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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걸프렌즈 - 내 남자의 여자들과 친구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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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프렌즈] 서른을 코 앞에 둔 한송이 (강혜정) 은 회식 자리에서 우연히 회사 동료 진호 (배수빈) 과 단 둘이 2차를 가게 된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뭘 하고 싶냐는 진호의 질문에 송이는 술집 벽에 걸린 남산 타워 사진을 보고는 손을 잡고 남산 타워를 가고 싶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 끝에 거짓말처럼 진호와 키스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송이는 진호와 연애를 하게 된다. 진호는 완벽한 남자이다. 잘 생긴 것은 물론이고 매너 좋고 성격 좋고 착하기까지 하다. 남자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라고 해서 여자를 무시하거나 손에 쥐고 휘두르려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렇게 완벽한 진호에게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송이 이외에도 쭉쭉빵빵 잘 나가는 미녀 파티 플레너인 진 (한채영) 과 톰보이 스타일의 약간은 어리버리한 대학생 보라 (허이재) 도 동시에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연인이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드라마나 영화에는 마치 정석처럼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일단 그 사람들과 연락을 해서 만난다. 그리고 물잔을 끼얹거나 뺨을 후려친다. 내 연인과 바람을 피우는 상대방들은 대부분 뻔뻔한 동시에 창피함도 잘 모르는 스타일이라 물잔 세례나 뺨을 좀 맞는다고 해서 펑펑 울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 할 거 다 했니?’ 라는 눈빛으로 쳐다 볼 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이 아닐 때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현실로 닥치면 열의 아홉은 절대 드라마처럼 하지 못한다. 왜냐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람을 피우는 내 연인을 정리할 것인지 아니면 잘 타이르거나 적당히 윽박질러서 다시 만날지 말이다. 물잔을 끼얹거나 뺨을 때리는 것은 나중의 문제이다. 가장 급한 것은 궁금증이다. 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 얼마나 잘났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한 건 뭔지가 궁금해서 우리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바람을 피운 당사자에게는 오히려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 일은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발생한다. 영화 걸프렌즈 역시 이 나머지 사람들의 별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물잔을 끼얹거나 뺨을 때리는 대신 조금 다른 얘기를 해 보고 싶었나 보다. 그러니까 이 여자들이 서로 친구가 된다는 설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송이와 진, 그리고 보라는 일부러 그렇게 조합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여자들이다. 오히려 관객들은 이 다양한 여자들을 만나는 진호라는 남자가 생각보다 너무 매너가 좋고 마음도 여리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그리고 진의 앞에서 보라의 앞에서 진호가 어떤지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모든 관점은 오직 송이에게만 맞추어져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그녀들이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진호의 나쁜 모습, 이를테면 진에게 가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송이와 진한 밤을 보내고 또다시 보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일 같은 건 벌이지 않는다. 그래야 송이와 진과 보라가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말 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배신도 하고 바람도 피우고 온갖 악재가 다 존재하는 사랑 보다는 그래도 우정이 낫지 않은가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정도 어떤 우정이냐가 중요하다. 송이와 진과 보라가 자주 만나서 걸핏하면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가 알고 있는 ‘우리 진호씨’ 에 대해 아무리 진솔하게 떠들어댄다고 해도 그녀들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여자들이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은 그녀들이 어딘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사극만 봐도 그건 뻔한 일이다. 중전과 희빈과 숙빈이 마치 친 자매처럼 사이 좋게 지냈다는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물론 권력을 향한 욕망과 각종 이권이 개입되어 있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남자는, 아니 사랑은 다른 사람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해야 한다. 그것은 일찍이 신도 그랬다.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하다못해 신도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질투를 한다. 그러니 인간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그리고 사랑은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에 믿지 못하는 사랑, 그러니까 나만 향해있는 게 아니라 사방팔방 다 흩어져 있는 사랑에 믿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믿음이 없으니 그 사랑은 당연히 의심과 질투와 의혹만 존재 할 뿐이다. 이런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사랑과 우정을 비교하며 어떤 것이 더 고매하다느니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다느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은 사랑이고 우정은 우정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보다는 우정이 더 위대하다고 말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비록 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여자이지만 그녀들을 단지 원수로만 보지 않고 그녀들의 좋은 점을 보게 되면 친구도 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한다. 영화 [걸프렌즈] 물론 그녀들이 친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남자와 관계가 정리되고 난 이후라던가 혹은 그가 세 여자를 사귈 수밖에 없는 이유 (현실적으로 그런 이유라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같은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우정은 어찌나 대단한지 심지어 진호와 아직까지 관계가 없는 보라를 위해 진호와 보라의 첫날밤을 치를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해준다. 물론 이 일은 유부녀인 진이 꾸민 일이고 결과적으로 송이는 여기에 초를 치고 진호와 보라는 아무 일도 없이 밤을 보내게 되긴 하지만 아무리 영화니까 라고 억지를 쓴다고 해도 이 부분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는구나 싶을 정도이다.
제목은 걸프렌즈 이지만 이 영화에 진정한 걸, 즉 여자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에 나오는 송이와 보라 진은 모두 남성들의 판타지에나 등장할 법한 여자들이다. 그녀들의 세세한 설정 자체가 아니라 그녀들이 친구가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호에게는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어떻게든 해결을 본다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물론 남자에게는 이런 여자들만 있다면 바람을 피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 걸프렌즈라는 제목을 붙여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 물론 그녀들도 치고 박고 싸운다. 하지만 명확하게 무엇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임신한 강혜정이 몸싸움을 하는 영화를 찍는다는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장면을 삽입한 것처럼 어색하기 그지없다. 포르노 영화에서 눈이 맞은 남녀가 이유 불문하고 정사를 벌이는 것만큼이나 느닷없다. 송이와 진과 보라는 서로 절대 친구가 아니다. 그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명 초식남인 진호, 그러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운 진호라는 남자에게 놀아나고 있는 세 여자가 우연히 조우한 것뿐이다. 서로 몰랐어야 할 사이이지만 영화는 억지로 그녀들을 같은 시간과 장소에 우겨 넣고는 서로 친구라고 우기고 있다. 만약 내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상대 여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여자가 있다면 나는 그녀에게 우선 정신과 상담을 한번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인 인물은 보라를 진찰했던 가짜 정신과의사이다. 그는 말한다. 저 여자 미쳤다고 약 좀 먹어야겠다고. 어쩌면 그 가짜 정신과의사이자 정신병자가 이 영화에서는 가장 멀쩡한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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