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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동화] 소녀, 천국에 갈뻔하다 - p의 지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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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호실]

그때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P와 만났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일주일에 삼일 이상을 밤바람 맞으며 퇴근을 했고, 그런 밤이면 어김없이 집 앞 수퍼에 들러 병맥주 하나를 산 뒤 그 옆 비디오 대여점에 들르는 코스를 반복했다. P는 그 달꿈비디오에서 일하는 남자였다. 
 
P는 좀 독특했다. 병맥주가 든 검은 봉지를 풀럭거리며 여섯 평 남짓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P는 예의 그 안정된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인사를 할 뿐, 영화가 돌고 있는 작은 티비 화면이나 펼쳐놓은 책으로 시선을 거두어버렸다. 오늘도 오셨네요 라던지 날씨가 쌀쌀해졌죠? 같은 살가운 멘트는 커녕, 비디오 추천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과장된 붙임성으로 무장한 장사꾼들에 거부반응이 있긴 했지만, 내가 비디오를 빌리러 온 게 아니라 종합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 진료실에 들어왔다던지 의뢰했던 건축물 감정 평가를 듣기 위해 건축사무소상담실에 들어온 건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달꿈비디오에 드나들며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오늘의 신프로가 뭐인가보다 P가 짓는 그 일관된 표정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였는지도 모른다. 직업에 귀천을 두자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확실히 P가 풍기는 분위기는 비디오 대여점 카운터와는 맞지 않았다. 여유롭다고 보기엔 뭔가 부족하고, 거드름 피운다고 하기엔 좀 넘치는. 하여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그 표정은 뭘 뜻하는건지 몹시 궁금했다. 아침의 말쑥하고 뽀얀 화장은 다 번지고 눈 밑엔 그늘이 생긴 채 손에는 시시한 병맥주 하나 들고 귀가하는, 대충 유능한 이십 대 여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P가 잘생긴 것 또한 사실이었고 말이다.

P가 주인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도 그 대학 선배라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진 몰랐다. 공포영화 섹션에 죽치고 서있다가 들은 바로 그 선배는 백석동에서 철학관을 하며 시원찮은 수입을 메꿀 요량으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무렇게나 기른 수염에 깔깔이를 마고자처럼 갖춰 입어 실제 나이보다 십년은 더 들어보이는 그 선배를 본건 그 날이 유일했다. 달꿈비디오를 지키는 건 언제나 P 혼자였다. 
 
그렇게 드나들기를 두어 달. 나는 작정하고 병맥주 세 병을 사들고 가게 문이 거의 닫힐 무렵 찾아갔다. 내가 P에게 수작을 걸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그가 잘생겼다고는 이미 말 했고) 노상 틀어대던 히치콕 영화 대신 P가 보던 만화책이 '멋지다 마사루'였기 때문이다. 마사루를 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니. P가 어쩌면 겉은 멀쩡하고 속은 골때리는, 흥미로운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속을 건드려보고 싶은 충동을 누를 수가 없었다.

오늘은 너무 늦어서 여기서 마시고 갈까 하는데, 맥주 한잔 안하실래요? 미친척하고 병맥주를 카운터 위에 올려놨다. 그러죠. 읽고 있던 아즈망가를 덮은 P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은 기색으로 일어나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흰색 의자 두 개를 가져와 좁은 가게 안에 놓았다. 나는 육포를 뜯으며 아즈망가를 보면서 심각할 수 있는 심리는 어떤건지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의자 이외에 P는 어디서 튤립처럼 배가 불룩한 와인잔을 들고 나왔다. 맥주는 대충 나발을 불어도 되는데. 이건 다 뭐에요? 예뻐야 되요. 뭐든지 예쁜 게 좋습니다.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니가 얼굴이 좀 생겼다지만 그 지저분한 머리하며 추레한 남방을 봐라. 속으로 생각했다. 너나 잘하세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이 안에 계신거죠? 거의 그렇죠. 그런데 아이라인이 끊기셨군요. 컥. 민망함에 손거울을 뒤지는 사이 P는 티슈를 한장 뽑아 건내줬다. 개쪽을 주는 건 뭐고 이 친절함은 뭐지. 나는 번진 화장을 대충 수습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는 히치콕 광이었고 시니컬한 면이 많아 자칫 불평분자같기도 했지만, 속을 알고 보면 뭐랄까 좀 점잖고 의외로 성정이 유연한 사람 같기도 했다. 섹스를 좋아해도 후배위는 절대로 안할 거 같은 타입. 아무튼 말하는 중간 중간 아주 드물게 짓는 그 야릿한 눈웃음에 장난기가 잔뜩 실려 꽤나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짜피 이렇게 된 거 나는 되든 안되든 덤벼보기로 했다. 술먹이기, 눈웃음치기, 슬쩍 가슴골 보여주기 등등 내가 가진 잔재주를 총 망라해서 P를 자빠뜨려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는 여전히 그 눈웃음만 지을 뿐 이렇다할 액션을 취하지 않은 채 점잖을 빼고 있었다. 아무튼 좁은 카운터 위에 맥주 30병을 늘어놨을 무렵. 무슨 라이브프로 386특집에 나온 민혜경이 보고싶은 얼굴을 부르는 가운데 나는 P의 입술을 덮쳤다. 

P가 눈을 감은 채 묘하게 웃었다. 이런 싸이코 같으니! 어쩐지 소름이 돋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짙은 베이지색 골덴 바지 위로 더듬어본 P의 자지가 꽤나 두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리듬을 주며 바지 위로 솟은 P의 자지를 쓰다듬으며 포개진 입술 사이로 신음 소리를 흘렸다. P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내 등을 쓰다듬던 손길도 함께 격렬해졌다. 내가 몸을 일으켜 P의 무릎 위에 올라타려다 말고 무릎을 꿇어 P의 바지를 벗기려 하자, 그제서야 P는 나의 손길을 저지했다. 이쪽으로. P는 나를 일으켜 가게 뒷 편의 쪽방으로 데려갔다.
 
비디오 테잎과 책이 벽을 둘러 쌓여있고 가운데 네모난 요가 깔려져 있는 방. 바로거기서 골 때리는 상황이 벌어졌던 거다. P는 갑자기... 누워버렸다. 그러니까 천장을 번갈아 보는 보통의 섹스 패턴에 있어서 대개의 남자들은 일단 눕힌 뒤 눕기 마련인데, P는 지가 먼저 누워버린 거다. 그러더니, 눈 덮인 숲 뉴질랜드 마운틴 크라이포드의 오두막에서 달빛을 받으면서 섹스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라고 나지막이 말하며 요를 펄럭이는데 거지냄새가 났다. 달빛 같은 소리 하네. 심지어 이 방엔 창도 없잖아. 나는 조금 아까 격렬하게 입술을 빨아댈 때에 비해 조금은 식은 감정이 되어 무심하게 빤스를 내렸다.

그리고 P의 몸에 올라 탔다. 그래.. P에겐 묵직한 자지가 있어. 나는 섹스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천천히 허리를 돌렸다. 후. 꽉 차는 이 느낌, 그래 이것으로 오늘 밤 위안을 삼자. 사실 크기가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큰 자지들은 별다른 테크닉을 쓰지 않아도 만족감을 줄 때가 있다. 그에 비해 작은 자지들은 다채로운 테크닉을 연마해서 사이즈를 카바하지만 말이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정중앙에 솟은 P의 자지. 단단하고 날렵하기보다는 퉁퉁하고 두툼한 독일식 소세지 같은 그의 자지를 몸에 끼운 채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위로 아래로, 하악- .나의 몸뚱이는 점점 더 달아올라 보지에서부터 가슴까지 뜨거운 게 울컥하고 올라왔다. 움직임이 격렬해지자 나는 점점 몸을 가누기 힘들어져 허리를 뒤로 제끼거나, 엎드려 P의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도 점잖으며 가학적인 자지의 소유자,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으윽, 나는 90도 각도로 허리를 꽂꽂이 세운 채 그의 거친 콧바람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입을 꾹 다물고 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저 심하게 거친 콧바람 소리. 그는 이따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부르르 떨기도 했다. 마치 지휘를 하는 것처럼. 그러다 갑자기 몸을 일으켜 나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아, 지금이야..헉헉, 좀더, 좀더 깊게,,, 바로 그때!

쾅쾅쾅!!

격하게 문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P는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누구냐, 넌! 나는 걷어 올린 원피스를 주섬주섬 내리며 뒤로 물러 앉았다. P는 밖으로 나갔고 나는 물을 먹었는지 귀퉁이가 뒤틀린 나무 문짝에 귀를 바싹 대고 엿들었다. 티격태격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러니까, 영업시간 끝났으니까 문을 잠근 거 아니겠습니까? 이거 반납 오늘, 안내면 나 연체료야. 미안합니다. 문장구조가 어색한 걸로 봐서 외국인 노동자인 것 같았다. 그러게 어차피 지금 내셔도 연체료 물으셔야 합니다, 12시 넘었잖아요. P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까칠해진 음색이었다. 음, 아냐아냐. 여기 새벽 1시 문 닫어, 아직 연체료 아냐. 자 받으십시요. 아니 그러니까 문 닫은거 안보이냐고?! 음, 아냐아냐. 지금 불 다 안꺼졌어, 셔터는 안내렸습니다. 나 연체료 아닙니다. 이 인간이 정말! 죽여버리겠어! 아악!!! 외국인 노동자로 보이는 손님은 겁에 질려 알 수 없는 욕을 남기고 갔다. 

'Handsome Devil!'
 
그만 가볼게요. 나는 조용히 옷을 챙겨 입고 나왔으며 P는 나를 잡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선 채로 눈을 번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모습이 P의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달꿈비디오에 가지도 않았고 얼마 후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제법 여러 해가 지나 나는 P를 완전히 잊었다. 어느 날 오후 무심코 티비를 틀기 전까진 말이다. 티비에서 P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흡사한 모습의 남자가 레드 카펫위에 서서 예의 그 당당하되 오만하지 않은 모호한 웃음을 짓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조금은 살이 찐듯한 모습. P일까? 아닐까? 그러는 사이 잊은 줄 알았던 그날 밤이 또렷이 기억났다. 거친 콧바람과, 눈 감은 채 부르르 떨던 몸짓. 지금 저 서람이 P가 아니라면, 정녕 도플갱어는 존재하는 것일까.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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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블리블리릴리릴 2018-05-28 09:35:58
저 남자 연예인이에요??
Exynos/ 박찬욱 감독 아닌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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