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불평등 사회에서 평등 사회로 옮겨가면서 남자들은 심한 갈등을 경험한다. 예전에는 여자를 임신만 시키면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여자들 스스로 자신의 성욕을 인정하고 오르가슴을 통한 성적 만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면 짜증을 내고 은연중에 남자를 무시한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은 어떻게든 여자를 만족하게 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은 노력했는데도 여자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면 남자로서의 자격을 잃은 것처럼 열등감에 빠져서 기가 죽게 된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섹스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남자들이 ‘결혼한 여자라면 낮에는 얌전한 요조숙녀였다가 밤에는 요부가 돼야 한다’고 말하겠는가. 여자들은 섹스할 때조차도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것은 변함이 없다. 단지 시대가 바뀌면서 여자도 성적 만족을 느껴야 한다는 것만 깨달았을 뿐이다.
 
결국 남자들은 예전처럼 혼자 알아서 섹스해야 하고 거기다가 여자까지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커졌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성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섹스는 음란하고 퇴폐적이라고 낙인이 찍혔기 때문에 아직도 성 지식을 말하면 저속하고 문란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성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지적 동물이기 때문에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삽입 섹스로 여자를 만족하게 해야 하니 어려운 것이다.
 
사실 섹스는 서로의 관계를 발전시켜주는 근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만족하게 하는 것은 접촉을 통한 육체적인 즐거움과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관계란 서로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남자들만이 여자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성적인 문제가 생기게 되면 모두 남자의 잘못인 것처럼 말한다. 섹스를 주도하는 것이 남자이다 보니 섹스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남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페니스를 확대 수술을 하고 비아그라까지 먹으면서 섹스를 한다. 그렇다고 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어쩌면 이런 문제는 이미 예견된 것인지 모른다.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에서 ‘두 성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일반화하는 규칙, 즉 특정한 성(性)이 다른 성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규칙은 그 자체로 잘못이다. 오늘날 이러한 규칙이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성의 억압은 여자의 사회적 신분상승을 막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여자의 성욕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섹스는 ‘종족 번식’을 위해 하는 것으로 말해왔다. 그러면서 성 지식을 차단하고 섹스는 남자의 전유물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성의 억압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성에 대해 무지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남녀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성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아직도 가정에서 남자와 여자의 불평등한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섹스할 때도 남자가 주도적이어야 하고 여자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섹스를 하고 나서 만족하지 못하면 불만을 말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남자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여자들이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은 부부관계에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성적 무지로 인해 불만만 있지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 오랫동안 지배해온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여자에 대한 억압은 가족간 소통을 방해해 남자의 인격적 성숙을 가로막고, 사회적으로는 자유로운 경쟁의 기회를 빼앗아 발전을 지연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불의不義는 당사자인 여자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이 능력을 발휘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남자들까지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성적 불만은 가족 간의 소통을 방해한다. 남자는 성적인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고압적인 자세로 억누르려고만 하고 여자는 성적 불만을 짜증으로 표시한다. 결국 부부 사이가 적대적인 관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전생의 원수가 부부로 만난다’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만약 부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올바른 성 지식을 습득하고 서로 보완적인 섹스를 할 수 있다면 성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여자들이 성적 능력을 발휘에서 남자의 성적 감각을 깨워주면 지금처럼 페니스에 한정된 쾌감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쾌감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황홀한 것이다. 이런 경험은 배우자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난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들은 자신의 발기력이나 조루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여자를 억압하고 있다 보니 여자들이 능력을 발휘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남자들까지 모두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자들도 성 지식을 가지게 되면 전희만으로도 여자를 만족하게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성적 감각에 깨어나면 여자는 쉽고 빠르게 성적 만족을 할 수 있다. 그것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황홀한 만족을 말이다. 남자들이 이런 섹스를 한다면 여자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섹스는 남녀가 불평등한 관계에서는 절대로 만족할 수 없다. 부부가 서로 협력해서 성적 성장을 도울 수 있을 때만 충분히 성적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까지 사람들이 성적인 문제로 갈등하고 불행하다고 느낀 이유는 ‘성적 무지’와 ‘남녀 불평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