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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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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ery Good Girls]
 
약 3년 전, 외로움이 느껴질 때마다 연락해서 섹스를 하곤 했던 사람이 있었다. 굳이 그 사람을 흔히 말하는 ‘섹스 파트너’라고 정의하진 않았다. 자주 연락해서 만남을 가지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 사람과의 섹스가 나에게 엄청난 쾌락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 사실 그 사람의 섹스 스킬이 맘에 안들었다기 보단, 암내가 굉장히 심하게 났었다. 섹스를 마친 후 안겨 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한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엄청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그 냄새를 감내하고서도 섹스를 감행했을 정도면 얼마나 외로움이 심해야 연락을 했겠냐마는 –
 
쨌든, 유난히 기분이 안 좋고 꿀꿀하던 날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니라 친구에게 뭐라고 하소연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혼자 있으면 계속 우울하게 있을 것 같아 내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암내로든 섹스로든) 그 사람에게 연락했다.
 
내가 ‘바빠?’ 라고 문자를 보내자마자 ‘어디로 갈까?’ 라는 답이 왔다.
 
충성심이라고 해야할지.. 이런 점은 참 맘에 들었던 사람이었다. 대략 30분 만에 그 사람과 모텔 안으로 들어가 우리는 평소처럼 서로의 안부 따위는 묻지도 않고 곧장 샤워를 한 후 섹스를 시작했다. 또 대략 30분 만에 간단한 섹스를 마친 후 담배를 나눠피며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데 나는 뜬금없이 그에게 ‘나 기분 안 좋아’ 라고 말했다. 그 전엔 단 한번도 그에게 내 개인적인 감정표현을 한 적 없는 나로서는 조금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는 살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유난히 그렇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곧장 담배를 끄고 이불을 들춰 내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곤 내가 반항하지 못하게 허벅지로 내 다리를 꾹 누르고 요란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없이 거칠고 영문모를 움직임이었지만 나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묘하게 흥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커다란 손이 빠르고 느린 움직임을 반복하다, 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얕은 오르가즘을 느꼈다. 내 몸이 약간 떨리고 나자, 그는 금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손을 떼고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은? 아직도 기분 안 좋아?’
 
그는 심리 상담 의사라도 된 마냥,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어투로 내게 물었다. 마치 ‘응! 고마워!’ 라는 대답을 바라는 것 마냥.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기꺼이 손가락을 써준 그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진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말 없이 웃고 그에게 키스하며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오르가즘의 의미가 뭘까? 아니, 섹스의 의미가 뭘까?
 
물론 단순한 기분 풀이용 행위는 아니겠지만 아무리 머리에 섹스 밖엔 안 든 사람이라고 해도,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자마자 빠르게 손을 움직인 그에게 나는 고마움을 느껴야 할까 수치심을 느껴야할까, 라고 말이다.
 
그것 때문인지, 암내 때문인지, 부족한 섹스 스킬 때문인지, 담배 피던 손으로 내 아래를 만진 것 때문인지 뭔진 몰라도, 그 날 이후 나는 그와 연락의 연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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