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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동화] 탈 아다기의 주인공이 된 사연 - U의 총각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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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evolutionary Road]
 
그때가 크리스마스 이브였는지 크리스마스를 앞둔 토요일이었는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들은 여느 때처럼 크리스마스인지 망년회인지 아니면 무슨 무슨 모임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별로 중요할 것도 없는 이유를 달고, 늘 가던 그 술집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잠시 들렀다 가버리거나 같이 있을 것처럼 굴다 어느 틈에 스윽 사리지거나 하는 뻔하고 지겨운 커플들을 맞이하고 또 보내며, 몇 시간째 재털이 냄새가 날 것 같은 푹 꺼진 소파 위에 눌러앉아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연거푸 담배를 태워대며 또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던 나는 세 번째인가 자리를 옮겼을 때, 죽은 듯이 테이블에 이마를 쿵 박고 있었고, 피곤했다.

이상하게도 나를 제외한 일행들의 이야기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하나는 부족하고 둘은 비교되니 셋이 딱이야'라던 그녀와 '사귀는 건 귀찮은 짓이니, 그저 만나 술 먹고 섹스나 하는 게 최고다'라는 녀석과 끄덕이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가는 또 다른 그녀, 그리고 말이 없이 술만 들이키는 또 다른 녀석, 그리고 한 둘쯤 더 있었는지 어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다들 잘난 척 하고 앉아 돌고도는 뻔한 얘기들을 했다.

하지만 너희를 봐, 짝없이 모여 앉아 이 시간까지 술이나 마시잖아? 지루한 얘기들의 반복과 저마다의 꼬라지가 우스워, 나는 큭큭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하기사 그때의 나 역시 애인 하나 간수 못해 혼자인 채로 긴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고, 개 같은 치유력 덕분에 세달 이상 옛사랑을 그리워하질 못하니, 딱히 생각날 누구도, 새삼 좋아하는 누구도, 그렇다고 몸이 땡기는 누구마저도 없는, 오로지 따분하며 설레임이라곤 한 톨도 남지 않은, 잔인하게 바싹 마른 겨울을 보내고 있기는 했다.

'너네야말로 이마빡에 외롭소 팻말을 달고 있는걸 모를 줄 아냐'고 했더니 '그러는 너는 팻말 떨어질까봐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말을 하냐'길래 역시 테이블에 이마를 쿵 박은 채로 깔깔 웃었더니 그만 가자며 팔을 잡아 일으킨다.
 
- 너 누구야?

난 내가 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무조건 싫다.

- 술도 떨어졌고 다들 피곤해 하네. 그만 가자.

시계를 보니 3시반. 이 때쯤 되면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득해진다. 나는 일어섰다.

- 집에 가야지. 이거 놔.

아까부터 내 어깨를 붙들고 있는 넌 누구냐. 뒤를 돌아다보니, 이 녀석은? 아, 너로군. 초등학교 동창인 U를 십 년 만에 처음 봤을 때 난 이미 취해있었고, 두 번째 봤을 때는 같이 취했었다. 그러니까 이번이 세 번째였다.

- 놔. 나 안 취했어.

그랬다. 취하진 않았지만 짜증나게 추웠다.

- 썅. 볼이 찢어질 거 같아.

나는 횡단보도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입에 문 담배만 빨아댔다. 신호가 바뀌고 녀석들은 우르르 건넜다.

- 얘는 내가 데려다 줄게, 잘들 가!

누군가 어깨를 잡아채는 바람에 한 발 내디디고 멈춰선 나는 결국 길을 건너지 못했다. 돌아보니 U다.

- 너 뭐야? 우리 집은 건너서 타야 돼.
- 이쪽에서 타고 유턴하면 돼.

U가 '춥지?' 하며 지 목도리를 풀러 내 목도리 위에 둘둘 마는 바람에 내 꼴은 눈사람처럼 우스워졌다. 그러더니 한쪽 장갑을 빼서 지 멋대로 내 왼손에 끼워준다. 이 자식 취했군. 나는 혀가 꼬부라졌다. 택시를 타니 찢어질 것 같던 볼도 따듯해졌고, 볼이 따듯해지니 머리속도 따듯해졌다. 머리 속이 따듯해지니, 생각 같은 건 사라졌다.

- 아저씨, **요.

우리 집이 아니다. 그러나 머리 속이 따듯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렸다. 여긴 어디냐? 입이 얼어 내 말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 늦었으니… 눈 좀 붙이고 아침에 가. 

대답이 귀찮은 상황이기도 하고 그럴 시간이기도 했다. 될 대로 되라지 싶기도 했고, 세상에 이런 허름한 여관방을 잘도 찾아왔군 싶기도 했고, 습관처럼 귀걸이며 목걸이 따위를 화장대 위에 내려놓으며 나는 여전히 아무 생각이 없었고, 안 났고, 그냥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분명 취한 것처럼 방안을 서성이며 웅얼웅얼 대던 U는, 어느 틈에 욕실로 들어가더니 정말 한참 만에 나와서는 싸구려 비누냄새를 폴폴 풍기며 다가왔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가방 안에서 20여종이 넘는 기초화장품 세트를 꺼내서 정성스럽게 바르기 시작했다. 나는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건만, 화장대에서 볼일을 다 마친 U는 잠든 아기 다루듯 이불을 내 목까지 올려 덮어주고는 또 토닥여 주고는, 여전히 내 말똥말똥한 눈은 한번도 마주쳐주지 않은 채, 여전히 싸구려 비누냄새를 폴폴 풍기며 내 귀에다 대고 말을 했다.

- 아침에 깨워 줄 테니, 잘자.

그러더니, 베개를 집어 들고는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나는 잠인지 술인지 아무튼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 너 뭐 하는 거야? 

아니 뭘 어쩌라는 게 아니라 한번도 당해 본적 없는 그런 식의 행동이 몹시 특이했다.

- 난 여기서 잘 테니까... 걱정 말구… 푸욱 잘자…

이번엔 방바닥에서 웅얼웅얼 댄다.

- 야. 너. 이리 올라와봐.

이 황당한 녀석을 내려다보며 나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우물쭈물 대는 U는 '이리와.' 라는 내 두 번째 말이 마치 거스를 수 없는 대단한 명령이라도 되는 양 '그럼 니가 올라오래서 올라간다…'느니 하는 말을 또다시 웅얼대고, 수줍은 얼굴을 하고는 결국 내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또 한번 황당하게도 '나 처음인데...'라는 말을 했으며, 그러거나 말거나 믿겨지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던 나는 무심하게 옷을 벗어 내렸다.
 

 
나 처음인데....

이 황당한 녀석은, 한번 더 황당하게도 펄펄 끓는 그 길고 마른 몸을 내 위에 포갠 채로 나의 귓가에 충격적인 멘트를 날렸다.

- 저기… 그러니까… 니가 내.. 첫사랑이야..

머리 속이 하얘졌다. 아까부터 이 녀석이 쏟아내는 말들은 다 뭐란 말인가? 사태를 이쯤에서 덮어두고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무섭게 스쳐갔지만 이미 나는 다리를 벌리고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 씨바야-

U는 정말 처음이었다. 마른 몸에 비해 꽤나 단단하고 큰 자지를 갖고 있던 U. 몸이 하얗던 탓에 털도 별로 없었고 자지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지털이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자지가 커 보인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연약한 외모와는 달리 제법 늠름한 자지였다고 기억된다. 하지만 늠름하면 뭐하나. 총각인 것도 모자라서 혼자 연습도 잘 안 해봤는지 그 뻣뻣한 움직임은 대책이 없었다. 

그러니까 구멍도 못 찾은 채 나를 누르고 헐떡거리고 있었고 온 몸은 펄펄 끓었으며, 나는 지 혼자 격렬하기만 한 그 녀석의 엉덩이를 다독거리며 '천천히 해 천천히...'할 뿐이었다. 가까스로 보지를 찾아낸 U는 자지가 제대로 꽂힌 느낌이 들었는지, 갑자기 더 흥분해서는 거의 넘어 갈듯이 숨을 헐떡거렸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난 U의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을 정도. 제대로 된 피스톤 운동은커녕 농약 먹은 개구리처럼 바둥거리는데 아 정말 머리 속이 새까맣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던 U. 갑자기 '커헉!' 하는 임현식 선생님스러운 신음과 함께 동작 그만 하더니, 풀썩 침대 위로 쓰러졌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 좁은 어깨를 들썩거리던 U는 그 와중에도 내 가슴을 손에 쥐고 있었다. 밤은 그렇게 갔다.
 
방안은 불쾌한 공기로 가득 찬 듯 했다. 담배 냄새, 술 냄새, 매캐한 체취의 냄새. 빨리 벗어나고 싶다. 몸은 뻐근했고 감기기운이 있었으며 설명할 수 없고 어쩔 수도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 일어나봐.
- 으응... 머리아파…

아까부터 너 정말 처음이냐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할 수가 없던 나는 재털이에 꽁초 늘어놓듯 딴소리만 늘어놓았다.

- 너 나랑 정말 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야?
- 그래~ 아 왜 사람을 못믿어…?
- 그럼 여기 왜 왔어?
- 너 집에 가기 멀고… 피곤해 하니까. 아니 난 뭐 그냥, 눈 좀 붙이고 가라구… 그치만 여자 혼자 여관 가긴 좀 그렇잖아..

헉. 지가 더 쑥쓰러워 하다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화. 황당한 U는 계속 나를 당황시키고 나는 이제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말한 뒤 생각해버리는 난감한 짓을 하고 말았다.

- 에혀, 난 또. 나랑 할려구 온줄 알았지?
- 야! 나 그런 애 아냐…! 그,그리구...섹스...별로 관심 없어..

섹스가 싫다라니. U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신기했다. 그리고 짓궂게 굴고 싶어졌다. 

- 왜? 이 좋은 게 왜 싫어?

나는 U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 헉! 야… 좋기야 좋지. 그치만…

U는 몸을 꼬면서 말했다.

- 그럼 여자친구 사귈 때 뭐했냐?
- 뭐하긴, 뭐... 집에 데려다 줬지…
- 으하하. 애 진짜 특이한 애네.

나는 웃고 말았다. 맹세코 비웃음은 아니었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U의 볼을 한번 꼬집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U는 그런 내 손을 가져가 심장에 대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많이 뜨거워서 나는 그만 스윽 빼버렸다. 

사실은 U가 어제 나눈 섹스에 의미를, 그러니까 커다란 의미를 둘까봐 겁이 났다. 관계의 지속이라든지 전환이라든지 하는 그런 생각을 떠올릴까봐, 그게 두려웠다. 나는 정말 나쁜 년이 된 거 같았고, 그렇다면 사과를 해야 했을까? 어제 밤 택시에서 내릴 때처럼 또다시 아득해졌다.
 
 
- 집에 가고 싶어.
- 저기 그럼 말야, 밥 먹고 가자. 속 안 좋을 거 아냐...밥은 먹어야지...
- 싫어. 난 속 말끔해. 그냥 집에 가고 싶어.

나는 조금씩 짜증이 나려 한다. 미안함, 짜증, 아 모르겠다. 간신히 밥을 먹지 않겠다는 내 의지를 관철시켰건만, 산 넘어 산이다.

- 저기 말야, 그럼 데려다 줄게.
- 왜? 날 밝았는데 뭘, 왜 데려다 줘. 됐어.

밖으로 나와 한참을 걷는 동안도 계속 싸움 아닌 싸움을 해야만 했다. 진심으로 혼자 가고 싶었다. 그러나 싫다, 불편하다, 귀찮다, 신경 쓰인다, 애인도 아닌데 왜 데려다 주냐 등등 그 어떤 이유를 달아도 계속 데려다 주고 싶다는 U의 대답에, 나는 정말 짜증이 섞여버렸다. '니가 내 애인이야 뭐야?'라는 싸가지 없는 문장을 꾹꾹 삼켜야 했으며 끝까지 조분조분 말하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 U가 왠지 맘에 들지 않았다. 기어코 전철을 따라타려는 녀석을 따돌리고 올라타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
 
띠리릭. 문자가 온다.
 
기지배
아무튼 고집은.
잘 들어가고 밥 챙겨먹고 푹 쉬고
음.. .나 오늘 생일이다^^ 
 
그러니까 그때가 크리스마스였는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이었는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하필이면 U의 스물 네 번째 생일이었고, 알고 보니 내가 녀석의 첫사랑이었고, 또 어쩌다 보니 그의 탈아다기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삼한사온의 나른하고 푹하여 겨울 같지 않은 겨울 날씨였던, 아주 쨍-한 그런 아침이었다.
 

예능 [무한도전] 중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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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상상 2018-05-31 14:07:33
농약먹은 개구리...  풉..  표현이 너무 웃겨서 뿜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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