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프린터가 없다. 그리고 엄마의 심부름이 중복된 목요일이다.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섰다.
엄마 심부름을 하고 중증장애인센터로 갔다. 집에 프린터가 없어, 센터에서 클라우드로 옮긴 문서파일을 열고 인쇄했다.
나는 그 센터에 가면 편안함을 느낀다. 다른 단체도 가보았지만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많이 느낀다.
목요일은 직원분들과 회원분이 거의 없었다. 근데 경환이 형이 있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친한 척을 했다.
경환이 형을 잠깐 소개하자면 나와 같은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고, 나보다 장애 정도가 더 심하며 나이도 38살인 중증 장애인이다. 형은 항상 웃는 상으로 나를 맞이해준다.
프린트도 했겠다 커피도 얻어 마셨겠다 소귀에 목적을 이루고 사무실에 나와 복도 쇼파에서 가방정리를 하고 잠시 쉬고 있었다. 그때 경환이 형이 내 쪽으로 오더니 커피를 끓이려고 자세를 취했다. 나는 미처 형이 커피를 끓일 줄 아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형은 찬물로 믹스커피를 탔고 프림이 녹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형이 탄 커피를 싱크대에 버리고 다시 정성스럽게 커피를 만들어줬다. 그리고나서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솔직히 나도 언어장애가 있어서 사람들이 말을 못 알아 들으면 짜증난다. 하지만 그 형은 나보다 더 심하기에 아~ 내가 짜증난 만큼 상대방도 짜증이 났겠구나를 새삼스래 느꼈다.
일단 형은 우리나라 복지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부양제와 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형은 미국 사례를 들면서 미국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데 우리나라는 가족부양제가 있어서 65세까진 가족이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등급제의 폐지 논리로 장애인이 되면 평생 장애인이다 라는 논리로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심사기관을 두어 장애에 따른 맞춤식 복지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형의 말에 반대되는 입장과 질의로 열띤 토론을 했다. 그리고 나는 형에게 성 봉사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형은 처음엔 반대 입장, 즉 성 자원봉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나는 차근차근 내가 생각하는 봉사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그러자 형은 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는 형에게
"형은 성욕을 주체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해?" 물었다.
활동 보조사한테 부탁을 한다고 얘기했다. 나는 그 얘길 듣고 그런 사람도 있구나..로 생각했다.
투비에이블
어떤 정의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삶을 살고 싶다.
어떤 틀의 맞춘 섹스보다 계속 공부하는 섹스를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