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중
여자 친구와 눈이 맞아 이틀에 한 번 꼴로 섹스를 하던 시기였다. 뒤에서 선 채로 삽입하다가 각도가 약간 틀어졌는데 여자 친구가 비명을 질렀다. 윤활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온갖 액체를 머금은 음경이 항문에 들어간 것이다.
“빼. 빼.”
여자 친구는 밑으로 불덩이라도 들어간 듯이 다급히 말했다.
“똥구멍에 들어갔나 보네.”
“이거 깜짝 놀랐어.”
항문 섹스는 처음이었다. 별로 권장할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고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랫배 부분인 것도 같고 고환 부분인 것도 같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전립선이 아픈 거였다. 초기 통증은 간헐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데이트를 하는 날에도 통증이 계속됐다. 우리는 평소처럼 눈빛을 교환하고 대실을 끊었다. 아프다고 말을 했으면 2만원을 아낄 수 있었는데 내숭을 떨던 시기였다. 여자 친구는 혀돌림을 시작하고, 발기까지 하자 통증이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결국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비뇨기과에 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기하는 환자는 남자뿐이었다. 통증이 있다고 말하니 의사는 일단 옆방에 갔다 오라고 말을 했다. 비디오와 텔레비전과 휴지가 있는 방이었다. 헤드폰을 끼고 플레이를 눌렀는데 젊고 예쁜 일본인 간호사가 뭐라 뭐라 떠들었고 어렵지 않게 사정을 하였다. 왜 하필 간호사 야동을 비치하고 있는 것인지 의사는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직까지 궁금하다.
현미경을 통해 본 정액은 먹이를 뿌린 활어 양식장을 보는 것처럼, 선풍기 날개처럼 꼬리를 휘두르는 정자들이 가득했다. 처음 본 정액은 징그럽고도 경이로웠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미생물이 부유했다. 검사 결과 대장균으로 판명이 났고, 약을 먹고 통증은 사라졌다.
여자 친구와 오래 사귈수록 여러 가지 섹스를 시도했고 항문 섹스는 새로운 옵션으로 등극했다. 꼭 콘돔을 꼈다. 또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았다. 아직 항문 섹스를 해보지 않았다면,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꼭 콘돔을 장착할 것을 추천한다.
정액 검사비는 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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