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센스> 중
우리는 지나치게 애무와 섹스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즐겁게 만족스럽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테크닉적인 면이 섹스 담론에 있어 가장 첫 번째이자 우선이다. 그런데 실제 섹스에 있어선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우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그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인지 전혀 성욕이 생기지 않는 기분이야.'
이처럼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요즘 상대방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둘 사이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상대방은 나를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 그로 인한 나의 감정은 어떠했는지 내 자신도 느끼지 못한 사이에 쌓여온 사소한 심리적 축적물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정적인 축적물들이라면 당연히 우리 몸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거나 흥분이 되지 않는다거나 평소에 없었던 성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한 영향의 관계가 매우 미묘하기 때문인지 우리는 자꾸만 그 답을 몸에서만 찾으려 한다. 내 몸이 이상한가? 나와 그의 흔히 말하는 속궁합이 맞지 않는 걸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심리 상태와 훨씬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알몸대화가 필요하다.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를 한 후라면 더더욱! '넌 어떻게 해주면 좋아?' 이런 식의 질문은 이 대화에서 필요하지 않다. 우리의 문제가 몸에만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보자.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눈을 바라며 대화를 하는 것이다. 평소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주 솔직하면 좋을 것이다. 이것저것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혀 섹스와 관계없는 우리 둘 사이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나의 섹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주범일 수 있다.
"그 때, 너가 내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어. 생각해보니까 너는 내 말을 한 번도 주의 깊게 들어주지 않았던 것 같아. 난 항상 너가 내 일에 무관심하다 느껴졌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평소 내 말을 새겨듣지 않았던 상대방과 섹스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이 들것이다. 하지만 상관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이렇게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해, 내 마음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분을 안겨주었던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방은 그것을 말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들어주고 말이다. 이런 대화가 오고가면 정서적으로만 더 가까워질 거라 착각하겠지만 바로 이 알몸대화는 거기서 더 나아가 더 즐거운 섹스의 '필살기'가 되어줄 것이다.
알몸대화는 별 게 아니다. 한 오라기의 옷도 걸치지 않아서 알몸대화도 아니다.(그런데 옷을 걸치지 않아서 왠지 더 진실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담과 이브가 된 것 같은? 자연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그런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 때문일까?) 진정한 알몸대화는 정말 발가벗은 것처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어떤 작은 마음도 속이지 않고, 어떤 사소한 일도 넘어가지 않고, 내 마음의 모든 것을 꺼내는 대화. 두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제 서야 서로의 '진짜 발가벗은 몸'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장담하건데 둘의 두 번째 섹스는 대화 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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