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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버자이너 모놀로그(보지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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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만과 편견>
 
오늘 소개할 책은 매우 얇다. 대충 한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정도의 분량이다. 원래 연극 대본으로 쓰여진 책이니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책을 붙잡고, 펼쳐서, 내용을 읽는 데에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즐겁고 가벼운 내용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지금, 내가, 왜 굳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읽기가 싫어졌다. 빨간 표지를 몇 번이고 노려보기도 하고, 못 본척 외면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얼른 원고를 보내라는 독촉 메일을 받고 나서야 한숨을 푹푹 쉬며 겨우 손에 쥐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 북하우스)
 

우리나라 말로 옮기면 '보지의 독백' 정도 되겠다. 아마 이 책보다는 같은 제목의 연극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본인은 이 연극을 본 적이 없지만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다. 많은 분이 이 책에 실려있는 내용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구질구질하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 때문에 자꾸 읽는 것을 피해온 것이다.
 
이 책이, 그리고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왜 필요한지, 또 왜 중요한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말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대상화될 뿐이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보지'에 대해서 입밖에 내어 말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맨 처음 당신이 그 말을 할 때 당신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을 단번에 뚫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보지". 당신은 마치 누군가 당신을 후려칠 것 같은 죄책감과 함께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을 가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말을 수백 번 혹은 수천 번 말한 다음에는 오히려 그것은 당신의 말이고 당신의 몸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그것도 당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당신은 갑자기 깨달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전에 느꼈던 당황이나 수치심 같은 것은 당신의 욕망을 잠재우고 당신의 야망을 지우기 위한 억압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 본문, 25-26쪽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듯 여자들은 모여서 보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보지를 둘러싼 수많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한다. 가령 생리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없는 수다가 이어진다. 생리통에 대한 하소연, 어떤 생리대가 좋다는 것에 대한 토론, 생리통을 다스리는 자신만의 비법 등등.
 
하긴 생리에 대해 이렇게 공공연히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것도 그나마 우리 세대 정도부터의 일이다. 어릴 적 우리 어머니는 수퍼마켓에서 생리대를 사면 언제나 여자 직원이 있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여자 직원은 그 생리대를 계산대 밑에 비치된 신문지로 돌돌 싸서 비닐 봉투에 넣어주었다. 내가 생리를 하는 나이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신문지로 생리대 겉을 둘러주지는 않아도 생리대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까만 비닐봉투 안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요즘 나는 남자 직원이 있어도 태연히 생리대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그것은 따로 까만 봉지에 들어가지 않고 달걀이나 커피, 과자나 반찬 등과 함께 봉투에 들어간다.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시점을 생리대 광고가 전철과 TV에 나오기 시작한 때로 기억한다. 그 전까지 생리대 광고는 여성잡지의 지면 외에는 실리지 않았다. 그 땐 여자들끼리도 일반형과 날개형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이야기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으면서 자신이 사용하는 생리대의 종류를 열거하고 그 감촉과 기능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보지는 공공연히 입에 담는 화제가 아니다. 내 친구와 아는 언니, 동생들과 같이 임신했을 때 배가 안 트는 방법, 변비를 해결하는 방법, 건조해진 피부를 다스리는 방법 같은 것에 대해서는 태연히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슴이 커서 고민이다, 가슴이 작아서 고민이다, 이런 이야기는 웃으면서 하면서도, 심지어 남자의 페니스는 이렇게 생긴 게 좋다는 말도 하면서, 피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 '보지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보지가 있기 때문에 여자이다. 그러나 이 보지 때문에 난 언제나 재산이 많아서 언제 도둑이 들지 몰라 각종 방법 장치를 고민 해야 하는 부자들처럼 이 보지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한다. 아무도 네가 부자니까 도둑을 당해도 싸다고, 네가 술 먹고 길거리에서 널브러져 잤으니 뻑치기를 당해도 할 말 없다고 하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는 네가 행실이 그러니 네 보지가 폭력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보지는 여자들에게 골칫거리이다. 자기 몸에 보지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잊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하여 많은 여자들은 자신에게 보지가 없는척 한다. 없는척 해도 상관없다. 아무도 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의미를 갖는 것은 여기에 있다. 말하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던 보지를 그대로 내놓고 이야기를 함으로써 훨씬 더 많은 이들로 하여금 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리대 광고가 지하철에 붙고, TV에 나오면서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생리대 이야기를, 자신의 생리 주기를, 생리통을 말하기 시작한 것처럼, 내 보지는 이렇게 생겨서 페니스는 이렇게 생긴 게 속 궁합이 잘 맞고, 자위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수다를 떨게 만들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나, 연극 내용을 넘어서 이걸 계기로 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책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일단 책에 등장하는 여성 성기를 뜻하는 수많은 영어 단어들과 그 뉘앙스와 분위기를 내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다 알아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우리가 버스 안에서 '버자이너'라는 단어를 쓴다고 해도 '페니스'와는 달리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비교했던 생리대 광고와 같은 파급 효과를 바란다면 이 책과 연극의 제목을 '보지의 독백'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연극 <보지의 독백> 포스터가 길거리에 나붙고 <보지의 독백>이라는 제목의 책이 서점에 꽂히는 날, 이 책이 그리고 연극이 원하는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연극은 아직 보지 않았지만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책보다는 역시 연극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내용은 활자로 보는 것보다 사람의 목소리로, 여자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것이 훨씬 마음에 와 닿을 테니까.


글쓴이ㅣ팍시러브 핑크푸딩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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