 받은건지 상품권인지 알지 못함.돈 괜찮다고 너네 쓰라고 말함. 아마도 좋게 보여서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던거 같다. 혜정이는 쿨하게 알았다고 하고...그렇게 어색하게 이야기가 끝나려고 하는데 그때 내가 무슨 정신이었는지 걔한테 그래도 내가 한 몫이 없는건 아니니까 커피 하나만 사달라고 했음.

걔는 시큰둥하게 서있다가 알았다고 함. 그리고 난 당연히 카페 갈줄 알았는데 편의점 갔음 시발ㅋ커피 뜨뜻한거 두개사서 걔네 집 앞 공원에서 마시면서 걔가 나한테 진지하게 물어보드라. 여장하면서 힘들었는데 괜히 자기 때문에 억지로 한거 아니냐고. 난 처음엔 뭐라 해야될지 몰라서 우물대다가 조금씩 내가 최근에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얘기했음.여장하고 다니면서 너네랑 친구로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축제가 끝나고 나서 소원해진거같아서왠지 어딘지 모르게 섭섭하기도 하다. 요점만 짚으면 이정도. 실제론 더럽게 돌려말함

혜정이는 '그럼 너 계속 그렇게 하고 놀고 싶은거냐'고 물었음. 난 어린애 마냥 고개 격하게끄덕거림...그렇게 둘이 한참동안 말 없다가 혜정이는 알았다면서 일어나서 집에 가고 나는 왠지 내가 잘못 말한게 아닐까 싶어서 안절부절해하면서 버스타고 집에옴.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혜정이랑 연락하는 횟수가 늘었다. 근데 축제 전처럼 여장하고 같이 여자애들이랑 노는일은 줄어들었다. 왠지 섭섭했지만 역시 ㅄ인 나답게 제대로 물어보진 못했음.

근데 나중에 선영이랑 얘기하면서 알게됐는데 사실 축제이전까지는 상금이란 목표가 있어서 나를 위주로 보내는시간이 많았지만 축제가 끝나고 목표까지 달성하면서 혜정이랑 얘네들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것 뿐이었다.즉, 그냥 남자애들이랑 놀러간거임. 평소처럼. 근데 그 자리에 내가 껴있으면 난처해지니까 내가 얘네랑 어울릴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든거였음.

이때 솔직히 납득하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했어야 했다. 선영이한테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질투심이 많이 폭발했던거같다. 혜정이를 다른 남자애들한테 뺏긴다는 생각도 들었던거같고 내가 가질수 있던 유일한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었던거 같음

그래서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일 ** 짓을 생각하게 됨. 혜정이한테 너네 남자애들이랑 놀때 나도 너네랑 같이가게 끼워달라고 말한거임.물론 혜정이는 안된다고 반대했음. 어떻게 될지 니가 제일 잘 알지 않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그때 혜정이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내가 생각보다 고집을 부리니까 얘도 당황했는지 안된다고 하다가 그럼 여장하지 말고 가자고 했는데, 난 그 마저도 거부했다. 내 입장에서 여장은 특별한 의미였다. 그건 내가 거의 몇년만에 친해진 애들과의 유대감을 표시할 수 있는 강력한 상징이었음. 즉, 나는 혜정이를 빼앗기지 않게 하기위해서 별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운거였음.게다가 화장만 좀 바꾸면 내가 그날 축제날에 여장대회에서 우승한 놈인지 걔네가 모를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화근이었음...

아무튼 나도 가고 싶다고 성화를 부리고 별 애교까지도 부려봤다. 혜정이는 니가 왜 오냐고 계속 뭐라하다가 생각해보겠다고하고 연락 씹음...연락 씹히니까 나는 그제서야 아차싶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한두달전만해도 우리반의 제일가는 아싸였으며 제일 ㅄ이었단 사실을 기억해냈고 이런 내 태도가 얘네와의 친선유지에 좋을리가 없다는걸 겨우 다시 깨달은거임.

근데 이미 어쩌겠노. 아무리 문자해도 답장 안오는데... 그냥 망했다 싶어서 잠이나 잘라고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머릿속에 온통 오랜만에, 아니면 처음으로 찾아온 이 봄날이 떠나간다는 생각때문에 새벽 3시다되도록 잠을 못잤다. 그렇게 어색하게 시간흘러가고 학교에서 마주쳐도 살짝 아는척만하고 난 다시 찐따가 되어갔음...

이쯤되니까 죽고 싶었다. 한번 찐따는 영원한 찐따인거 같아서 이렇게 살아봐야 뭐하나 싶었는데 답장이 옴.금요일에 지들이랑 다른반 남자애들이랑 선영이 집에서 술먹기로 했는데 나도 올거면 오라는 거였음. 여장할거면 두시간 일찍 자기집으로 오라고 함.거의 반폐인이 되서 살다가 그 문자를 받고 벅차올라서 마음속으로 방방 뛰었다. 혜정이의 난처한 입장은 생각도 안하고...내가 괜히 찐따가 아니었다....ㅠㅠ 게다가 혹시라도 술먹다 만약에 내가 남자인게 걸리면 상황은 돌이킬수 없게 되는거였는데 그때 혜정이가 왜 나한테 허락했는지 모르겠음...

어쨌든 금요일되고 혜정이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왠지 무거웠던 혜정이 표정때문에 걱정되기도 했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던걸로 기억한다.도착하니까 혜정이 집에는 이미 내가 모르는 키작은 여자애가 와있었다. 근데 걔는 날 알고 있었음. 니가 미아냐고 놀려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재밌었다... 근데 혜정이는 계속 어딘가 긴장하는 표정이었음.


화장시켜주면서 계속 혜정이가 하던말은 '걸리지마'였음. 가슴이 철렁가라앉기도 했는데 애써 이미 내가 오겠다고 고집부리고 온거라 강행군 했음.그렇게 풀업을 마치고 버스타고 선영이네집 가는데 그때서야 나도 긴장되기 시작했다.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갑자기 현실감이 막 뚝뚝 떨어졌음. 처음 여장할때만해도 어색해서 울던 놈이 좀잘 대해준다는 이유때문에 여장하고서 남들 술판에 어거지로 간다고 생각하니까 급 미안해지드라...

혜정이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혹시 내가 가는게 싫으면 다음에 내린다고 했는데 별 대답없다가 '그냥 한번 가'라고 하더라...내가 안절부절 못하니까 약간 짜증내하는거같았음.지금 내가 읽어도 짜증나는데 당사자는 어땠겠냐; 아무튼 선영이네 집 도착하니까 이미 다른 반 남자애들은 와있었음. 한명은 아는애였고 나머지는 전부 모름. 혜정이는 그냥 나를 아는 애인데 심심해해서 데려왔다고 둘러댔고 키작은 여자애는 자기만의 비밀을 알고 있는게 영 쑤시던지 계속 쪼갰다.

제일 덩치가 큰 남자애가 나한테 몇반이냐고 물었는데 이과라고 대충 넘어갔음. 목소리 자세히 듣고 곱씹어보면 완벽한 여자라곤 할수 없었는데 이떈 그냥 넘어감. 문제는 내가 온지 얼마 안되서 생김. 안마의자에 앉아있던 파마머리 놈이 있었는데 얘가 나 가리키면서 '이 ㅅㄲ 그 게이ㅅㄲ아니냐'는 식으로 몰고가기 시작한거임. (멍청하게도 나는 화장을 다르게 해서 모를거라 생각했지만 가발은 그대로였던거임)

혜정이는 그냥 웃긴 해프닝으로 넘어가려고 일부러 웃는척 하는데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져갔음. 이 남자애들도 평소에 날 정신나간 **게이놈으로 인식하고 있었던듯해. 덩치 큰 애가 나한테 '이과?'라면서 오는데 진짜 정신 번쩍 들었다. 근데 후회하기 너무 늦었음. 이미 쭈뼛거리면서 서있는 내 앞에 그 덩치가 와서 '너 왜그러고 사냐'면서 시비조로 들어오기 시작했음. 

무서워서 그냥 간다고 했는데 못가게 하드라. 스킨헤드 성님의 정신을 이어받았는지 날 경멸하는 목소리로 '여기 와서 남자애들 자지한번 빨아보려고 왔냐', '게이할거면 우리 말고 다른 **들이랑 하라'면서머리 계속 세게 쳐댔다.ㅈ됐다 싶었다. 여자애들은 '왜 그래~'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것 같았는데도 나아지는건 없었음. 남자애들중에 키크고 안경쓴 애가 그만하라고 말리는 어투긴 했는데 적극적이진 않았다.

덩치큰 걔는 욕하면서 발로 내 ㅂㄹ을 걷어차면서 '십게이ㅅㄲ'라면서 쌍욕이란 쌍욕은 다했음. 내가 치마 가랑이사이 붙잡고 쓰읍 거리면서 아파하니까 '자지 안뗐냐'면서 엄청 때리기 시작했다.발로 차이고 배도 얻어맞고 많이 맞았다. 근데도 그와중에 든 생각은 나때문에 기분 망쳤을 혜정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얼굴 싸대기 세게 쳐맞고 날라가는데 진짜 싸대기 크게 맞으니까 한쪽 귀가 멍해지드라... 맞아본적도 별로 없어서 이정도로 아픈지 몰랐었던듯...그 상태로 10대 더 얻어터지고 코피까지 나올때쯤에 난장판되면서 겨우 기회봐서 모르는 여자애따라 도망쳐 나왔다.

지금생각하면 그게 그정도로 얻어터졌어야할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워낙 거지같은 학교라서 ㅇㅂ애들처럼 성소수자애들만 보면 물리치료를 해주고 싶어하는 애들 천국이었을지도 모름...어쨌든 맨발로 도망쳐나와서 벽에 기대고 거의 탈진한 상태로 앉았다. 경찰에 신고해야하나 싶기도 했는데 괜히 아버지 귀에 들어갔다가 진짜 육편될 바에는 그냥 묻어가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다.

아직도 그때 기대서 울었던 빨간 벽돌담이 기억난다. 어딘지도 모르는 처음와보는 동네인데다가 발목양말바람으로 뾰족한 아스팔트 뛰어서 발에선 상처가 나고 가발은 산발이 되서 군데군데 뽑힘.내 모습을 내가 상상하니까 눈물이 자동으로 막 흘러나왔다. 괜히 내가 오지 말아야할 곳에 왔다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는 온갖 민폐끼치고 나는 나대로 쳐맞고.근데도 그와중에 혜정이 교복에 코피 안묻게 하려고 그 추운날에 팔 걷고 손가락으로 코 막고 울었다. 하...

한참 혼자서 울다가 이제 괜찮은가 싶어서 일어나서 가려고 하는데 혜정이가 내 신발들고 나와줬음.혜정이가 미안하다면서 신발 내려놨는데 눈물 계속 줄줄 나더라.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있으니까 너무 서러웠다. 손은 코피때문에 엉망이고 가발은 귀신마냥 산발인데다가 양말에도 피 묻어있고.확실히 좋아하는 사람 한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지...

혼자 일어섰을땐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혜정이 얼굴보니까 갑자기 미안한 감정이 마구 겹치면서 엄청나게 서러웠어.
그때 또 울었다. 쪼그려앉아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는데 혜정 얘도 약간 울먹거리면서 '니가 뭐가 미안해'하는데 진짜 죽고 싶었다...한참동안 혜정이 얼굴 볼 낯이 없어서 고개숙이고 있다가 혜정이가 '집에 가자'라고 해서 말없이 일어서서 그냥 따라나옴.ㅠㅠ

신발 구겨신고 혜정이 뒤따라서 가는데 그때 얘가 손잡아줬다. 난 이런 ㅄ같은 모습 다보여주고 나서도 손잡아주는 혜정이가 너무 고마웠고 은연중에 이게 그린라이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정신 못차린거지...길가다가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내 모습보고 무슨 일 벌어졌는지 알고 '학생 왜 그래?'라면서 물어봤는데 그냥 넘어져서 그렇다고 둘러대고 혜정이 손만 바라보면서 갔다. 근데 혜정이 집에 누구 있어서 교복 못돌려주고 다음에 돌려주기로하고 그대로 입고 집에 옴ㅋ 

부모님 집에 안와서 혜정이 교복 입은상태로 약바르고 밴드붙인 다음에 혜정이 손 감촉 떠올리면서 딸잡았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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