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Don jon]
네 살 많은 그와의 섹스 이후 나는 지금까지 인생의 허무함을 깊이 개탄하고 이 같은 사랑을 가능하게 해 준 지난 이별을 다행으로 여기며 섹스와 오르가슴의 중요성을 친구들에게 널리 전파하기에 이르렀다.
크기에 상관없는 속궁합이란 게 정말 있는 것인지, 전에 느껴보지 못한 쾌감과 그의 탁월한 인내력 덕에 우리는 시작을 했다 하면 평균 한 시간씩 섹스를 했고, 횟수로는 일주일에 꼬박 5일을 연달아 할 때도 있었다. 섹스를 하면서 느끼는 오르가슴이 이런 거구나, 손만 대도 찌릿하는 흥분이 이런 거구나. 하루에 3시간씩만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지난날 내 오르가슴의 부재는 부족한 체력 때문이라 여겼었지만 드디어 땀을 흠뻑 쏟는 섹스가 어떤지 깨달았고, 그 같은 경험에 어딘가 계시긴 할 창조신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러다 그와 헤어졌다. 미련은 있어도 후회는 없었다. 근데 이미 섹스의 즐거움에 눈 뜬 나는 조금 방탕해졌다. 다시 한 번 뜨거움을 느껴봐야지, 성급하게 썸 타는 정도의 남자 서너 명과 잠자리를 가져봤지만 영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쯤되니 사랑해서 섹스가 좋았던 건지, 섹스가 좋아서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다. 내 인생 최고의 섹스는 이미 그와 한 것으로 끝나 버린 걸까.
헤어진 지 6개월 만에 오 맙소사 그와 섹스를 하게 되었다. 실은 두어 번 정도.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나를 향해 미소를 날리는 그를 향해 다가가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나는 궁금한 걸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개운했다. 섹스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섹스가 좋아서 사랑한 건 아니었어, 사랑이 맞긴 한 거였다. 그 말인즉슨, 다시 사랑을 시작하면, 멋진 섹스를 계속할 수 있다는 뜻도 되었다. 나는 진심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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