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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6년째 연애중 - 오래된 사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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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년째 연애중]

학자마다 주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게 연애를 하고 3년 정도가 지나면 뇌 속에 분비되던 도파민, 이른바 사랑 물질이 점점 줄어들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무덤덤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을 하더라도 우리는 깨가 쏟아지는 신혼을 대략 3년 정도로 잡는다. 3년까지는 뭘 해도 상대방이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에는 상대방의 단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단점은 3년을 살고 보니 알게 된 단점이라기보다는 원래 존재했던 단점이되 다만 눈에 콩깍지가 쓰여도 단단히 쓰인 내가 그것을 단점이라고 느끼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도파민의 분비가 사라지고도 3년을 더 연애해서 합의 6년째 연애중인 커플 다진과 재영. 그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으니 이미 할 거 못 할 거 다 한 사이이다. 더 이상 신비감이 남아있지 않은 그들은 어떻게 보면 결혼한 부부나 다름없이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연애에서의 익숙함이란 그만큼 편안하다는 증거 이외에 또 그만큼의 긴장감 없는 지루함도 함께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홈쇼핑 PD인 재영은 아르바이트생인 지은과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 출판 기획자인 다진 역시 북 디자이너인 진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6년 차 연애는 이렇게 감정의 지루함 이외에 새로운 사랑이라는 복병까지 함께 안고 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사람과 함께라면 뭐든 다 행복하고 즐겁다. 둘이 같이 손을 걷고 걸어가는 이 길은 지상 최대의 데이트 코스이며, 함께 나누어 먹는 떡볶이 한 접시는 7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만찬보다 더 꿀맛이다. 이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집 앞에서 서로를 들여보내기 싫지만 억지로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식구들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또다시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얘기를 한다. 하루 종일 붙어 있었으면서도 돌아서면 아쉽고 그야말로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 데이트를 하는 시간은 얼마나 빨리 끝나는지 꼭두새벽에 만나서 밤늦게까지 있어도 마치 잠깐 본 것처럼 헤어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서 그토록 설레는 마음이 드는 것은 짧게는 3개월 길어야 고작 3년이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것이 미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정작 길게 오래 사귀는 연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변했다는 생각 이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식었다는 생각뿐이다. 그렇다면 오래된 사랑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과연 어때야 하는 것일까?
 

영화 [6년째 연애중]
 
다진과 재영은 위기의 순간에 새로운 관심거리 즉 눈을 돌릴만한 다른 이성들이 나타난다. 본격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 아마 현실에서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우리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인간은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한 3년쯤은 서로에게 죽고 못 사는 기간을 가진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또 다시 다진과 재영이 새로운 사람에게 눈을 돌린 것처럼 지금 이 사랑도 시들해져 갈 것이다.

결혼을 하지 못한 선배 중 한 사람은 인기가 무척 많은 남자였다. 주변에 늘 여자들이 따랐었고 선배는 ‘홍익인간’ 이라는 별명답게 널리 여자를 복되게 하느라 참 많은 여자들을 만났었다. 선배는 쉽게 사랑을 하는 만큼 쉽게 여자와 이별도 잘 했다. 그는 지루한 것과 익숙한 것을 견디지 못했다. 선배의 말에 따르면 어떤 여자건 간에 6개월만 지나면 모두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똑같은 행동을 한다고 했다.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끊임없이 묻고 지금 어디 있냐고 체크하고 만나자고 조르고. 그래서 선배는 그쯤 되면 슬슬 자신의 사랑을 끝낼 때가 왔다고 느끼고 새로운 여자를 만난다고 했다. 왜 사랑을 하면서 불행해야 하느냐고, 사랑은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 선배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 선배도 잘 나갔었다. 짧은 연애를 한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생기고 호감형인 선배의 주변은 늘 여자들로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잘 나갈 것 같던 선배의 신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선배가 대한민국 결혼 적령기를 놓쳐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선배가 만난 여자들은 모두 안정을 원했다. 잠깐 동안의 불타는 연애가 아닌, 3년이 지나 서로에게 더 이상 설렘이 없다 할지라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을 원하는 여자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자 선배는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을 어린 여자들만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했던지 어린 여자들은 역시 자신과 같이 어린 연인을 만나고 싶어 하지 선배처럼 늙다리를 상대해 주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선배는 아직까지 싱글이다. 겉모습을 보자면 그렇게까지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선배의 나이는 내일 모레가 마흔이다.

물론 이 선배가 결혼을 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짧은 연애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서 사랑한다는 일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것만 얻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선배는 사랑하는 사람과는 다투기 싫다는 이유로 그런 징조가 보이면 바로 바로 헤어지곤 했었지만 사랑에는 바로 그런 다툼도 슬픔도 절망도 모두 다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진과 재영이 헤어지고 나서 각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그들과는 6년 아니 10년도 넘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을까? 아무리 지겹네 권태기네 하더라도 6년이나 함께 했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늘 행복하지 않았고 늘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해서 이 연애를 끝내고 새로운 연애를 찾는다면 머지않아 이전의 연애와 똑같은 연애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오래 만난 연인들을 동경한다. 그들은 서로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 이외에도 분명 다른 것들을 찾아낸 연인들이기 때문이다. 단지 오래되었다는, 그로 인해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새로운 연인을 만나봤자 우리는 어릴 때 새로운 장난감에 잠깐 흥미를 보이다가 또 다시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어린아이와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뭐든 오래되면 낡고 익숙해지고 지겨워진다. 문제는 그때 우리가 어떻게 그 오래 돼서 다소 낡고 익숙해진, 그래서 지겨워지기까지 하는 연애를 지켜 가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은 의리라던가 정이라는 말이 정답인지도 모른다. 설렘과 흥분은 우리에게 그렇게 오랜 시간 머물러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and so it goes]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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