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10살 어린 여자 후배한테 갑자기 연락이 왔다. 동종 업계 친구들 모임을 통해 1년에 대여섯 번 정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종종 만났다. 여자보다 사람으로 좋아하던 녀석이다.
 
요즘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문젠지, 남자친구가 문젠지 뭐가 문젠지 모르겠단다. 어디서 어떻게 들은 이야긴지 모르겠지만 심증이 가는 녀석이 하나 있긴 한데 심각하게 물어온다. 이 분위기 위험하다. 모르는 척 도망갈 궁리를 해본다.
 
“오빠 나 좀 가르쳐줘”
 
“뭘?”
 
“내가 불감증인지, 아니면 남자친구가 문젠지 모르겠어. XX 언니한테 이미 이야기 들었어.”
 
젠장… 역시나 그 녀석이었다. 나의 신조 중 하나는 같은 업계 사람과 몸을 섞지 않는 것이다. 한번 실수로 후배 녀석과 잠자리를 한 것 빼고는 잘 지키고 있었다. 업계 자체가 좁고 대한민국을 통째로 들고 탈탈 털어도 채 200여 명도 되지 않는 정말로 좁은 바닥이다. 많아 봐야 전화 두 통화쯤만 돌리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연애는 하는지, 진급은 했는지 등등 손쉽게 드러나 곳이다. 조용히 지내고 젠틀한 오빠로 보이도록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데, 예전에 실수로 관계를 맺었던 XX가 여태까지 조용하다가 이 녀석한테 이야기를 꺼냈던 모양이다.
 
“응? 무슨 소리야? 불감증인데 어떻게 하라고? 그거 산부인과 가서 상담 받아봐야 하는 거 아냐?”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가야 한다. 쌓아 올려놓은 이미지가 여차하면 한 방에 훅 가버린다. 피하는 게 장땡이다.
 
“저 입 무거워요. XX 언니도 저한테만 말했다고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으응? 자꾸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 무서워... 그 눈빛으로 두부 두 모는 썰겠다. 응? 아니 삼겹살도 반 토막 내겠네... 좀 더 심하면 나도 반 토막 내겠다? 응? 얼굴 좀 펴봐? 오늘 눈도 왔고 좋잖아? 더럽게 춥다가 조금 따뜻해졌는데, 그 눈빛이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패딩 하나씩 사줘야 해~ 안돼~~”


다급했다. 두부는 뭐고, 삼겹살에 패딩은 또 뭘까.. 급한 대로 마구 던졌다.
 
“오빠!!!!!!! 정말 이럴 거예요? 자꾸 그러면 정말 확 까발려 버릴 거야!!!!!!!”
 
작은 매장에 울려 퍼지는 녀석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더군다나 여기는 회사 코앞인데, 가냘픈 여자가 나한테 소리를 꽥꽥 질러대며 까발린다 만다를 계속 이야기하면, 정말 엉뚱한 사고가 일어나겠다 싶었다. 빠르게 반응해야 했다.
 
녀석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난데없이 이러는 건 협박이나 다름없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한 거니? 응? 제발 나 좀 봐줘라? 제발…”
 
“알았어요. 그럼 오빠 시간 딱 한 시간만 빌려줘요. 어떻게 갚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원인을 찾으면 갚아줄게요.”
 
아니, 뭘 어쩌라는 거야...
 
“확인할 게 있어요. 오빠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8시까지 오세요. 어딘지 모른다고 하지 말고. 안 오면 XX 언니한테 들은 이야기 SNS에 다 올려버릴 거야.”
 
녀석이 조용히 열쇠 하나를 올려놓고 나간다. 익숙한 XX 호텔방 열쇠를. 
 
진퇴양난일세,... 가자니 걱정되고, 안 가자니 다른 걱정이 되고... 녀석은 내가 좋아하는 타입도 아닌 데다, 난데없이 커피 한잔하다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솔직히 녀석은 예쁘다기보다는 귀여운 얼굴에, 만지면 부스러질 만큼 가냘프기까지 하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잘못 이야기 한 번 돌면 이 바닥에서 끝장이다. 내일모레 결혼한다는 녀석이 뭘 원하는지 빤히 알고 있는데, 그 일이 여차하면 내 경력을 박살 낼 수도 있으니 미쳐버리겠다.
 
7시 40분쯤 메시지가 왔다.
 
‘업계 경력 13년 차 모모 씨는 9년 차 모모양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으며...’로 시작한 글은 장장 80라인이 넘어갔다. 누가 봐도 모모 씨는 나였디. 스크롤을 내릴수록 온몸이 떨려온다. 녀석에게 가고 안 가고를 떠나서 일단 확인을 해야 했다. XX에게 전화를 해보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은 없고 미치겠다.
 
[그거 페이스북에 올리려고 써 둔 거야. 손가락만 까딱하면 올라간다?]
 
일단 시간을 벌어야 했다. 80라인의 글 중 절반은 사실이 아니었고 어떻게 해서든 회피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 미안한데... 오늘 야근이라 9시 반이나 되어야 퇴근해.”
 
사실 9시에 퇴근할 생각이었지만, 30분 여유를 더 뒀다.
 
“15분이면 충분히 오지? 9시 15분까지 와요. 9시 16분에 올려버릴 거야.”
 
귀신이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30분을 댕강 잘라내 버렸다.
 
일단, 이렇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 방법을 달리해야 했다. 녀석은 전화는 받지 않고, 메시지로만 응답한다. 호텔로 전화해서 객실에 연결한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다.
 
“꼭 처리해야 할 급한 메일이 와서 오늘은 안될 거 같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내가 내일모레 꼭 연락할게. 응?”
 
“방 열쇠는요?”
 
“아… 이따 늦게라도 퇴근하면서 프런트에 주고 갈게.“
 
“알았어요.”
 
휴... 겨우 상황은 모면했다. 물론, 너무 쉽게 물러난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9시 반쯤 호텔 프런트에 키를 반납하러 갔다. 프런트에 키를 던져주고 돌아서려 할 때, 누군가 뒤에서 쿡쿡 찌른다. 젠장... 녀석이다.
 
“따라와요. 안 그러면 여기서 소리 지를 거야.”
 
내 사주팔자에 누가 똥이라도 그려놨나 싶다.
 
문 앞에 지켜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녀석.
 
“씻고 오세요. 깨끗하게.”
 
“아니.. 이게 아니잖아. 내 후배 녀석 정말 여자 잘 아는 놈 하나 있는데, 그 녀석 소개해줄게. 응? 이거 이러면 곤란해.”
 
“시끄러워요.”
 
욕실 변기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어떻게 해야 도망갈 수 있을지.... 그런데 도통 답이 안 나온다.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녀석은 힘도 없으면서 내 옷을 잡고 질질 늘여 가며, 벗기려 안간힘을 쓴다.
 
“잠깐,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한 시간. 나랑 섹스해요.”
 
이제 녀석의 눈빛은 칼날보다 더 날카롭다.
 
“그럼 내가 벗을게. 씻을 테니 나가 있어.”
 
머리에 찬물이 쏟아지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서둘러 씻고 욕실을 나섰다.
 
일단 일이 이렇게 벌어진 이상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 아니면 당장은 물론이고, 나중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옷 벗고, 누워. 원하는 섹스가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만 채우면 되는 거지?”
 
“네...”
 
“그리고, 분명히 해두자. 이건 너 혼자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고, 나중에라도 나한테 그 어떤 책임도 묻지 마. 그리고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마. XX에게도.”
 
“네.”
 
누워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녀석보다 내가 더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피곤이 밀려온다.
 
귀여운 얼굴에 너무 가냘픈 몸이다. 쉽사리 발기라도 될까 걱정스러울 만큼.
 
가슴을 더듬어 본다. 마른 몸에 비해 쥐어지는 부분이 생각보단 많다. 불감증인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던가? 반응이 확실히 밋밋하긴 하다. 어쩔 수 없다. 온몸을 다 뒤져서라도 포인트를 찾아보자. 기왕에 시간도 벌어야 한다. 목덜미를 머금어 본다. 살짝 반응하는듯했지만, 여운조차 남지 않는다. 그냥 콱 키스해버릴까? 아니다. 잘못해서 감정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귓가로 올라가서, 귓불 언저리를 괴롭혀 본다. 여전하다. 상체를 모두 훑어봤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돌려 눕혀본다. 그리고, 척추를 따라 혀로 더듬듯 말 듯 스쳐 가기 시작했다.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젠장... 이러니 남친이 방법을 못 찾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오빠... 오빠... 오빠.............아.....아...”
 
숨을 몰아 쉰다.
 
“거기 그만.. 그만...”
 
“젠장, 네가 오늘 얼마나 괴롭혔는데, 그만이 어딨어. 그냥 가는 거지.
 
확실하게 하려고 몇 분간을 더 뒤지고 뒤져서 숨이 넘어가는 곳을 정확히 찾아냈다. 그리곤, 녀석이 넘어간다.
 
“악... 아악..... 악.... 학...... 하악... 하악.........헉.”
 
됐다. 이제 최소한 불감증이 아닌 건 확인됐으니, 그리고 실제 삽입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일단 원하는 건 해줬다. 이제 가뿐한 마음으로 사라지면 되는 거다.
 
“오빠, 나 불감증은 아닌 거지? 나 좀 전에...”
 
“그래. 아냐. 아닌 거 확인했으니까 됐지? 그럼 나 간다.”
 
“오빠 것 넣어봐.”
 
“야!!!!!!! 너 말이 틀리잖아!!”
 
“왜? 한 시간, 그리고 섹스라고 했잖아. 지금 섹스한 거야?”
 
“아니... 왜 꼭 삽입해야 섹스야. 응? 삽입 안 해도 섹스한 거라고.”
 
“아직........ 20분 남았어.”
 
젠장…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서, 포인트를 찾아서 넘겨버리고 도망갈 궁리만 한 거다.
 
“나머지 20분은 넣어줘.”
 
찬물이 머리를 맑게 해줬을 때, 서두르는 게 아니었다. 뒤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너무 서둘렀다. 젠장 멍청한 놈.
 
“불감일지 모르니, 콘돔은 죽어도 안 돼.”
 
“젠장.. 네가 싫어도, 내가 날 못 믿어서 난 콘돔 꼭 해야겠거든!!!”
 
“몽땅 무효로 하고 SNS에 올린다?”
 
“아놔... 너 진짜 나한테 왜 이래....”
 
좀 전에 숨이 넘어갔던 녀석은 이미 흥건했다.
 
콘돔도 없이 머리부터 조금씩 넣어본다. 아... 하며 신음이 잠시 나왔지만, 이내 잦아든다. 역시나 남자친구와 문제가 뭔지를 알겠다. 단순히 집어넣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내가 남자친구면 답답함에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이럴 땐 오히려 깊이 넣는 것보다, 짧고, 다양하게 공격하는 게 낫다. 귀두를 활용해서, 질 입구 근처와 4~5cm만을 괴롭혀간다.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밋밋했던 신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녀석의 손이 내 엉덩이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깊이 넣어줘... 더 넣어줘...”
 
‘쉽게는 안되지. 쉽게 주지 않을 거야. 나도 이판사판이거든. 기왕 이렇게 된 거… 절규할 때까지 농락해버릴 거야.’
 
갑자기 녀석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리고, 귀두를 물어버리고, 놓칠 않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갑자기 통제가 안 된다. 위험하다. 이러다간 사정해버릴 수도 있다.
 
급하다… 안돼.
 
녀석이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다. 녀석의 얼굴을 손자국이 날 정도로 강하게 때렸다. 흠칫 놀란 녀석의 반응이 바뀌고, 몸이 풀렸다. 위험했다. 다행히 모면은 했다.
 
“미... 미안... 너무 다급해서 그만... “
 
“아니야, 오빠. 괜찮아. 근데, 한 대 맞으니까 기분 묘하다. 한 대 더 때려봐.”
 
아... 이젠 욕이 나오려 한다. 이거 꼬여도 심하게 꼬였어.
 
“삽입도 해줬잖아. 느꼈고? 그렇지? 그럼 된 거잖아? 응? 이제 그만해.”
 
“아까는 고집이었던 거 인정해. 근데 이젠 부탁이야. 한 시간만 더 해줘.”
 
결국 그렇게 시작된 일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연장되고, 이어져서 새벽 3시 반이나 돼서 끝났고, 손톱자국이 그어진 게 수를 셀 수가 없다. 잠도 못 자고 겁탈당한 기분마저 들어 익명게시판에 올린다.
 
P.S. 근데 녀석의 몸 여기저기를 확인해보니... 불감증은커녕... 색마다.. 색마...!!
 
 
글쓴이ㅣ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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