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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없는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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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드 퍼슨>
 
다산(多産)을 국가과제로 여겼던 왕조시대에는 태자의 성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 왕실은 춘화도와 음란기구를 성교육 교재로 제작했다. 신라에는 색공지신(色功之臣)이란 특별한 벼슬까지 있었다. 법흥왕과 그의 이복동생 세종, 진평왕을 비롯해 화랑의 우두머리였던 사다함과 애정을 나눈 미실이 바로 색공지신 집안 출신이었다. 일종의 ‘성애교사’였다.
 
백성들도 활달한 성생활이 다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여겼다. 세시풍속에 그런 믿음이 반영됐다. 정월 대보름은 연인의 날로 청춘남녀가 탑돌이를 하다 눈이 맞으면 즉석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정월 들어 처음 맞는 쥐의 날(上子日)에는 부녀자들이 방아를 찧었다. 밤중에 방아를 찧는 행위는 성행위를 암시한다. 또 용의 날(上辰日)에는 용란을 떴다. 천상에 있는 용이 하강해서 우물에 알을 낳는 날이니 이 물로 밥을 지어 먹으면 용의 정기를 받은 자손을 얻는다고 믿었다.
 
적어도 우리네 성문화는 이처럼 밝고 건강했다. 그러나 요즘엔 섹스리스(sexless)라는 위기에 빠져있다. 최근 2개월 동안 부부관계가 월 1회 미만이거나 한 달 동안 부부관계가 전혀 없을 때 섹스리스라고 부른다. 전체 부부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대 신혼부부에까지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치료에 인색하다는 점에 있다.
 
성에 개방적인 서양에서는 약물 및 수술치료는 물론이고 커플상담이나 섹스치료까지 거리낌 없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피곤하고 재미가 없어 안 할 뿐’이라며 거의 치료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의 벗은 몸을 보고 흥분되느냐’거나 ‘가족과 하면 근친상간’이라는 농담을 하며 오누이나 친구 같은 유대감만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한다.
 
섹스리스로 인한 이혼율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혼전문 변호사나 가정법원의 조정위원들은 ‘이혼 위기의 70∼80%는 섹스리스’라는 주장을 편다. 지난해 이혼 사유 1위인 성격 차이(5만7801건)와 3위인 배우자 부정(1만351건)의 근본적 원인이 섹스리스라는 것이다. 성격 차이는 ‘성적(性的) 차이’라는 해석이다.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섹스리스로 불화를 겪다 외도와 별거를 거쳐 결국 이혼에 이른다는 뜻이다. 치료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부간 섹스리스나 성 트러블은 결국 성으로 풀어야 한다. 부부관계도 궁극적으로는 남녀관계다. 활달하고 원만한 성생활을 통해 친밀도나 애정이 유지된다. 따라서 삽입 위주의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부간의 솔직한 성대화가 필요하다. 서로 솔직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애무법과 체위 등을 털어놓고 삽입보다는 부드러운 스킨십으로 서로의 몸과 마음을 이해해 간다면 신혼 때처럼 설렘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김재영 원장
퍼스트 비뇨기과 원장
ISSM(세계성의학회) 정회원 / KBS, MBC, SBS 방송 다수 출연
http://www.first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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