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식주의자>
Q.
작년 가을 남편과 함께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았습니다. 육식에 대한 시리즈 다큐였는데 저희가 본 건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농장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고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 안에 갇혀 평생을 살아가는 가축들. 얼마나 몹쓸 짓들을 해대는지요. 아무리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본 남편은 돌연 채식주의자 선언을 했습니다. 저는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 아예 끊지는 못하겠는데 남편은 정말 육식을 전혀 안 하고 있어요.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남편이 채식을 한 이후 온종일 섹스 생각만 한다는 거예요! 그이는 원래 섹스보다는 먹는 것에 더 흥미가 있었는데 이젠 섹스에만 모든 관심을 쏟아붓고 있어요.
생전 안 쓰던 섹스토이도 샀고요, 얼마 전부턴 가벼운 SM 플레이도 시작했어요. 저도 아직까진 뭐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좀 당황스럽고 앞으로가 좀 걱정되네요. 제가 듣기로 채식주의 식단을 따랐을 때 성욕이 증가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속설이 사실인가요? 그리고 혹시 제 남편을 좀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A.
당신의 식단에서 콜레스테롤,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포화지방을 줄이면 동맥경화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고 덕분에 혈액순환이 빨라집니다. 빨라진 혈액순환은 확실히 성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기관인 뇌를 포함한 신체기관을 더 건강하게 해주고 따라서 성욕도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채식 이후 확실히 성욕이 증가한 분들이 계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선행돼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 남편의 성욕을 진정시키고 싶나요? 그리고 관점을 바꿔 당신도 채식주의자가 되어 성욕을 증진시켜 보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 당신이 건강이 주는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그다음에 남편의 성욕을 진정시킬지 좀 더 왕성하게 하게 할지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에도 남편의 성욕 증진이 정말 과하게 느껴진다면 전문의를 방문해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대부분의 성욕 과잉은 두 파트너 간 정도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전 좀 부러운데요? 건강과 성생활, 부디 모두 행복하게 이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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