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중낙원>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하는 내가 미워져
용기를 내야 해 후회 하지 않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 날 고백해야 해
"고백"中 - 박혜경(1999.12)
#2에 앞서 역시 짧은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90년대가 끝을 향하던 그 시절,
이 노래는 ‘박혜경’이란 가수를 알렸고 노래방 문화의 전성기 속에서 "시작하는 연인들"이란 테마에 더할 나위 없는 곡이었습니다.
노랫말의 쉬운 전달력, 얇은 미성이지만 찌를듯한 외침으로 전달되는 그녀의 목소리는 소극적인 한 소녀의 ‘용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제나 ‘시작’은 풋풋하고 가슴 떨리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그게 지나치면 결정 앞에서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시작
시작 이후의 다음 과정을 결정짓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서 인트로로 말씀 드렸듯 전 연인 관계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섹스의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기승전결’, ‘서론-본론-결론’, ‘전주-간주-후주’....
섹스에선 이 과정 중 가장 첫 단계를 "전희"라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과정은 섹스의 횟수를 거듭할수록(한 상대와의) 당연한 듯 점점 사라져만 갑니다.
그래서 간혹 이런 이야기와 비유되기도 하지요.
'잡아놓은 물고기에 밥 주는 거 봤어?'
결론은.. 전 봤습니다.
양어장 주인이 그랬고 어항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이것을 "어장관리"라고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어장관리"는 잡아놓은 물고기에 밥을 주고 기르는 것이죠.
우리가 속되게 표현하는 "어장관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양어장의 굉장한 주인으로 "어장관리"의 큰 획을 그은 "카사노바"어른이 계신데 그는 "잡은 물고기"에 소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뜻했고 그녀들을 아껴주었기에 Best of Best 양어장 주인이 되었죠(요절했지만...).
우린 대부분 한 사람과 여러 번의 섹스를 하게 됩니다.
일회성의 섹스로 평생을 살수는 없는 것. 이것은 도덕이기 이전에 이치입니다.
언제까지 상대를 바꿀 수도 없고 언제나 내가 상대로 지목될 수도 없습니다.
한 사람도 만족시키지 못한 이가 여러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 어렵기에 섹스의 첫 단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첫 단추 "전희"는 허락을 구하는 과정이고 체온을 나누는 과정이며 감정을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천천히 탐구하고 느끼면서 진행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정보를 노출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죠.
전희를 시작하는 가장 적당한 스킨십부터 시작해봅니다.
‘포옹’
연애를 시작하면 연인들이 집중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정보, 스킨십의 진도, 공감대 또는 성감대(?)
그래서 관찰하고 이야기하고 듣고 보고 맛보고 즐기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해주는 스킨십이 전희의 시작입니다. 그 중 가장 자연스럽고 긴장감을 완화해주는 것은 역시 "포옹"이죠.
섹스 플레이에서 항상 아쉬운 문제로 남는 것이 촉각에만 집중되어 있는 행동들인데 보통 이런 것(?)들을 쓰죠.
혀, 손가락, 치아, 입술, 성기..
말하자면 핥고 찌르고 물고 빨고 쑤시거나 쑤셔지는 겁니다.
어릴 적 나이차가 꽤 있는 누나와의 섹스에서 그 누나는 남자인 제 자존심을 건드렸고 전 강함(?)을 보이기 위해
물고 빨고 핥고 찌르고.. 별 짓을 다 했지만 누나에게 돌아온 말은 비참했습니다.
"더 배워야겠다. 성질만 있고 말야"
그때 제가 더 배운 것이 "포옹"입니다.
촉각에 집중하는 애무 전에 서로 마주 닿는 면적을 최대한 넓혀 접촉을 통해 따스함을 느낍니다.
체온이 올라가고 그 안에서 쓰다듬기도 하고 비비기도 하고 심장에서 가까운 곳부터 체온을 공유합니다.
긴장은 풀리고 서로 천천히 적극성이 생기고 점점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렇게 ‘포옹’으로 시작하며 조금씩 ‘촉각의 애무’로 발전시킵니다.
‘포옹’에서 시작된 전희의 과정은 조금씩 열기를 띄고 이제는 상반신의 애무를 시작합니다.
허리 위쪽으로는 경계를 지키며 상대를 안심시키고 적절한 시간 조절로 상대를 애태우게도 합니다.
상대의 기대감은 커지고 긴장은 더욱 풀리게 되니까 포옹과 상반신애무를 적절하게 섞어 다음 진행을 시도합니다.
이제 조금씩 자극을 줘봅니다. 귀와 목덜미에 이르는 부분은 입술과 가슴에만 촌스럽게 집중하는 이들을 센스있는 이로 바꿔줍니다.
이제 시작이니 너무 타액을 묻히지 않고 입술로 가볍게 스치며 상대의 반응을 함께 느껴봅니다.
몸의 움직임, 근육의 반응, 솜털이나 피부의 텐션, 속눈썹의 떨림이나 입술의 온도 등에 변화가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느꼈다면 이제 조금씩 허리부분으로 손을 가져갑니다.
등줄기를 지나 허리로 그리고 상체의 전체부분을 손으로 스치듯 이동하다 탈의를 시도합니다.
옷을 벗기는 타이밍에는 머릿속에 많은 정보들이 쏟아집니다.
지금까지 상대에게 느꼈던 정보들을 정리하고 옷을 벗기며 다음 과정을 생각합니다.
시간을 벌고 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 감정을 나누며 계획을 세워야 하는 감성과 이성의 시간.
그리고 정보를 토대로 애무하기 편안한 자세를 유도합니다.
이제부터는 포옹과 가벼운 애무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공략합니다.
본인의 판단을 믿고 후회 없이 진행합니다. 바로 하반신으로 애무 포인트를 옮겨도 되고 쾌감의 증폭을 위해 눈을 맞추며 손의 촉각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섹스의 삽입 과정에 점점 가까워져 갑니다.
남성들은 그녀의 삽입 전 상태를 확인하고 거부감을 줄여주기 위해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집중합니다.
손가락과 입술을 포함한 혀를 이용하는데 상대에 따라 키스나 눈빛 교환만으로도 삽입이 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삽입을 능동적으로 원하게 되는 타이밍까지 그녀를 뜨겁게 만드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전희의 시작은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속도를 올립니다. 계속 천천히 진행되면 그녀도 나도
식어버리게 되겠죠?
여성들은 그를 삽입 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켜 둡니다.
그와 그의 성기가 최상의 상태일 때 여성의 섹스가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그의 애무를 받아들일 땐 신호를 줍니다.
정답을 찾은 그에게는 머리를 쓰다듬거나 꽉 안아주는 퍼포먼스를,
오답을 행하는 그에게는 직접 정답으로 유도하거나 자세를 움직여주는 센스를 발휘하며 그의 애무를 느끼다가
인지하지 못한 타이밍에 그를 향한 애무를 시작합니다.
여성이 먼저 애무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그가 그냥 누워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가 조금씩 여성의 성감대를 자극할 수 있도록 움직여 줍니다.
남성은 그녀와의 열기와 감정에 집중하고 여성은 그와 나의 몸 상태와 분위기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충분한 전희를 즐기고 준비된 우리는 행복한 SEX를 이어가면 됩니다.
전희의 시간은 10분 안팎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어릴 땐 그저 구석구석을 탐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호기심을 자극해서 대단히 긴 시간을 투자하게 되고
조금 경험이 쌓이면 포인트만 반복해서 시간이 오히려 급격하게 짧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노하우가 꽤 쌓이게 되면 상대에 따라 시간이 천차만별입니다.
길면 지루하고 짧으면 애정을 의심받습니다. 하지만 서툴게 느껴 풋풋할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나쁜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에 따라 시간을 때우거나, 욕정만 채우거나, 의무적이거나, 식상하거나, 따뜻함이 배제되거나,
멋대로 생략하거나.
음악의 전주는 전체 음악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이어갑니다.
글의 서론 역시 글 전체를 기대하고 준비하게 해줍니다.
섹스의 전희는 어떤가요?
여러분의 전희는 지금 어떤가요? 잘 있나요?
오늘은 전희를 점검해보세요. 테크닉도 체력도 필요 없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상대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모두를 탐해보세요.
전희의 방법은 그게 최선입니다.
그리고 말하세요.
나의 성감을 고백하고 너의 성감을 알고 싶다고…
용기를 내서 후회하지 않게 말입니다.
말해야 하는데 네 앞에 서면
아무 말 못하는 내가 미워져
용기를 내야 해 후회 하지 않게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 날 고백해야 해
"고백"中 - 박혜경(19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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