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섹스를 잘 아는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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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둘로 잘린 소녀]
‘남자는 섹스를 모른다.’ 이 말을 들으면 ‘여자는 섹스를 더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여자는 섹스를 모른다. 그래서 섹스를 할 때 여자는 남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어떻게 보면 섹스를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용기다. 그런데 남자는 섹스를 안다고 말하고 자신이 주도해서 섹스를 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어려서부터 남자다워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왔다. 남자답다는 말은 여자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고 여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힘들고 궂은일은 앞장서서 해결하려고 한다. 섹스를 할 때도 남자가 리드를 한다. 그래야 남자답기 때문이다. 여자 역시 남자의 그런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남자라고 해서 특별히 성교육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남자의 성경험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 관대할 뿐이다. 성경험이 있다 해서 성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몇 번의 성경험으로 자신이 섹스를 매우 잘 아는 줄 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몹시 당황한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정말 잘 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몹시 실망한다. 남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잘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이때 하는 것이 바로 변명과 핑계이다. 남자가 당황해서 여자에게 변명과 핑계를 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에게 ‘다음엔 잘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오늘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오늘 왜 이러지?’ 라고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분노를 자기 자신에게 돌리기에는 자신이 너무 불쌍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는 안 그런데 왜 너만 그러냐?’고 하면서 여자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여자의 약점을 찾아 자신의 능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것도 되지 않으면 섹스 자체를 피하기 위해 섹스를 밝히는 여자로 만들어 비난을 하면서 자신은 섹스에 관심이 없다고 포기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를 보면서 성행위를 배운다. 그래서 섹스라고 하면 포르노에서 본 성행위를 먼저 떠올린다. 이런 포르노를 음란물이라고 막기 위해 성생활에 꼭 필요한 성지식도 막고 있다. 음란물은 불법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성지식은 막으면 법대로 규제를 받는다. 이런 모순 속에서 남자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섹스가 아니라 자기 능력을 키우는 수련법이나 현란한 테크닉이 전부이다. 어떻게 보면 섹스는 능력이 아니다. 사랑일 뿐이다. 물론 사랑도 어느 정도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렇다고 능력만 있다고 사랑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그래서 비아그라나 프릴리지와 같은 약에 의존해서 능력을 키우려고 하거나 의사들 말에 현혹되어서 수술을 받기도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남자라 해도 섹스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변명과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여자가 아프다고 하면 ‘처음에는 다 그렇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성기가 커서 그렇다고 착각을 한다. 그리고 오래하기 때문에 질 액이 마르고 아프다고 하면 다른 여자는 좋다고 하는데 너만 그러냐고 화를 낸다. 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섹스를 하면 재미있느냐는 것이다. 솔직히 섹스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큰 성기로 여자를 아프게 하고 오래해서 질이 고통 받게 만들고는 여자에게 이겼다고 자신감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섹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힘자랑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힘들게 섹스를 했는데도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면 ‘여자는 적어도 3년 정도 섹스를 하거나 아이를 한둘 낳아야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처음부터 오르가슴을 느끼면 마치 성경험이 많은 여자로 오해를 한다. 그리고 3년이 지났는데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면 불감증이라고 말하면서 비난을 하며 모든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긴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보다 섹스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사실 남자가 아는 것은 질속에 삽입해서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 얼마나 강하게 엉덩이를 움직이느냐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여자 역시 그 정도는 한번만 해보면 알 수 있다. 그 밖의 내용은 똑같이 모른다. 물론 전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다고 전희가 섹스에 큰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자는 남자에게 능력껏 자신을 만족시키라고 말한다. 잘 아는 사람이 알아서 만족시켜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남자는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니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고 다른 남자들보다 못한 것 같아서 패배감마저 느낀다. 그래서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면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짜증과 화는 여자에게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향한 것이다. 사실 양쪽 모두 섹스를 모른다고 하고 같이 배우면 된다. 알고 보면 섹스는 참 쉽다. 그런데도 끝끝내 자신이 섹스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을 심어 놓다보니 섹스를 모른다는 것은 남자임을 포기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포기하면서까지 변명, 핑계, 비난, 공격으로 남자다움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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