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아이템 | ||||||||||||||||
|
클럽 스테이지 가운데서 키스하다
0
|
|||||||||||||||||||
영화 [러브, 로지] 때는 2007년 여름보다 무더운 5월의 늦은 봄이었습니다. 당시 전 풋풋하지 않은 대학 1학년생이었고, 여느 대학 새내기와 마찬가지로 술값을 지출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런 평범하고 가난한 학생이었죠. 하지만 동기들과 다르게 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입학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초등학생 때부터 불알친구인 이 녀석은 멀쩡하게 생겨서 꼴통짓만 하는 그런 부류의 평범한 친구였는데 솔로였던 저희는 하루가 멀다고 만나 술자리를 가졌고, 이 친구는 저에게 대학생이 돈이 어디 있냐며 매일같이 술값을 계산하곤 했습니다. 당시엔 참 감동이고 고마웠지만, 대학생 때가 자기가 먹여 살렸다며 졸업 후엔 한 10배는 더 뜯긴 것 같네요.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이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 홍대에서 만나기로 하고 호프에서 1차로 소주를 마셨습니다. 다 먹고 계산하려는데 카운터에 사람이 없는 겁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고 그래서 그냥 나왔습니다. 일명 먹튀를 한 거죠. 먹튀 성공에 신이 난 친구는 홍대에 유명한 바가 있다며 앞장을 섰고 도착한 바는 웨스턴바 느낌에 클럽 음악이 나왔던 걸로 기억되는데 데낄라와 칵테일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전 없는 형편에 칵테일이나 먹자 했지만, 친구놈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이런 곳에서는 데낄라를 먹어야 한다며 700ml 대자 세트를 시키더군요. 어디서 봤는지 데낄라를 먹는 족족 레몬하고 소금을 쪽쪽 빨아먹는데 보는 제가 다 시고, 짠 느낌이 드는 것 같더라고요. 소주파인 전 그냥 스트레이트로 한 두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차에 클럽 얘기가 나왔고 클럽 무경험자인 저희는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남은 데낄라를 맥주 마시듯 서둘러 비우고 클럽을 향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밖에 나오니 취기가 올라 어느 클럽을 갔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얼마를 주고 카드같은 걸 받고 입장하면 그걸 병맥주랑 바꿔 먹는 형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론이 길었군요. 어쨌든 안에 들어가니 엄청난 소음과 현란한 조명. 그보다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담배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취기가 오르니 담배 연기 자욱한 클럽 안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아 괜찮더군요. 전 분위기에 취해 술도 취해 병맥주까지 원샷해 버리고 스테이지에 나가 흐느적대고 있던 찰나 눈에 띄는 한 여성분을 발견했습니다. 보통은 일행끼리 서로 마주 보며 춤을 추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녀는 혼자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번쩍이는 조명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짧은 머리에 스키니, 얇은 겉옷 안엔 타이트한 흰색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고 큰 키는 아니지만 늘씬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자에 맞춰 그냥 흔드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굉장히 섹시하게 추더군요. 취기가 엄청 올라왔기에 자신감 가득 충전된 전 그녀에게 다가가 천천히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옆에서 춤을 추다가 그녀가 제 존재를 눈치챘다 싶을 때 은근슬쩍 허리를 감쌌습니다. 왜 취하지 않으면 이런 자신감이 안 생길까요? 다행히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고 우린 그때부터 부비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부비부비가 원래 완전 밀착시켜서 하는 건가요? 전 당시 부비부비란 그냥 닿을 듯 말듯 추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대놓고 엉덩이를 제 거기에 대고 흔드는 겁니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기분은 좋더라고요. 춤도 잘 추는 사람이 그러고 있으니 기분이 굉장히 야릇했지만 시끄러운 주변 분위기와 취기에 꼴리진 않더군요. 전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어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어깨로 올려 천천히 뒤로 돌렸습니다. 자세한 외모는 기억나지 않지만, 옷차림과 춤 실력과는 다르게 청순한 반전 외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한쪽 손을 제 어깨에 올리고 고개는 살짝 내린 채 좌우로 흔들며 여전히 천천히 그리고 섹시하게 춤을 추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절 보더군요. 그녀도 조금 취한 듯 보였습니다. 아이컨택을 하며 춤을 추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제 얼굴을 만지더군요. 순간 심쿵했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있었기에 술 취한 전 '이건 키스 타임 이야!'라는 망상으로 망설임 없이 들이대는 기행을 저질렀고 다행히도 그녀는 그런 저의 목을 양팔로 감싸며 키스에 응해 주더군요. 세상에 춤도 잘 추는 여자가 키스 어찌나 잘하는지 다시 한 번 심쿵했습니다. 제가 키스 성애자라 그런지 그렇게 엉덩이로 비벼대도 안 서던 제 그곳이 풀발기했습니다. 전 그렇게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제가 쉽게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라 술도 확 깨고 너무 좋아서 그녀의 혀가 없어질 때까지 키스 하고 싶었지만 스테이지 정 중앙이어서 조금은 신경 쓰이더군요. 그래서 살짝 눈을 떠서 주변을 살폈는데 주변에선 그러거나 말거나 춤추기 바쁘더군요. 클럽은 원래 스테이지 한가운데서 남녀가 키스하는데 관심도 없는 건가요? 전 그녀의 능숙하고 달콤한 키스에 점점 잃어 가는 이성을 부여잡고 몇 마디 했고,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나가자는 식으로 얘기했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역시 또 심쿵했습니다. '남은 밤 새하얗게 불태우리라! 열과 성을 다해서 두 번 하리라!' 전 벅찬 감정을 진정시키며 그녀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얘기하고 친구를 찾았습니다.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을 놓칠 순 없었기에 양해를 구하고 그녀와 나갈 셈이었죠. 친구는 현란한 조명 밑에서 더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박자를 개무시하고 미친듯이 허우적대는데 정말 또라이 같았습니다. 순간 창피함에 걸음이 멈췄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그 녀석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이놈은 만취가 되어 있었습니다. 과격한 춤사위에 급하게 마신 데낄라가 훅 올라왔나 봅니다. '얘가 나를 보고 얘기하는 건가?' 싶은 썩은 동태눈으로 횡설수설을 지껄이는 친구를 보며 수백 번 고민했습니다. '버릴까? 챙길까?' 이 친구는 주사가 종잡을 수 없는 행동과 되도 않는 횡설수설인데 예를 들자면 멀쩡하다 갑자기 쌍욕을 하면서 운다거나, 술집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뛰기 시작하더니 시야에서 사라지면 어느새 집에 가 있거나. 뭐 말하자면 끝도 없습니다. 아무튼, 전 일단 침착하게 친구에게 상황 설명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조금 전에 생겼으니 난 그 여자랑 나가겠다. 하늘이 주신 기회를 버릴 순 없으니 넌 알아서 여자를 잡든 들어가든 해라. 내일 내가 어찌 됐는지 보고 해 주마.'라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는데 이 녀석 대뜸 주머니에서 오백원짜리를 꺼내 저에게 들이밀더군요. 변신한 거죠. "야 이 개샊ㄲ..!!" 반사적으로 욕이 나오면서 전 이 녀석을 버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간을 많이 지체해 다급해진 전 서둘러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그곳엔 역시 그녀가 없더군요. 클럽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일행과 함께 나간 거겠지요. 아... 그 좌절감이란... 그렇게 그 해 늦봄 깃털보다 가벼운 저의 사랑은 일장춘몽이 되어 사라져 버렸고, 상실감에 빠진 전 만취자 하나를 부축하며 쓸쓸히 클럽을 퇴장하였답니다. 글쓴이ㅣ켠디션 원문보기▶ http://goo.gl/cNQX2p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