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증 그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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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키스] 퇴근 시간 언저리에 급하게 잡힌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넘어서고 있었고, 회의의 끝은 쉽사리 보이질 않았다. 6시 30분에 약속을 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갈 즈음 문자가 하나 왔다. "왜 안내려와 임마!" 친구 녀석이 회사로 찾아왔다. 지난주 계약서를 마무리하고, 서명 날인 후, DHL로 발송까지 끝냈으니, 이제 계약은 마무리된 것이었고, 응당 회포를 풀어야 할 시기가 된 셈이다. 회의를 마무리하고 나니 이미 7시 10분이 넘어 버렸지만, 회의가 길어져서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군소리 없이 40분 넘게 기다려 준 녀석이 고마웠다. 빨간 후드티와 빨간데다 두툼하기까지 한 패딩 그리고, 검은 청바지를 입고 회사 1층 로비에 앉아있는 녀석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코너를 돌자마자 눈에 들어왔고, 무척 반가웠다. "핸드폰에 야동이라도 받아 놨냐? 핸드폰으로 아주 들어가라. 푸욱~ 꼭 까맣게 흙 묻은 홍당무가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네" "42분 늦어 놓고, 홍당무? 오늘은 시작부터 아주 총천연색이다? 오늘은 정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정을 잃고 시작하네" "시끄러워 임마. 법인카드 앞에 묵념~! 임마!" "헉.. 묵... 묵념" 녀석의 회사와 우리 회사는 규모부터 다르다. 물론, 법인 카드의 한도나 사용 범위 역시 다르다는 것 역시 녀석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녀석이 날 끌고 간 곳은 단돈 몇 만원이면 적당한 취기를 얻을 수 있는데다,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꼬치를 바라보며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양꼬치 집이었다. 배려가 철철 넘치는 홍당무 같으니라고... 나 역시도 중국 회사에서 적지 않은 기간을 근무했었기 때문에, 중국 요리를 가끔 즐기곤 했는데, 이 녀석은 뭘 하건 나보다 한 수 위였다. 그리고, 큰 의미 없는 잡설로 쉴새 없이 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녀석. 녀석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티격태격하던 회의로 망친 기분이 한결 나아지기 시작했다. "왜 양꼬치 집 이름에 '신강'이라는 이름이 자주 붙는지 모르지?" "맛있으면 그만이지. 이름이 뭔 상관이야~ 양꼬치 먹다가 홍당무 옆구리 터지는 소리 하지 말고 먹어 임마. 그리고, 난 '연변' 이라는 이름이 붙은 양꼬치 집을 더 많이 본 것 같은데?" "원래 양꼬치는 신강에서 먹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처음 신강에서 양꼬치 먹을 때는 이런 양념도 하지 않았는데, 연변쪽 조선족들이 개량을 한 거야. 양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도록 양념해서 먹는거지." "근데 임마 여기 신강 양꼬치인데, 내 눈앞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 녀석들은 왜 양념이 된 거야?" "양꼬치 양대 산맥이 신강하고 연변인데, 이젠 중국 사람들도 신강식이 아니라, 연변식을 양꼬치라고 생각하게 돼버렸으니까. 신강가서 먹으면...." 녀석의 잡설이 이어지는 중간에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그렇게 이야기는 양꼬치 집에 관한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두 가지 타입의 여자는 선호하지 않고, 가끔은 멀리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는 부담될 만큼 키가 큰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마른 경우다. 길거리 헌팅을 즐기는 친구 녀석 덕분에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었던 진희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는데, 174cm라는 키에 하이힐까지 즐겨 신는데다, 요즘 아이돌도 울고 갈 만큼 삐쩍 말랐다. 물론, 옆에 세워 놓지 않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마치 화보인 양 그림은 참 좋지만, 같이 걷고 있노라면 같은 눈 높이가 부담스러운데다, 가늘고 기다란 팔은 팔짱을 끼고 걸을 때마다, 얇고 연약한 피부에 덮여있지만, 단단한 팔꿈치 뼈가 내 온몸을 꼬챙이로 찌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녀석과 길을 걷다 보면, 주위의 남자 혹은 여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두 가지를 쉽사리 느끼게 되는데, 하나는 그녀의 스키니한 몸매와 장신의 키에 쏟아지는 시선, 그리고 '저 쉐끼는 도대체 뭐야? 뭔데 저런 애랑 다녀?' 하는 깨알 같은 독백들. 그냥 부담스럽다. 그래서, 진희를 가끔 만날 때는 허리 높이 정도 되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을 선호했고, 자리를 이동하기보다는 제자리에 앉아서 두어 시간 정도 수다를 떠는 선에서 마무리 하곤 했다. 문제는 녀석이 자기애가 높고, 지나친 자신감에 종종 허언을 내뱉곤 하는 허언증에다, 주변의 남자들이 부추켜 세울 때면 고고도를 떠돌곤 하는 공주병이라는 점이다. 다만, 녀석의 공주병과 허언증을 꽉꽉 눌러주고, 신경 쓰지 않는 듯 받아쳐 주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곤 했고, 그렇게 색달라서인지 종종 수다를 떨자고 연락을 하곤 했다. 나 역시도 앞에 앉은 예쁜 아가씨가 큰 눈을 방글방글 거리며,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어제는 녀석을 만난 지 9번째 되는 날이었다. 녀석의 숨결이 거칠다. 가슴이 제1의 성감대라 우겨대던 허언증 공주의 실제 성감대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제1의 성감대이니 성심껏 노력 봉사(?)를 하라는 명을 받고 달려들었고, 꽤나 흥분이 지속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녀석의 제1의 성감대는 가슴이 아니었다. 녀석의 작고 앙증맞은 클리토리스는 생각보다 쉽게 녀석을 흥분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딱 아프지 않을 만큼만 잘근잘근 괴롭혀 간다. 가슴을 탐할 때 나던 숨결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녀석의 숨결. 숨결의 높이와 함께 멈추지 않고 쉴새 없이 움직이는 가늘고 긴 다리. 역시나 싶었다. 어떻게 공략할까를 생각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공격을 거듭하면 그에 따라 파도처럼 오가는 숨결만 즐기면 될 뿐이었다. 글쓴이ㅣNOoneElse 원문보기▶ http://goo.gl/A4xNV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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