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일하는 곳으로 파랑이가 왔다.
비가 한참 내리는 잠실대교 밑이었는데 부산에서 기차 타고 와서 지하철 타고 나를 만나러 온 파랑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그랬는데 도와준다고 와버렸다.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라고 지시를 하고.나는 그 틈을 틈타서 다른 동료의 작업을 도와주었다.
일이 끝나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비도 오는데 고생했다고 술이나 한잔 하러 가자고 그래서 파랑이랑 함께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술집을 정하고 창가가 보이는 2층에서 술판을 시작했다.
술 마시는 내내 비가 왔다.
비구경하면서 술을 마셨다.
꽤 운치가 있었다.
동료들과 파랑이와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맥주를 10병 정도 마셨다.
한병에 500ml니까 4명이서 5000cc정도 마신 것이다.
마시고 나서 노래방이라도 가려고 했는데. 늦어져서 집에 가기로 하고 훗날을 기약하면서 자리를 떴다.
주차되어 있는 차로 이동해서..잠들었다..-.-;; 파랑이에게도 자라고 말해두었다.
일어나보니.옆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파랑이.
기상시간인 6시부터 그 자세로 있었나보다. 자세를 풀고 차에 눕도록 명령을 내리고 잠을 더 청하도록 했다
그렇게 10시까지 자버렸다..이틀 연속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술까지 먹어서 매우 피곤했었나보다.
일어나서. 영화를 보러 갔다. 리턴투베이스.
정말 매우 재미난 영화였다. 나도 그렇지만 파랑이도 항공기랑 관련있는 가족사를 가지고 있어서. 우린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목동에 있는 행복한 백화점에 있는 애슐리W에 갔다.
거기서 식사를 하고 나와서 집에 잠시 들러서 어머님의 미션을 완료하고 삼성동 코엑스에 갔다.
공모자들의 시사회가 있어서이다.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시사회를 관람하고. 영화가 끝나니까. 밤 10시가 넘었다.
그 길로 또 지하철을 타고 화곡역까지 와서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와서 차를 몰고 모텔로 갔다.
어떻게... 어제 파랑이가 왔는데. 모텔은.. 이틀 만에 처음 간다..-.-.
모텔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12시 40분.
모텔에서 숙박 손님에 한해서 사발면을 준다고 해서 파랑이를 보냈다.
카운터에서 사발면과 젓가락을 가지고 온 파랑이. 사발면 제조를 시작한다.
난 그 동안 컴퓨터를 했다.
사발면이 익어서 우린 같이 사발면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밤 늦게 간단한 요기를 마친 후에 잠을 잤다.
나는 침대 위. 파랑이는 침대 밑.
그런데.내가 말했다.
"오늘은 침대 위에서 자도록 해. 이리 올라와"
"네,.주인님"
침대 위에 올라온 파랑이.
처음 있는 일이라. 선뜻 올라오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냉큼!"
동작이 빨라진다.내 옆에 나란히 누웠다.
팔베게를 해서 머리를 감아서 안아주었다. 그리고 잠들었다.. 이틀째도 이렇게 마무리..
그리고 오늘.. 사흘째...
아침에 일어나보니 파랑이는 침대 밑에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다.
기상시간부터 저랬겠지. 자세를 풀게 하고.침대 위에 올려서 더 자게 했다.
그 동안 난 피씨로 작업을 할 것이 있어서 작업을 했다.
오후 1시가 되어서 체크아웃을 했고.밥을 먹으러 목동 현대백화점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나서 목동현대 지하에 있는 KIPLING에 가서 모자를 하나 사주었다.
에머랄드색이 매우 이쁜 그런 모자였다.
씌워주었더니 원체 머리가 작아서인지. 잘 어울렸다.무슨 머리가 cd만해;;
그런 다음에 목동 현대 지하에 있는 베즐리로 이동했다.
케익을 보고 있는 나를 보더니니. 파랑이가 입을 연다.
"주인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사드릴게요~"
난 케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말을 했다.
"생일은 넌데 왜 내가 케익을 먹냐?"
파랑이가 말을 했다.
"어? 주인님 .저 생일 아닌데요?"
"그래.오늘이 생일은 아니지.그런데..네 생일 28일이고.넌 그날 워크샵가잖아?"
파랑: "제 생일 28일인거 어떻게 아셨어요. 주인님?"
나:"주종 처음 시작할 때 지나가는 말로 네가 알려주었잖아.. 그거 기억했을 뿐이야"
"모자는 생일 선물이다.그리고.어제 침대에서 잔 것도 생일 선물의 일부고."
파랑이가 말이 없다.그런데. 허락도 받지 않고 운다.
그 녀석 참. 내가 감히 내 허락없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해주었는데 말이다.
손을 잡아 주었다.이 녀석은 손으로도 우나? 손이 촉촉하다;.
손을 끌고 반디앤루니스로 갔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선물로 책을 한 권 더 사주고.
녀석이 좋아하는 퍼즐도 사주었다. 녀석은 퍼즐 매니아니까.
그렇게 해주니까 마음이 매우 가벼워졌다. 녀석의 생일은 녀석에겐 슬픈 날이기도 하니까.
나라도 이렇게 챙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녀석이 이제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운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머리를 이리저리 비비는 것으로 봐서.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허락없이 우는 것으로 모자라서. 코까지 닦는 거지?"
파랑이는 어깨에 머리를 댄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거참..녀석. 진짜인가보네. 역시 주인님은 안 봐도 다 알지?"
그 녀석. 또 머리만 끄덕대며 내 어깨에 물기를 적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