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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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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체인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클럽이나 나이트에 가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여태껏 클럽 세 번, 나이트 한 번 정도일까요? 시끄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번쩍거리는 조명 속에 있으면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아서요. 물이 그렇게 좋네 엄청 핫하네 하는 친구 녀석들의 꼬임에도 그렇게 물 좋고 핫한 게 좋으면 온천이나 가라고 튕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 작년 중순쯤 되었을 때인가 봅니다. 불금이니 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스마트폰 알림을 가득 채웠습니다.
 
‘뭐 하냐’
 
‘클럽 가자’
 
‘오늘 T 생일인데 아는 형이 클럽 부스 공짜로 준단다. 가자’
 
‘가자 젊음이여. 타오르지 않기엔 밤은 너무도 길다’
 
점점 현학적인 개소리로 변해가는 유혹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을 무렵 띵 하는 소리가 제 귀를 잡아당겼습니다. 마치 봐야만 할 것 같은 무거운 중압감.
 
‘T가 지난번에 여행 갔다 와서 산 술 가져왔는데 그거 깔 거야.’
 
누가 그랬던가요? 남자의 이상형은 처음 보는 여자라고. 제 이상형은 처음 보는 술인가 봅니다.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술을 꽤 좋아하는 덕에 처음 보는 술이라면 눈이 돌아가곤 합니다. 제가 도착할 때까지 술 따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와 함께 그대로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뛰쳐나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클럽인데 잘 빼입고 가야 하지 않냐고요? 죄송합니다. 셔츠에 바지 대충 걸치고 쫓겨나지 않을 정도만 입고 갑니다. 술 마시러 가는 거지 클러빙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요 뭘. 쿵쿵대는 소리와 이리저리 쏴대는 레이저를 피해 부스를 찾아 올라가자 이미 반쯤은 정신줄을 놓아버린 친구 녀석들의 추태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 고민되더군요.
 
‘아 집에 가버릴까?’
 
어찌 됐든 마음에도 없는 생일 축하를 건네고 가져온 술이나 따라고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베헤로브카(?) 라는 처음 보는 술인 덕에 긴장하고 한 잔을 마신 소감은....답니다. 예거마이스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그래도 뭐, 공짜 술이잖아요? 레드불에 섞어 마시니 그럭저럭 예거밤 맛이 나더군요. 알딸딸하게 술이 오르고 스테이지로 진격한다는 녀석들을 구경하러 난간에 기댄 채 아래를 내다봤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속에서 친구 녀석들을 눈으로 쫓는 것도 꽤 재미있더군요. 고목나무처럼 떡대 좋은 녀석들이 매미를 찾아 사람들 틈바구니를 헤집는 것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와. 역시 클럽 춤추러 간다는 놈들 다 거짓말쟁이들이야.’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춤을 춘다는 걸까요. 어쨌든 술도 거의 다 마셨겠다, 생일 인사치레도 했겠다. 잠깐 빠졌다가 새벽에 분명 또 불러댈 게 분명한 이 녀석들과 남은 술이나 더 마셔야겠다 하는 심정으로 슬쩍 자리를 피하려 했습니다.
 
나가기 전 화장실에 들르려 했던 게 화근이었죠. 여자 화장실 입구 근처에 기대어 폰을 만지던 그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타이트하게 붙어 몸의 윤곽을 드러내는 빨간 미니드레스. 허리까지 쭉 떨어지는 긴 생머리. 묘하게 나X뮤X스의 X리를 닮은 고양이상. 클럽이라고 나름 신경 썼는지 힐까지 신어 주셨는데.... 아마 본인 키는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네. 예전에 몇 번 썰을 올린 적 있던 Y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생긴 뒤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뭐하고 지내나 궁금했었는데, 거의 반 년 만에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톡톡. 어깨를 두드리자 흠칫 놀라 쳐다봅니다. 뭐야? 하는 표정에서 뭐지? 하는 표정으로, 그리고 곧이어 나타나는 어? 하는 표정. 저는 씨익 웃으며 Y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 많나 봐?”
 
“뭐! 라! 고!?”
 
제가 이래서 클럽을 싫어합니다. 사람 얘기가 안 들리거든요. 긴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기고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어디냐고 물어보는 사람 많냐고. 바빠?”
 
“엄청 바쁘지. 넌 웬일이야? 클럽은 평생 안 오더니.”
 
“아는 사람 볼 일이 좀 있어서. 바쁘다니 아쉽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얘기나 좀 할까 했더니.”
 
“맛있는 거 뭐?”
 
“나가서 신선한 공기 마시면서 담배 피우면서 알려줄게.”
 
키득거리며 어깨를 툭 치는 Y. 잠깐만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가더니 파우치를 들고 돌아옵니다. 손을 잡고 맑은 공기가, 아니 덜 지저분한 공기가 있는 서울의 밤하늘 아래로 올라왔습니다. 아직도 긴 입장 줄에서 몇 걸음 떨어져 서로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저와 Y. 발갛게 타는 담뱃불이 밝히는 Y의 얼굴은 여전했습니다. 아니, 살이 좀 빠진 듯 하기도요.
 
“잘 지냈어? 남자친구 생겼다며.”
 
“언제 적 얘기하니? 헤어졌지. 야 근데 너 그 눈 좀 어떻게 못 하냐?”
 
제 눈이요? 물론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죠. 확실히 살이 좀 더 빠진 듯, 몸에 딱 달라붙는 미니드레스가 전보다 더 슬림해 보였습니다.
 
“음? 나도 오랜만에 강남 왔는데 눈 호강 좀 해야지. 그나저나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거야 말 거야?”
 
“뭔데? 나 저녁 먹어서 배불러.”
 
“배 안 부르고 맛있는 건데? 아 뭐 잘못 먹으면 열 달 동안 배가 부르긴 한다.”
 
잠시 응? 하던 그녀는 퍽 하고 제 등짝을 때렸습니다. 낄낄대며 웃는 제게 Y는 예의 그 고양이 눈으로 째려봅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들어가려는 Y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가자. 보고 싶었어.”
 
잠시 망설이는 Y. 어쩔까 머뭇거리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자 픽 하고 웃으며 저를 따라옵니다.
 
“야, 누나가 진짜 놀아달라는 남자들 많은데 옛정이 있어서 너랑 놀아주는 거다. 알았냐?”
 
“예 마님. 늘 가던 그곳으로 모실깝쇼?”
 
“오냐. 어디 모셔 보거라.”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 낄낄대며 변죽을 맞추는 저와 Y. 택시를 잡아타고 예전에 자주 다니던 모텔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차도 별로 없고, 둘이 같이 탄 걸 본 기사님은 아무 말없이 빠르게 차를 몰았습니다. 시선을 피해 조용히 Y의 보드라운 다리 위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모르는 척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스르륵 움직이는 Y의 다리. 들어올 테면 들어와 보라는 듯, 살짝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손이 올라가자 Y는 콱 힘을 주며 제 손을 잡았습니다.
 
“아저씨 얘 보래요, 공공장소에서 막 이런 대요.”
 
“다 왔으니까 내려서 하세요. 젊은 친구들이 참.”
 
젊으니까 그러죠 뭐. 부끄러운 기분에 후다닥 계산을 하고 내린 Y와 저는 예전처럼 다시 투닥거리며 자주 가던 모텔을 향해 발을 옮겼습니다. 여전히 일반실은 없더군요. 누가 보면 특실이 일반실보다 더 많은 줄 알 겁니다. 카드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여전히 탐스러운 Y의 엉덩이를 쓰다듬었습니다. 운동을 꽤 했는지 탄력이 전보다 더 좋은 듯한 느낌. 그리고 엉덩이 한가운데의 이질적인 느낌도. 음?
 
“왜?”
 
“아. 아냐.”
 
엉덩이 한복판이 살짝 젖어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린 것처럼.
 
‘혹시 얘가?’
 
슬금슬금 내려간 손가락이 치맛자락을 타넘고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띵
 
머피의 법칙은 실존할 뿐 아니라 매우 강력하더군요. 일부러 보라는 듯 엉덩이를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며 앞서 걸어가는 그녀. 네. 제가 잘못 느낀 게 아니라 정말로 젖어 있었습니다. 후다닥 Y를 쫓아가 모텔 방 안으로 밀어 넣다시피 들어온 저는 Y가 신발을 벗을 틈을 주지 않고 벽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아우, 야 왜 이래. 좀 들어가서 하자. 응?”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예상했는지 꽤나 안정적으로 벽을 짚고 서 있더군요. 씨익 웃으며 그녀의 뒤에 앉은 저는 그녀의 예쁜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드레스 자락을 살며시 말아올렸습니다. 드러나는 뽀얗고 탱글한 엉덩이. 그리고 흠뻑 젖어있는 그녀의 깊은 계곡까지. 어디에도 속옷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을 살며시 그녀의 다리 사이로 넣어 계곡을 따라 손을 움직이며 물었습니다.
 
“너 설마 클럽 이러고 간 건 아니지?”
 
“미쳤니? 네가 나가자고 할 때 가서 몰래 벗고 왔지.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아니야?”
 
키득대며 웃는 Y. 안 좋아할 리가 있나요? 이렇게 자극적인데? 계곡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손가락을 따라 따듯하고 끈적한 그녀의 꿀물이 흘러나옵니다. 이런. 한 방울도 흘리고 싶지 않은데. 다리를 살짝 더 벌린 저는 손가락 대신 입술로 그녀의 계곡을 핥았습니다. 약간은 짭짤한 땀과 섞인 그녀의 달짝지근한 꿀물. 정신없이 그녀를 핥고 있으려니 다리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지더군요. 몸을 일으킨 저는 후다닥 바지를 무릎까지 내렸습니다. 주니어 끄트머리를 그녀의 입구에 문질러 애액을 바르자 네가 여기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엉덩이를 살짝 더 내미는 Y. 커지는 듯한 엉덩이의 모습에 훅 하고 그녀의 안으로 들어선 주니어는 생각과는 달리 반 정도만 들어갔습니다. 하이힐 때문에 힘이 들어가서일까요?
 
“아우… 야 너 오늘 왜 이렇게 조여? 힘 좀 빼”
 
“....나 두 달 만이야. 괜찮으니까 빨리 넣어. 빨리.”
 
눈까지 감고 진지한 Y의 표정에 저는 허리에 힘을 주어 주니어를 밀고 들어갔습니다. 물이 흥건하지만 두 달이나 굶었다는 걸 증명하듯 반갑게 조여 오는 그녀의 속살. 반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그녀가 좋아하던 곳을 자극하려 하자 Y는 손을 뒤로 돌려 제 허리를 잡아당깁니다.
 
“야, 그거 말고 그냥 빨리해 줘.”
 
”지금 이 상황에서 빨리했다간 오래 못 갑니다만?”
 
“아 됐고! 빨리 세게! 싸고 또 하면 되지!”
 
정말 오래 참긴 참았나 봅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저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아랫배와 엉덩이가 마주치는 야한 소리가 모텔 방 현관에서 울려 퍼졌지만 그녀도, 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요. 그녀를 본 순간부터 흥분했던 주니어는 예상대로 그렇게 오래 참지는 못 했습니다.
 
“어디에? 입에? 엉덩이에?”
 
“엉덩이. 이따 씻고서 입에 해.”
 
어차피 숙박이겠다. 오늘 밤 저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그녀의 선언이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사정 직전에 주니어를 뺀 저는 예쁜 엉덩이에 사랑의 자국을 남겼습니다. 긴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끈적함을 닦으려 후다닥 달려가 티슈를 가져왔지요. 흥건한 계곡과 다리 사이, 엉덩이를 정리해 주는 동안 Y는 고생했다는 듯 제 어깨를 툭툭 칩니다.
 
키득거리며 침대로 향한 저는 무심코 핸드폰을 꺼냈다가 한가득 쌓여 있는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친구 녀석들한테 얘기도 안 하고 그냥 나와버렸더군요. 어디 갔냐는 둥, 잡히면 죽는다는 둥, 지금 나오면 용서하겠다는 둥. 2차를 갈 건데 너 안 와서 못 정하고 있다는 둥. 다채로운 협박과 회유를 보며 애매한 표정을 짓자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던 Y가 눈치를 챘나 봅니다.
 
“아까 그 볼 일 있다는 사람들?”
 
“어. 깜빡하고 얘기 안 하고 왔네?”
 
“그럴 줄 알았다 으이그. 보자마자 손목 잡고 끌어당기더만.”
 
현관에서 바로 넣어 달라고 속옷도 안 입고 온 사람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메신저의 사라진 1을 확인하고 메시지 폭풍은 더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읽은 거 다 안다. 어디냐 이 배신자야. 하... 정말이지 뭐라고 해야 될까요?
 
“야. 나 사진 찍어서 보내 줘. 그럼 조용해지겠지.”
 
“음?”
 
”이렇게 있으면 되지? 얼굴 나오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Y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장난기는 여전합니다. 키득대며 그녀의 사진을 찍은 저는 시끄럽게 재잘대는 친구들에게 사진과 함께 톡을 날렸습니다.
 
‘형 바쁘다. 알아서들 놀아라 무능력자들아.’
 
잠깐의 고요. 그리고 다시 쏟아지는 톡들. 하지만 이번에는 답장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Y가 천천히 저를 향해 돌아앉았거든요. 고양이 눈이 샐쭉 휘어지며 눈웃음을 칩니다. 뒤로 천천히 기대 누우며 저를 향해 활짝 벌어지는 다리.
 
“2차전 준비됐어?”
 
그럼요. 당연하죠.
 
끝.
 
Ps. 언제나 그랬듯이, 친구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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