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이김선달]
화려한 언변과 뛰어난 기지로 강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의 연애담은 과연 어떠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풍문으로만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모아 그의 여자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여자의 몸이 상상의 시작과 끝이라는 이치를 그는 약관의 나이에 깨달았다지. 또 여자의 속내는 피부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 또한. 마성의 매력남으로 조선 땅을 동분서주했을 봉이 김선달의 활약상을 잠시 들여다 보자.
'선달'은 과거에 급제하고도 벼슬 길에 오르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봉이 김선달은 벼슬아치가 될 기회도 마다하고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길을 걸어 간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대동강물을 판매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명석한 두뇌와 두둑한 배짱을 가진 사내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외모에 있어서도 최소한 호감을 살만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에 사교적이고 말을 아주 잘 했을 게다. 이러니 다들 김선달, 김선달 한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를 대하는 여인네들의 마음이야 또 다를까. 여심을 사로잡는 강한 수컷의 매력을 가졌을 것이 분명한 바.
그와의 하룻밤을 보내기를 바라는 여인네들이 죽치고 기다릴 정도로 그의 집 앞은 늘 마을 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봉이 김선달이 장터를 누비며 여인들에게 눈길이라도 줄라치면 이미 알고 눈빛을 맞추는 처자들의 심정은 또 오죽했을까. 저 사내와 잘 수만 있다면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생각했을 터. 젊은 처자들은 그의 등장만으로도 뛰는 가슴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지. 어떤 처자가 그와 하룻밤을 보냈다는 얘기가 돌면 그 여인은 일약 스타덤에 올라 관심과 시기를 동시에 받았다 한다. 봉이 김선달은 뭇여성들의 선망의 대상 그 이상의 존재였다.
높은 관직의 대갓집 마님들과 마을 아낙들도 봉이 김선달을 마음에 품고 속앓이를 했단다. 억지로 일부종사 해야하는 처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상사병에 걸린 여인들이 이 마을 저 마을 넘쳐났다. 해서 가문을 지키고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벼슬아치와 포도청, 양반가가 공조하여 그의 행보를 늘상 예의주시 했다고 한다. 허나 이런 감시망이 가동되어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양반댁 규수는 물론 마을 부녀자와 시집 안 간 처녀들까지 대낮에도 버젓이 낮거리를 했다 하니 봉이 김선달은 풍기문란으로 사회 풍속을 어지럽히는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우리 조선왕조썰록에도 봉이 김선달의 신출귀몰한 면모라든지 여인들과의 망측한 짓거리들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었다 하니 그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실로 대단하다. 이처럼 봉이 김선달은 조선을 넘어 21세기 우리에게 섹스 방정식을 풀어 내는 지혜를 전하고 있는 살아있는 풍속의 교과서라 할 수 있겠다. 여인들과 사랑을 나눈 후 늘 그는 한마디 말만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져 여인들의 가슴 한 편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었다 한다. 그가 남긴 위대한 한마디는 오늘날에도 빛나는 조언으로 남아서 그 명맥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있을 때 잘해~. 나.는. 봉~이야'라는 말은 봉이 김선달에게서 나온 말이라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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