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40 Year Old Virgin]

 
얼마 전 만난 유부녀 친구에게서 남편과의 섹스를 피하게 되었다는 다소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 친구도 섹스를 상당히 좋아하는 친구 중 하나였는데, 어쩌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는 조금 짜증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 “그래서 왜 안하고 싶은데?”
친구 : “아니~ 일하고 애 보느라 잠 잘 시간도 없는데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니”
 
상황인즉슨, 집안일도 육아도 도와주지는 않으면서 잠 잘 시간도 없는 친구에게 한번만 하자고 졸라댔다는 이야기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도 섹스를 하고 싶지 않았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분위기도 잡지 않고 무작정 덤벼들 때. 하지만 첫 번째는 다소 양호한 편이다. 진짜 심각한 건 두 번째인데, 여러가지 이유로 피곤하거나 화가 나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들이댈 때다. 상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스킨십만 시도하다간 그녀의 마음은 점점 멀어질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자는 99.9%의 확률로 ’내가 이런 상황인데, 네 머릿속에는 섹스 밖에 없구나..’ 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본능적으로 민감한 동물이라고 말한다면, 여자는 정서적으로 예민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로 여자들에게 있어 ‘이해를 받지 못했다’는 느낌만큼 큰 상처는 없다. 친구의 경우도 표면적으로 ‘피곤해서’라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도 집안일과 육아에 지친 자신을 배려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더 컸을 것이다. 말만 이라도 ‘우리 여보가 애기 보느라 고생이 많네~ 내가 마사지 좀 해줘야겠어요~’ 하며 분위기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혹은 ’자기야 오늘 밀린 설거지는 내가 할게~ 차 한잔하면서 쉬고 있어요’ 하면서 음악이라도 틀어주었다면 어땠을까. 기분 좋아진 친구의 눈에 남편이 더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남자친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다면, 선대화 후스킨십을 시도하는 편이 좋다. 일단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자. 그 후에는 ‘우리 자기가 그런 일이 있었구나. 꼭 안아줘야겠네’ 하고 스킨십을 시도해 보자. 마음이 열리면 몸이 열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친구의 남편은 ‘누구는 일하고 나서 안 힘드나요, 부부사이에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더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하고를 떠나서, 부부사이를 개선하려고 하는 일이 오히려 부부사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섹스에 앞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 이후에 섹스를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