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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이야기 - 2. 용빈이의 연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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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이야기 - 2. 용빈이의 연애 (1) ▶ http://goo.gl/LtEwky
 

영화 [no strings attached]
 
여기 추운 겨울날 되지도 않는 통통한 몸뚱아리에 멋 좀 부리겠다고 얇게 입은 남자가 있다. 추위를 이겨보이려 꼿꼿이 힘을 주고 서 있는 모습은 이미 얼어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뻣뻣함 그 자체였다.
 
"용빈아!"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제서야 그의 굳은 몸이 풀린다. 추위에 지쳐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바보같이 입을 '헤~'벌리고 한 곳만 응시하는 그의 시선에는 여자 한명이 다급히 뛰어오는 게 보였다.
 
"미안해 많이 늦었지?"
 
"아냐. 나도 방금 왔는데 뭘"
 
참으로 정석인 대답이었다. 그녀는 그의 빨갛게 변해버린 코와 볼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많이 춥지"
 
주머니 속에서 열심히 데워놨던 그녀의 손이 그의 볼을 스치자 따스한 온기가 온 몸으로 퍼졌다.
 
"얼른 들어갈까?"
 
용빈은 그녀의 손을 낚아채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그녀와의 첫 데이트다. 용빈은 긴장하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 그녀를 이끌었지만 손을 잡은 용빈의 손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닌 척... 아무리 자기 암시를 걸어봐도 미세하게 떨리는 손은 그녀에게 용빈이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앞서가는 용빈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둘, 둘만 있는 공간에 어색함이 감돈다. 그녀는 용빈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내가 보자는 거 봐도 괜찮겠어? 평소에 영화관 자주 안 온다며"
 
용빈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어? 어... 그렇지 영화관은 잘 안 와. 근데 보고싶다던 영화는 나도 꼭 보고 싶어했던 거였어"
 
그녀는 용빈의 모습을 보자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퍼부었다.
 
"그으래? 그럼 내가 보자던 영화 이름 정도는 기억하겠네? 혹시 영화에 대한 조사도 하고 왔어?"
 
"그럼! 그 영화가 김상진 감독이 만든 건데 말이야..."
 
그녀는 용빈이 준비해왔던 말을 로봇처럼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귀여움에 피식 웃음이 났다.
 
"많이 찾아봤네? 그렇게 찾아볼 줄은 몰랐는데"
"아... 음 영화가 진짜 좋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봤지! 정말 재밌다고 하더라고"
 
"공포 영화는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용빈은 그녀의 말에 정곡을 찔린 듯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냐! 아냐! 누가 그래 누가! 나 공포 영화 엄청 좋아해 진짜! 내 별명이 호러 박이야! 호러 박!"
 
그녀는 순간 자신의 실수가 들킬까 조마조마했다. 용빈이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용빈의 페이스북에서 용빈이 쓴 글을 보고 공포 영화보다는 액션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용빈은 잔뜩 긴장해 그녀의 말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 호러 박씨 다왔다 얼른 가자"
 
어색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팝콘의 고소한 냄새가 둘의 코를 자극했다. 용빈은 순간 나오는 꼬르륵 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소리를 들은 민지는 용빈의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거의 쓰러지기 직전까지 웃어대는 바람에 용빈의 얼굴이 새빨개져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크흠...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배고픈 게 아니라... 음..."
 
용빈은 웃겨서 쓰러지려고 하는 그녀가 얄미웠는지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매표소로 향했다. 그런 용빈의 모습에 민지는 '내가 너무 웃었나?' 생각이 들어 괜스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귀신이 산다 두 장 주세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귀신이 산다는 어제 12시 이후부터 상영이 종료되었습니다."
 
"네?!"
 
용빈은 죄송해하는 직원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뒤늦게 매표소로 온 민지는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 용빈에게 질문했다.
 
"왜? 왜? 뭔데?"
 
"음... 어제까지였대"
 
"뭐가?"
 
"귀신이 산다 어제까지 상영하고 끝났다는데..."
 
용빈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예상대로 그녀의 얼굴은 실망감으로 가득찼다.
 
"에이 뭐야 진짜 재밌대서 볼려구 했는데..."
 
용빈은 핸드폰을 꺼내서 열심히 검색을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 용빈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다른 영화를 찾기 위해 팜플렛을 뒤적였다.
 
"민지야 볼 수 있어!"
 
"정말?"
 
용빈은 핸드폰을 들고 검색 내용을 보여주었다.
 
"상영은 종료됐는데 DVD방에 가면 영화관보다 싼 가격으로 볼 수 있대"
 
"그럼 빨리 가자 엄마한테 3시간 정도 나갔다 온다고 해서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
 
민지는 모범생답게 노는 시간과 공부시간을 정해놓고 있었다. 그녀의 다급한 말에 용빈의 손이 더 빠르게 검색을 하고 있었다.
 
"여기 근처에 DVD방이 하나 있다. 거기로 가자!"
 
용빈은 빠르게 근처 DVD방을 찾아내 지도를 저장하고 민지의 손을 낚아챈 뒤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산딸기 이야기 - 2. 용빈이의 연애 (3) ▶ http://goo.gl/5Uf2ah
산딸기
맛있는 글을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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