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남녀 공히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쉬운 여자 또는 쉬운 남자입니다. 쉬운 남자보다는 쉬운 여자가 더 부정적으로 들리는 것은 아마도 제가 어쩔 수 없는 남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쉬운 남자라는 말보다 쉬운 여자가 더 성적인 표현으로 들리는 것이 정말 남자들 귀에만 그런 것일까요? 원래는, “쉽다”라는 말 앞에 “~하기” 라는 설명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마다 “XX하기 쉽다”라고 상상하기 나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음란마귀가 씌인 남자들이 그 XX에 당연하듯 “섹스”를 갖다 붙이니 ‘쉬운 여자’가 더 성적으로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보통 쉬운(=헤픈) 남자는 가벼운 남자를 말합니다. 어떤 가벼운 남자는 마치 백마병에 걸린 사람처럼, 여성의 별 의미없는 친절을 오해해서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랑을 키우고, 혼자 상처입고, 혼자 이별하고, 또 금방 다른 여자를 사랑합니다. 또 어떤 가벼운 남자는 진중함이 없이 이 여자, 저 여자 찔러보고 다닙니다. 마치 금요일 밤 클럽에서 부비부비 상대를 찾듯이 말입니다.이렇듯, 사람들은 섹스하기 쉬운 남자를 ‘쉬운 남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여자가 불러내면 무조건 달려나와서 밥사주고 술사주는 남자를 쉬운 남자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이런 남자는 쉬운 남자라기 보다는 그냥 ‘호구’ 입니다. (애석히도 제가 그 ‘호구’라서 구분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쉬운(=헤픈) 여자는 섹스하기 쉬운 여자를 말합니다. 주변 남성들이 밥 먹자고 불러내서 술을 권하면 넙죽 넙죽 받아 마시다 취해서 비틀거리고, 야한 농담을 건네면 거침없이 받아치고, 은근슬쩍 스킨십을 해도 뿌리치지 않으면 남성들은 대부분 이 여성과 곧 침대에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진짜로 침대까지 가게 되면 ‘쉬운 여자’ 당첨입니다. 이 남자들이 이런 여성 앞에서는 ‘솔직하다’, ‘쿨하다’ 라고 추켜세울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이 여성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섹스를 하기 위해 포석을 까는 것입니다. 너는 쿨하니까 섹스는 했지만 사귀지는 않는 것이고, 다음에 또 만나서 섹스하고 싶다는 말이지요.
쉬운 것과 솔직한 것을 혼동하면 안됩니다. 제가 자주 써먹는 식욕에 비유하자면, 배가 고프다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사람이 쉬운 사람입니다. 솔직한 사람은 배가 고파도 가려서 먹을 줄 안다는 점이 쉬운 사람과 다릅니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자신의 건강을 해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쉬워 보이는 여자를 쉬운 여자로 만드는 남자는 상한 음식과 같습니다. 이런 남자들은 섹스를 하고 싶어서 쉬워 보이는 여성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섹스 파트너도 “파트너” 입니다. 아무래도 양질의 파트너와 즐기는 섹스가 더 즐겁고 행복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시다면 그것도 문제는 없습니다. 결국, 절대적으로 그것은 본인의 선택의 문제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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