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남자 혹은 여자와 자봤는가?
이건 많고 적고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자봤냐고 묻는 것이다.
그 사람을 사랑했나? 그 사람도 당신을 사랑했나? 환상적인 섹스를 나누었는가?
이제 막 스물네 살이 된 나는 지금까지 여섯 명의 남자와 잤다.
첫 번째 남자는 정말로 사랑했고 어려서 스킬도 뭣도 몰랐지만 사랑하니까 잤다. 처음으로 보는 물건이라 큰지 작은지, 굵은지 얇은지도 몰랐다. 자기 말로는 크다니까 큰가보다 했다. 어리고 힘도 좋으니까 열정적으로 잠자리에 임했다. 물론 스킬이 좋은 잠자리는 아니었다. 그냥 그쪽으로 학구열(?)도 있고 사랑하니까 좋았다.
그때, 사랑을 나누는 게 어떤 말인지 이해는 했지만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잠자리 패턴이 같아지자 지겨워졌다. 그래도 첫 번째 남자를 만날 때는 '아 정말 속궁합도 잘 맞고 괜찮은 남자를 만났구나'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남자와 헤어지고 두 번째 남자를 만나고 나서야 ‘아 내가 완전히 잘 못 생각했구나’ 했다.
두번째 남자는 첫 번째 남자보다 나이가 4살 더 많았다. 하지만 첫 번째 남자와 비교하자면 여자경험이 아마 10배는 더 많았을 것 같다. 두 번째 남자는 능글맞게 5살 어린 나를 침대에 눕혔다. 두 번째 남자는 첫 번째 남자랑 사이즈가 비슷했다. 하지만 스킬 면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좋았다. 속궁합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헤어지고도 잤었다. 이미 내 성감대와 좋아하는 체위를 다 아니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남자와는 흔히 말하는 SP가 되었다.
암튼 두 번째 남자와 관계를 끝내고서 세 번째 남자를 경험했다.
세 번째 남자는 두 번째 남자보다 1살인가 2살 더 많았다. 나이가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원나잇이었기 때문이다. 취했었고 그 당시 몸이 외로웠다.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사이즈는 아담했고ㅋㅋ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완전히 딱딱하지도 않았다. (그게 나이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하기는커녕 관심도 없었고 그 후로 데이트 몇 번은 했으나 세 번째 남자는 최악의 데이트라는 명예를 가져가고는 차단당했다.
네 번째 남자는 세 번째 남자와 나이가 비슷했다. 나는 네 번째 남자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좋아할만 할 때 끝났다. 잠자리 때는 주로 술에 취해 있었다. 사이즈는 세 번째 남자 보다 약간 컸다. 역시나 나이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완전히 딱딱하지 않았다. 감흥도 없었다. 스킬은 뭐 말하기도 싫다. 뭐 그렇게 네 번째 남자도 끝이 났다.
다섯 번째 남자는 나보다 2 살 많고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잤다. 그게 내 알 바는 아니었다. 그냥 그 여자친구가 불쌍했다. 이런 놈을 남친으로 믿고 사귀고 있는 게. 그 후로도 자주 다섯 번째 남자는 자자고 졸랐다. 여자친구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바람피우는 남자를 쓰레기로 치부하는 나는 지금도 이 사람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세, 네, 다섯번째까지 연속으로 사랑없는 섹스기간을 지낸 후라 그러고 싶진 않았다.
여섯 번째 남자는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에 나이도 제일 많고 사이즈가 제일 작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찾아온 것이라 처음엔 사이즈와 잠자리에 너무 실망했지만 이후에 그것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 남자를 좋아하는 감정을 확인하고 나서는 오히려 나에게 딱 맞는 사이즈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섹스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 남자의 부족한 스킬이나 사이즈 때문이 아니었다. 여섯 번째 역시 일방향적인 감정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그쪽의 일방향이 아니었다. 내 쪽이었다.
이제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본론이 나온다.
첫 번째, 두 번째 남자는 사랑한 사람이었다. 좋은 섹스를 했고 사랑을 나누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남자는 일방향적인 감정을 가지고 (물론 그쪽이었다.) 별로였던 섹스를 했다.
다섯 번째 남자는 둘 다 감정이 없었다. 당연히 별로였다.
여섯 번째 남자는 오랜만에 내 감정을 일게 한 남자였지만 내 쪽의 일방향적인 감정이었다. 우린 사랑을 나누지도 못했고, 별로였다.
남자의 경우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여자의 경우엔 감정이 없으면 완전히 좋은 섹스를 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말하는 좋은 섹스는 그냥 오르가즘만 느끼는 섹스가 아니다.
사랑을 나누는 걸 말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 누. 어 야 하듯이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는구나'를 스스로 알고,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는구나'가 확실히 느껴지고 그걸 믿어야 환상적인 섹스를 할 수 있었다. 오르가즘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때의 그건 환상적인 섹스였다.
물론 마음 없이도 키스할 수 있고 섹스할 수 있다.(특히나 나는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 없는 스킨십이 그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외로움을 진정으로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그건 일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쪽도, 없는 쪽도 마찬가지다.
나는 두 번째 남자 이후로 여섯 번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사람을 좋아해 본 지가 1년이 넘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제발 누구 좀 좋아하고 싶다고, 못생기든 잘생기든 상관없고 짝사랑이라도 좋으니 누구 좀 좋아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곤 여섯 번째 남자를 만나면서 그 말을 후회했다. 짝사랑 같은 관계를 중학교 때 이후로 오랜만에 겪으니 너무 외로웠다. 이런 을의 관계를 오랜만에 겪으니 그 동안의 나와의 관계에서 을이었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미안해진다.
특히나 전 남친은 내가 그만 만나자고 하던 날 나에게 말했다.
'너도 네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 만나보면 내가 생각날 거야'
그렇다. 생각난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 생각나는 게 아니다. 미안해서 생각이 난다.
내가 그 사람에게 왜 더 잘해주지 못 했을까, 왜 좀더 생각해주지 못 했을까 하고 너무 미안해서 생각이 난다. 친한 친구는 내가 벌을 받는 거라고 했다. 이제까지 내가 무시한 그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지금 벌로 받는 거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직접 겪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그 사람들이 그때 느꼈을 그 감정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겠지…그래도 내 쪽의 일방적인 감정이라고 자꾸 느껴지니 내 감정도 커지지는 않는다.(커질 수 는 있는데, 그럴 촉매제가 없다랄까)
더 좋아하고 싶다. 더 많이 좋아하고 싶다.
너무너무 외로운 날씨의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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