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류의 <자살보다 sex>를 읽고 -
제목 때문에 이 책을 봤다. 제목에 SEX가 들어있어서 매우 야할 것으로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자살보다 SEX'는 이 책에 실린 무수한 에세이 가운데 하나의 소제목일 뿐이다.
'자살보다 SEX'의 내용은 이렇다.
나는 소설 때문에 불륜이나 만남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기본적으로 남성은 유료이며, 여성의 입회는 무료다. 역시 남성 회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현대인은 외롭다. 어떻게 해서든 본인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이런 인터넷 만남 사이트이다. 외로워서 자살하는 것보다는 미팅에 나가서 남자를 찾는 편이 낫다.
불륜을 원하는 주부는 섹스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보살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닐까?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도 집과 학교에서 일탈하고 싶을 뿐이 아닐까? 외로운 사람은 계속 증가한다. 외롭기 때문에 만남 사이트에 회원 등록을 하는 여자들을 단순히 쓸모없는 여자라고 부를 수는 없는 시대이다.
위 내용처럼 매우 평범한 에세이이다. 하지만 제목은 매우 강력하다. 그 제목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사회적 약자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사회적 기업에 취직도 할 수 있고, 이동목욕 차량이나 도우미를 통해 목욕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반찬 도시락과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택시도 지자체에서 제공받는다. 그렇다면 사회적 약자에게 섹스 서비스를 제공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성매매가 비범죄화가 된 다음에 말이다.
한강대교를 남자 하나가 걷고 있다. 새벽안개 속에서 마지막 남은 담배에 불을 붙인다. 빈 담뱃갑은 바닥에 떨어져 바람을 타고 강물 속으로 사라진다. 입술은 부르트고 충혈된 눈에 옷매무세는 엉망이다. 만취 상태는 아니다. 술을 잔뜩 먹었지만 걸음걸이로 보아 정신은 말짱하다. 그 사람에게는 아내와 젖먹이가 있다.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집 보증금을 날렸다. 월세도 3개월이 밀렸다. 집주인은 오늘이 유예기간 마지막 날이라고 못을 박았다. 도저히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만이 마지막 출구였다. 난간에 안내판이 있다.
자살자를 위한 무료 섹스. 02-999-6666.
전화를 건다.
"네 선생님. 잠자리 한 번만 하시라는 거예요. 픽업 하러 차량이 갈 거예요. 이곳에 오셔서 잠자리 한 번 하시고요. 다시 계시던 곳으로 태워 드릴 테니, 하시려는 것을 계속 하시면 돼요. 그 자리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를 막으려거나 설득을…."
"따로 말씀을 안 하셔도 돼요. 저희는 마지막 가시는 길, 잠자리 한 번만 제공해 드리고 싶은 거예요. 곧 차량이 도착할 거예요."
남자는 도착해서 몸에 비누칠을 한다. 간밤의 묵은 떼가 씻겨나간다. 여성이 기다리고 있다. 성매매가 비범죄화가 된 세상이니 도우미 여성 역시 사회적 기업 직원이다. 상담사 자격증이 있다. 성관계를 하면서 둘 다 별 말이 없다. 남자는 삽입에 몰두하며 마음에 응어리 진 것이 풀리고 있음을 느꼈다. 남자는 격정 끝에 사정을 하고 여자 품에 안긴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벨이 울린다.
남자는 승합차에 올라탄다. 운전사는 한강대교 방향으로 차를 몰고 있다. 역시 아무런 말이 없다. 남자는 뇌의 쾌감중추가 자극을 받아, 긍정적 호르몬이 몸속에서 회오리 치고 있다. 2시간 전 한강대교로 향하던 상황과는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유서를 본 아내에게 전화가 30통이나 와 있다. 죽지말자. 살아있어야 기회가 있다. 아내에게 가자. 아기를 한 번 더 안아 보자.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할 수는 없다. 집주인에게 빌자. 한 달만 기다려달라고, 애원해보자.
남자가 말한다.
"잠시 만요. 저 내릴게요."
운전자는 룸미러로 남자를 쳐다본다.
"저기, 전철역에 내릴 게요.
"네, 알겠습니다." 기사 표정이 밝아진다.
이런 내용의 글이 <자살보다 SEX>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자살하지 말자.
섹스만 하기에도 인생은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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