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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나는 왜 남성성을 포기했는가에 대한 썰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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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끝나기 직전까지 열번?은 더 만났던거 같다. 물론 만날때마다 똑같은 소리하면서 오늘 엄마아빠가대판소리질렀다 어떡하면 좋냐, 어떻게 해야될거같냐는 식의 똑같은 말만 무지하게 들었지...놀자는 명목으로 만나서 정작 하자고 한건 1~2시간이고 나머지는 공원이나 (겨울이라 자주 안갔음) 카페가서 온종일 위로해주고 들어주고 공감해줘야 했음...

그래도 난 너무 좋았다. 혜정이 손 만질수 있었거든ㅋㅋ 내가 '어떡해'...하면서 손 잡으면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줬음. 개꿀이었지만 솔직히 손 만지면서도 어딘가 슬펐다. 결국 얘는 내손을 이성으로서 받아준게 아니라 같은 동성친구로서 받아들였다는게 보였으니까

개학되기 이틀전에 한번 더 만났는데, 그때는 얘도 내가 많이 편해졌는지 만날때 대충하고 나오더라. 어그부츠도 안신고 그냥 요앞에 나갈때 신는 신발신고 나왔음.그럴수록 점점 얘와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커져만가는거같아서 속만 까맣게 타들어갔음... 나는 점점 얘한테 완전 친구로 녹아가는구나 싶어서 존나 슬펐다.어쨌든 그날 만났을때가 내가 본의치않게 '그나마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남성성'을 완전히 놓아버린 계기가 됐다.

그날은 문자로 기분전환할겸 영화 보러가자고 왔음. 타운?이라는 강도영화였던걸로 기억함. 조선명탐정보자고 그러는데 딱봐도 개노잼인게 눈에 훤해서 내가 떼써서 타운보기로 함ㅋㅋ 나는 혜정이랑 처음으로 영화 보는거니까 나름 멋스럽게 입고 나가려고 했는데 얘가 '갈아입기 편한 옷입고 우리집으로 와'라고 덧붙이더라.집에 있는게 싫어서 나랑 만나는거 아니었나싶어서 내가 문자로 너네 집은 왜?라고 하니까 서프라이즈있다고 빨리 오라고 했음. 

불안불안해하면서 걔네 집으로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얘가 택배상자를 나한테 덥석 주더라. 뭐냐고 물어봤는데 혜정이는 계속 '열어봐'라고만 함.열어보니까 가발... 그때 술판에 어거지로 낑겨들어갔을때 쳐맞을때 원래 샀던 가발 다 망가졌었거든. 그래서 나름 보답이랍시고 가발을 준비해온거였음.

그때 만감이 교차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감이 안잡혔음. 마음속으론 '아 얘랑은 죽을때까지 못 사귀어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겉으론 상처안주려고 감동한척함.......ㅋㅋ자연스럽게 나는 오랜만에 풀업을 하게 됐다. 다시는 안하겠다고 다짐했는데 가발선물하나에 다시 하게 됐다는게 스스로도 우스워서 웃음이 났음ㅋㅋ

그리고 여전히 혜정이가 메이크업 가르쳐준다고 내 얼굴에 이것저것 바르고 그릴때 밀착할땐 내 밑에가 꼿꼿이 섰다...... 안들키려고 일부러 다리 오므리고 팔깍지 낌. 혜정이가 다리 왜그러고 있냐고 뭐라고 하길래 차마 '발기했으니까'라고 할 순 없어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는데 지금다시 생각해봐도 골때림.'나 언니 동생할래'라고 했다ㅋㅋ

자세가 의자에 발 올리고 깍지 낀것 같은 자세였거든ㅋㅋ 그걸 바닥에서 그러고 있으니까 내 스스로 약간 애기?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개드립을 쳤던거 같다. 마음속으로 졸이면서 혜정이가 정색빨면 어쩌지했는데 하도 황당했는지 다행히도 빵 터져줬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이상할게 없는 자세였었고 혜정이도 그냥 내가 여성스럽게 자세하고 있는게 신기해서 물어본거 같음... 항상 흑역사는 몇년이 지나서 떠오름 ㅅㅂ)

어쨌든 머릿속으로 그때 당시에 유행했던 합필갤 필수요소 생각하면서 발기 가라앉혔다. 뚝배기 심영 이런거 떠올리면서 겨우 자세 풀었음. 아싸 + 왕따 + 디씨충 삼관왕 쩔지?혜정이가 빌려준 옷까지 마저입었는데 여기에 내가 입고온 파카 입으니까 영 핏이 안살더라... 근데 그때가 유난히도 추운 때라 안입긴 힘들었음. 혜정이도 가장 두꺼운 옷은 자기가 입어야 했고 남는 옷중엔 따뜻한 외투가 없어서 결국 내꺼 입어야했음.흰티에 얇은 보라빛 감도는 남색 카디건입고 그 위에 파카 입으니까 진짜 이상한 조합이었다. 게다가 파카는 주황색... (아빠꺼였다ㅠㅠ)

암튼 영화 대충 보고 나왔는데 혜정이가 그럭저럭 재밌어해서 안도했음. 그 다음엔 늘상 그랬듯이 저녁먹을겸혜정이 상담해주려고 앉아있을만한 곳 찾아서 들어갔음. 국수집. 아니면 라면집...가물가물함국수 시키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혜정이가 그날 나에게 존나 충격적인 얘기를 했음.'너 남친있냐'고....내가 황당해하니까 얘는 오히려 나한테 부끄러워할 필요없다고 요새 누가 그런거 가지고 뭐라고 하냐고 얘기하는데 면전에다가 대놓고 묻고 싶었다. 그럼 나는 왜 학교에서 그렇게 엿같은 생활을 해야했고 그날 그렇게 처맞아야 했냐고...당연히 그러진 못했다. ㅋㅋ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왜그렇게 미련했는지 모르겠어.

차라리 속시원하게 고백했다면 거절당할 확률이 그렇게 높았을지언정 속만 그렇게 태우지 않았을텐데... 아무튼 인생살이중에 제일 속타는게 오해인거 같다...여튼 내가 펄쩍펄쩍 뛰면서 무슨 남친이냐, 나 그런 애 아니다 라고 말했는데 혜정이가 괜찮다고 다 털어놓아도 된다고 얘기하니까 미칠지경이었음. 없다고 얘기하니까 얘는 한번 쓱 웃고 나중에 내가 남소해줄까 하면서 묻는데 하늘이 무너지는거 같았음.관심없다고 끝까지 박박 밀고가려는 참인데 얘 얼굴이 점점 어두워져가는게 보였다. 딱봐도 '나는 너한테 우리집 얘기도 하고 다 터놨는데 너는 왜 안그러는거냐'는 표정이었음. (내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일종의 답정너였음.

결국 '나---중에 남소받기'라고 합의보고 나서 이 얘기는 일단락 됐다. 말도 안되는 얘기같지만 진짜남소받기로 했었다. 내가 '누가 밑에 달린 애 좋아하겠냐'고 물었는데 혜정이는 개의치 않아했음..... '떼면 되잖아'라고...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애가 좀 제멋대로였던 감이 있다. 누구 맘대로 내 꼬추 잘라가노;암튼 충격파가 너무 컸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혜정이한테 고개 기대서 바깥풍경 멍때리면서 보는데 뇌 회로중에 어딘가가 타버린거 같았음. 

생각해봐라. 니가 좋아하는 애 손도 잡고 어깨에도 니 머리 기댈정도로 스킨십이 허용이 되는데 그게 순수하게, 속된말로 'ㅂㄹ친구'한테 허용하는 범위였다고 생각해봐. 그것도 나중에 통수를 맞아서 안게 아니라스킨십 하는 당시에 니 스스로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봐.그건 진짜 슬픔을 넘어서 마음속에 검고 딱딱한 뭔가가 커져가는 느낌임.

다른 사람들 같으면 좋으면서도 더 다가갈수 없는 거리라는게 느껴지면 스스로 자제도 할법한데 나는 도저히 그러질 못했다. 사실 반한 여자애들도 몇명 살아오면서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워진 짝사랑 상대는 없었거든. 이래봤자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내 스스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는데 결국 나는 마음이 이성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혜정이랑 손잡는것만으로도 그날은 딸이 가능(ㅋㅋ)했고 버스탈때 자는척하면서 고개를 기대도 동생대하듯이 받아들여주는거에 점점 중독이 돼갔던거같음.그리고 집에 오고 나서 이 모든 경험들에 대해서 곱씹고 있다가 그게 중요한게 아니란걸 깨달음.개학이 이틀 남은 시점이었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로 돌아가면 답이 없었다. 진짜 심하게 패닉에 빠져서 '나름 행복한 방학 보냈으니까 이제 자살할까'같은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근데 그 와중에도 혜정이한테 고민 얘기할 생각은 안했다... 괜히 내 얘기 꺼냈다가 안그래도 자기 문제로 골치아플텐데 더 머리아파할거같았거든.과거의 내가 참 미련해보인다. 멍청한건지... 그땐 내가 너무 걔를 사랑했던건지...;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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