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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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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el 조회수 : 1611 좋아요 : 0 클리핑 : 0
친하게 지내는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열살 터울 정도 나는,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인데 서울에서 지낼 당시에는 가끔 만나 밥먹고 술먹고 잡담하는 그런 사이였고 지금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간간히 안부 묻고 말벗하는 사이죠. 레홀에서 기대될만한 그런 사정이 있는 관계는 아니고 그냥 친구로 지내죠.

최근 이 여자아이는 각별하게 생각하던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꽤나 상심했던 차인데 난데없이 폭행 맞고소 건에 대해 묻더군요. 아마 쌍방폭행으로 걸거나 무고 아니겠느냐, 그래 답하고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 여자아이의 초등학교 동창인 아이가 동거남에게 두들겨 맞았고 경찰에 신고해 조사가 들어간 상황에서 동거남이 맞고소를 걸었다 그런 이야기더군요.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손찌검이라면 멍이 들겠지만 찰과상 내지 열상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혁대 따위로 갈겼다는 것이죠.

좀 더 들어보니,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에 얹혀 살면서 쌀축내고 술퍼먹고 게임하고 직업은 없는 백수 놈팽이였더랍니다. 거의 십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그렇게 지내서 피해자는 지인들에게 도망가기도 했다가 돌아가길 반복하고 너무 힘들어지면 다시 지인들에게 연락하길 반복했고 그러다보니 지인들이 다 진절머리를 내며 연락이 끊기고 그랬답니다. 집안사정이 어떻느냐, 통속적으로 불우하지요. 유산이 있었고 성관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때리고 응해도 못생겼다고 때리고 배를 걷어차고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고 그랬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맞고소하겠다는 으름장을 통지받고는 두려워 여자아이에게 피신을 요청했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오락가락하여 가겠다고 했다가 그냥 남겠다, 죽이기야 하겠냐며 갈팡질팡. 답해주었습니다, 그 피해자는 머잖은 시간 안에 변사체가 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고.

그렇다면 여자아이가 직접 그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데려오겠다고 하더군요. 만약에 갔는데 가해자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물으니 나뭇가지라도 들고 가겠다고 하여.... 한숨을 쉬고는, 아무리 게임 폐인이라고 해도 여자를 도구를 써서 두들겨패는 놈이고 네가 나뭇가지 들었다고 대적이 되질 않는다, 눈에 빤히 보이는거죠. 눈 질끈 감고 나뭇가지 휘적이다가 제압당하는, 하여튼 그래서 내가 동행하겠다 하고 서너시간을 기차타고 차타고 갔습니다.

여자아이는 그 사이 피해자와 접촉에 성공해서 상해진단서 끊고 정신과 상담받고 성폭력 구제센터에 조력을 구하고 경찰서에서 진술하고 법원에 접근금지명령 신청하고... 하루 사이에 불안해하는 피해자 어르고 달래가며 그래 했습니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동행하며 주변 살펴주고 문 앞에서 기다려주고 그런 정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피해자는 이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가해자가 나를 때리긴 했지만 병원도 데려가주고 약도 주고 그런 것만 빼면 나쁜 사람 아니라며. 나중에 여자아이는 제게 말하길, 그 아이는 성노예였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피해자를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정서적으로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피해자의 집에 가서 당장 피신하는데 필요한 옷가지니 생필품 따위를 들고 나오는데 오빠가 사준거다 하며 악악대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피신을 한다, 집에 있겠다를 번복하고 설득하고 여자아이는 피해자에게 빌기까지 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며, 화딱지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나도 없는 시간을 내고 귀한 돈을 써가며(필요한 경비를 대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도와주러 왔는데-, 아주 아주 아주 심하게 아픈 친구구나 되뇌이며 참고 겨우 피신시켰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피신한 다다음날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여자아이의 연락을 피해자는 차단해버렸더군요. 이건 여자아이에게도 해준 말인데, 그 피해자가 제정신이라면 가해자의 살점을 씹고 싶다는 식으로 증오해아 할텐데 애먼 네게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피해자가 여자아이에게 밝힌 저간의 피해사실과 상흔들을 볼적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런게 스톡홀롬 신드롬인가 싶더군요.

서로 학대하지 마시고 가스라이팅하지 마시기 바라며, 특히 피임은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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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39세 2023-02-12 10:02:49
불쌍해…
평생 하루를 진짜사랑 한번 못 받아보고 사는 팔자같아요
russel/ 일단 지금 당장은 사랑을 찾기보단 스스로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그네 2023-02-11 17:08:07
이별에도 때가 있는 법인데 그 타이밍을 놓치신 경우 같네요 결국 그런 지옥같은 상황에 어느덧 익숙해지신 건 아닌지  참 안타깝습니다.
russel/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을거에요. 이별이고 자시고를 따지지를 못할 만큼 불우한 배경의 친구라서 가해자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더군요. 일반적인 연애하고 헤어지고 이런 내러티브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 같더랍니다.
나그네/ 가정 형편이 원만치 않을수록 파트너를 고를 때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다 보니 그 파트너와의 관계도 가정 형편 만큼이나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구요
russel/ 그래서 그 아이 돌보는 지인에게 산부인과 데려가서 임플라논 시술 꼭 받으라고 했습니다. 가해자와 관계가 정리되도 남자를 만나게 될 것 같고 별로 좋은 남자 만날 것 같진 않고 그런 상황에서 애라도 생기면 또 큰일이니까요.
사랑은아아 2023-02-11 16:18:18
이런~ 고생하셨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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