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피스>
친구와 클럽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군바리 친구를 위해 그 비싼 클럽 테이블을 잡고 놀고 있었다. 내가 비주얼이 탁월한 건 아니지만 썰을 잘 풀어서 여자들을 데리고 와 우리 테이블에 앉혔다. 그런데 아무리 많이 데려와도 친구가 귓속말만 할라치면 여자들이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얄밉게 따라 놓은 예거밤은 꼭 마시고 튀었다. 보통 여자들은 클럽을 혼자 오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친구가 자리를 뜨면 자석 마냥 줄줄이 도망을 갔다. 답답해서 넌 뭐라 씨부리길래 여자들이 도망가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오빠 차는 페라리야.”
아, 노답이었다. 이 새낀 그냥 조용히 술 마셔도 보통은 갈 텐데. 그렇게 여자들을 떠나보내며 클럽 음악에 심취해서 멍을 때리고 있을 무렵 친구가 염치없게 “내가 휴가 나와서 이렇게 앉아 있어야 되냐?”라고 지랄했다. 나는 속으로 ‘좆까’라고 천 이백 번은 외치고 있었다.
때마침 옆 테이블에서 짝퉁으로 깔맞춤한 남자가 자기가 데리고 온 여자들과 춤추러 가는데 그 남자가 일어나는 순간 약봉지 같은 것이 떨어졌다. 나는 남자에게 약봉지가 떨어졌다고 말했지만 클럽이라 내 소리는 전달되지 않았다. 뭔 약인가 봤더니 파란색 약이었다. 나는 그때 비아그라인줄 알고 친구에게 “야 비아그라 다 처먹어”라 하고 포크로 으깨서 칵테일에 넣어 먹였다.
친구는 “아, 기운이 솟는다!”고 소리를 빽빽 지른 뒤 비트에 맞추지도 않고 발정 난 개마냥 여자 궁둥이에 거시기를 존나게 문지르며 박아댔다. 나는 혼자서도 잘 놀았기 때문에 난폭하게 부비부비하는 친구와 동떨어져 함께 놀 여자를 찾고 전화번호를 겁나게 따고 있었다. 한참을 놀다가 새벽 4시쯤 친구가 안 오길래 전화를 했더니 전화기 너머로 철푸덕 철푸덕 소리와 함께 신음이 들렸다. 난 뭔 상황인가 친구한테 물어보았다.
“지금 파르텔 모텔에서 어떤 여자랑 떡치고 있어!”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자랑스러웠다.
“오, 군바뤼 생퀴가 원나잇 성공했나보네.”
“이 여자 핑크 호피에 망사스타킹 신고 졸라 섹시해.”
친구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안심하고 마무리를 짓고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한참 집에서 자고 있는데 11시쯤 전화가 왔다. 난 뭔 상황인가 하고 전화를 받았더니 친구였다. 친구가 짜증과 실망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시발 좆됐다.”
“왜? 그 여자 꽃뱀이야?”
나는 놀라서 물어보았다. 친구는 절박한 목소리로 클럽 옆쪽에 베트남쌀국수집으로 바지 아무거나 남는 것 가지고 올 수 있냐고 했다. 나는 매우 귀찮았지만 바로 그 장소로 갔다. 친구는 쌀국수집 옆에 화장실 안에 있었고 좌변기 문 너머로 바지를 달라고 했다. 친구의 신음이 들리는 동시에 복숭아 향이 났다.
‘어제 준 약이 청산가리인가? 청산가리도 복숭아 향이라던데...’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 청산가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의 바지와 좌변기에 화장실 향에 들어있는 젤리가 다 녹아서 데롱데롱 달려 있었고 친구는 포경수술을 한 것 마냥 골반을 절뚝거리며 걸어나오며 물었다.
“너 어제 준 약 비아그라 맞아?”
나는 뭔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어제 그 약 먹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힘이 솟구쳤다가 기분이 하늘에 붕 뜬 느낌이 나면서 이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다리에 점점 힘이 풀리고 어지러워서 화장실에 갔는데 잠깐 졸고 일어날 때쯤 환상의 세계가 펼쳐졌다고 한다. 화장실에 그려진 야한 그림이 실제처럼 움직이고 어떤 여자와 섹스를 하는데 사정을 하고 그대로 곯아떨어졌다고 했다.
그렇다. 이 새낀 여자랑 떡친 게 아니라 화장실에 있는 젤리 향수에 딸딸이를 친 것이다. 겁나 웃기긴 했지만 약 준 입장에서 웃으면 맞을 것 같아서 국수 한 그릇 사 먹이고 조용히 부대로 복귀시켰다. 부대 간부들이 사창가에 가서 사면발이 걸린 것 아니냐고 추궁할 때 친구가 장난으로 꼬추에 치약 발랐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알고보니 그 약은 비아그라도 아닌 여자를 홍~ 가게 하는 약이었다. 수면제 처방할 때 받는 약인데 부작용으로 마약 성분도 있어서 의사들도 사고가 날까봐 그 약으로 처방을 잘 안 한다고 한다.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