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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이어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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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랭크]

긴장이 확 풀려서 인지, 아니면 그 전날 그녀 덕분에(?) 밤을 세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집에 오자 마자 꼬박 열 세시간이나 내리 자고 말았다. 항상 신경성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는 간만에 달콤한 잠을 원없이 몰아서 잔 기분이 들어 몸이 개운했다.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늘 나를 옥죄던 미래에 대한 불안과, 풀리지 않는 내 음악의 마지막 소절이 짓누르던 압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달콤한 잠이었다.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나는 전보다 훨씬 활발해졌다. 정리가 잘 안 되던 지저분한 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허물처럼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던 방을 정리하고, 하루에 한 번씩 밖에 나가 햇볕을 쬐었다. 미완성의 비트들은 컴퓨터에서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 스스로를 가볍게 하고 나니까,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샘솟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와 난 연락을 시작했다. 
 
‘연애’도 아닌 ‘연락’이 무엇이 그리 대수겠냐고 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큰 삶의 변화이자 고무적인 성과였다. 내 짝사랑 역사는 중국처럼 유구하지만, 단 한 번도 먼저 이야기 해서 연락을 시작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연락을 주고 받을 상황이 되었거나, 혹은 그것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 미래를 과감하게 음악에 걸었던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성에 있어 늘 소극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익숙했다. 
 
나는 일어나면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 역시 굿모닝! 이라면서 받아 주었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오늘 누구를 만날 예정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그녀에 비해 삶이 단조로운 나는 딱히 해 줄 이야기는 없었지만, 음악을 추천해 주거나 혹은 오늘은 어떤 사람과 음악작업을 했다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늘 내게 파이팅! 이라고 말해 주었다. 설령 그것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한 말이라고 해도, 나는 정말 그녀의 말에 힘이 솟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미팅이네 ㅠㅠ 너도 창작하느라 힘들 텐데 고생해!-
 
-응 고마워~!^^- 
 
그나마 이렇게 말을 놓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었다. 물론 말은 그녀가 먼저 놓았고, 나는 한동안 존대로 응수하다가 겨우겨우 말을 놓은 것이지만. 
 
그녀를 만난 시점은, 공교롭게도 내가 한창 여러 가지 음악 작업을 할 때였다. 돈을 위해서 편곡 작업을 할 때도 있었고, 녹음실의 음향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언더 그라운드라고 할 지라도 다수의 랩퍼들과 음악 작업을 했다. 비록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나는 알게 모르게 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언젠가 그들이 유명해져서 수면위로 올라온다면, 나 역시 대중적으로 더 노출이 되는 프로듀서가 될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어떻게 됐냐?”
“뭐가요?”
 
형의 말에 나는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다이어리 그 여인. 어떻게 됐어? 키스는 했어?”
“뭘 키스를 해요. 그냥 밥 먹고 맥주 마시고 헤어졌죠.”
“올~그래도 맥주까지는 간 거 보니까 그냥 막 고자는 아니구나 네가.”
“됐어요. 그냥 맥주 한 잔인데 뭘.”
“라고 말을 하면서도 굉장히 깔끔해졌는데? 머리는 왜 잘랐어? 드레드 딴다고 기르는 거 아니었어?”
“하기 싫어져서요.”
“뻥치네. 이 새끼 이거 여자 생겼다고 행색에 신경을 쓰고 다니는 거 보소.”
“생기긴 뭘 생겨요.”
 
생길 가능성이 1이라도 있으면 기분 좋게 웃으며 받아치기라도 하겠지만 나는 그냥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았다. 물론 바쁜 그녀가 하루 종일 나와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은 아니었다. 다이어리에서 언뜻 보았던 것처럼 리즈의 하루는 미팅과 회의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중간 중간 틈이 날 때 내 말에 답장을 해주는 것이다. 그나마 그것도, 답장을 받지 못해서 내가 나중에 한 번 더 말을 걸고 나서야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 그냥 연락만 하고 지내는 거야?”
“네.”
“시작이 반이다. 잘해봐라.”
“저 그래서 말인데……”
 
녹음실에서 내 음악을 들으며 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그가, 내가 입을 열자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계속 이렇게 연락을 하다가 어떻게 만나자고 해야 돼요?”
 
형은 내 질문에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응시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런 것까지 이야기를 해 줘야 하냐?”
“네. 정말 모르겠으니까요.”
“그래도 잘 해보려는 마음은 있는 모양이네?”
 
나는 그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잘 해 본다라……내가 감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올려다 보기에도 과분한 그녀였다. 그녀를 가지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한 번만 더 만나고 싶었다. 그 반짝거리는 눈과 입술을 또 보고 싶을 뿐이었다. 어차피 명절에나 보는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형이니까, 조금은 솔직히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은, 그냥 보고 싶은 게 커서요. 그 분은 저한테 남자로서 관심이 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흐음……그러니까, 또 너의 짝사랑이 간만에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 것이구나.”
“제발.”
“너는 왜 잘 해보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나는 안 될 거니까 짝사랑을 해야지 하는 생각부터 하냐? 그러니까 네가 아직 여자 경험이 없는 거 아냐.”
“잘 모르니까 그러죠.”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왠지 팩트로 뼈를 맞은 것 같아 가슴이 시렸다. 
 
“너 그 때도 그 누구더라……그 여자 랩퍼 엄청 좋아해서 맨날 술 마시고……”
“그만. 형. 그만요.”
“근데 걔 이름이 뭐더라? 얼마 전에 아이돌 피쳐링도 하고 그러는 거 같던데.”
“아 쫌.”
“아무튼.”
 
형은 낄낄 거리며 나를 놀리다가, 다시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어설프게 커피 한 잔 하실래여? 이 지랄 했다가 까이고 울지 말고, 뭐라도 어필을 해봐. 만나더라도 어필을 해야 할 거 아니냐.”
“어필이라뇨?”
“짝사랑이라고 해서 그냥 쳐다보고 잘해주다가 끝날 거야? 만나자고 해 놓고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반찬처럼 앉아 있다가 집에 와서 아 시박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걸 하면서 이불 끌어 안고 후회할 거야? 그 여자가 너를 좋아하던 안 하던 잘 될 확률이 높건 낮건 간에 니 어필은 해 봐야 후회가 없을 거 아니냐.”
 
그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내 모습을 어찌 저리 잘 알지?
 
“너 예전에 짝이라는 프로그램 본 적 있지? 거기 보면 여자한테 어필 못하고 맨날 혼자 도시락 쳐먹다가 통편집 당해가지고 최종 선택 때 응? 저런 애가 있었던가? 라는 소리나 듣는 남자 4호 되기 싫으면 꿈틀이라도 해봐. 원래 남녀관계는 끊임없이 상호 어필을 하는 거야.“
“그럼 어떻게 어필을 하냐구요. 그거 알면 벌써 했지.”
 
그는 내 말에 아주 매우 깊은 한숨을 쉬며, 만년 꼴찌 학생을 보는 선생님이 된 듯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주 주말에 애들 공연하지 않아?” 
“아, 네.”
“거기에 그 여자 초대해. 그날 공연에 나오는 곡들 거의 네가 다 만든 거잖아.”
 
이번주말에 홍대 클럽에서 언더 그라운드 MC들의 공연이 있었다. 그들의 앨범의 대다수가 내가 작업한 것들이라, 아마도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전부 내 곡들일 것이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제서야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여자 꼬시려고 음악한 거는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네요. 몰랐어요.”
“아 그래? 나는 애초에 여자 때문에 음악 했는데…….”
“……”
“자 이제 힌트를 다 줬으니 그 여자분 초대해. 그 다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 올림픽 펜싱 경기장에서 하는 공연도 아니고, 가볍게 와서 볼 수 있는 공연이잖아. 니가 티켓 한 장 빼주는 건 일도 아닐 거고.”
 
나는 진심으로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그날 작업실을 나서며 나는 리즈에게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이번주에 하는 공연을 같이 보러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물론 은근슬쩍 ‘ 내 곡이 거의 대부분이다’ 라는 것도 내비쳤다. 그녀는 역시나 바쁜지 꽤 오랜 시간 동안 확인하지 않았지만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그녀의 답장이 액정에 떠 올랐다. 
 
-정말? 재밌겠다! 좋아!-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에게는 공연은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다. 오히려 TV에서 대중에 많이 노출 되는 가수들보다 공연의 기회는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무대 경험들이 잔뼈가 되고, 음악적 역량을 탄탄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나 역시, 무대에 서는 입장은 아니지만 홍대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공연들을 다녔었다. 
 
하지만 오늘은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가 더 긴장을 했다. 그녀가 선뜻 재밌겠다며 수락을 한 것은 분명 기쁜 일이었고, 나는 실제로 그녀의 카톡을 수십번이나 다시 보며 방안을 껑충껑충 뛰어 다녔다. 이유는 단 하나. 다시 볼 수 있으니까. 
 
나는 그녀와 홍대입구역에서 만났다. 오피스 룩이 아닌, 브라운 계열의 약간은 짧은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친 그녀는 나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아서 손에 들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입에 탈탈 털어 놓고 나 역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 나 진짜 기대된다. 이런 공연은 오랜만이라서.”
“유명한 뮤지션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
 
그녀는 정말로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정말 딱 그 미소 하나만으로, 음악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큰일이다. 이번 짝사랑은 과거와는 다르게 엄청난 중증으로 번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그리 되어 있었다. 
 
힙합을 비롯한 흑인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올라가면서, 예전보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말이 언더그라운드지, 사실 이 장르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그 뮤지션들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녀와 나란히 클럽에 입장했고, 한껏 꾸민, 나이가 어린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녀가 가장 빛이 났다.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내게 힙합 악수로 인사를 하면서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내게 엄지를 척 하고 올려주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얼른 그녀의 눈치를 보았는데, 그녀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것을 보고도 웃었다. 
 
“그럼 여기 나오는 음악들이 거의 네가 만든 거야?”
“응. 다는 아니지만.”
 
홍대 클럽 특유의 눅눅한 공기와, 번쩍 거리는 조명 사이에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그녀는 환호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흔들며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나는 사람들에 치이면서도 그녀의 옆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리즈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공연을 즐겼다. 풋쳐 핸섭을 외치는 랩퍼의 요청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손을 위로 흔들었고, 신나는 리듬이 나오면 살랑살랑 몸을 흔들기도 했다. 간혹가다가 
 
“이 노래 진짜 좋아! 이것도 네가 만들었어?”
 
라고 묻기도 했으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며 나를 보며 웃었다. 가끔 사람들 사이에 치여서 그녀와 내 몸이 밀착되는 일도 많았다. 그제서야 나는 형이 공연 초대를 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형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 
 
하지만 그것에 초연할 수 있는 내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과 마찰이 생길수록 몸에 열이 확하고 달아올랐고, 사춘기 소년처럼 신체에 변화가 왔다. 이 부풀어 오른 녀석이 그녀의 몸에 닿기라도 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골반을 열심히 좌우로 돌려 방어했다. 물론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공연을 즐겼다. 리즈의 몸에서 나는 그녀 특유의 향기에 거의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던 나는 공연의 거의 막바지에 마지막으로 나온 팀을 보며 정신이 확하고 들었다. 
 
아뿔싸. 
 
물론 그 팀도 내가 준 곡을 가지고 공연을 했는데, 문제는 그들의 음악 세계가 굉장히 거칠다는 점이었다. 물론 자유를 표방하는 음악 답게 가사의 내용은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정말 언더그라운드의 갱스터였다. 그리고 조신하고 청순한 그녀가 듣기엔 너무나 자극적이고 Raw한 가사들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Seriously, why do you act like a fag?
니 왼쪽 어깨에 걸린 게이감성 핸드백
니 뒤로 돌아가 Doggy style로 박을게
그러니 똥꼬에 힘 딱 줘 Watch your back. 
 
맙소사.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햇수로 15년째 이 음악을 즐기고, 하고 있는 나에게는 익숙한 가사이지만, 커피와 함께 고상한 음악을 들을 것만 같은 그녀의 고막에 들어가기엔 너무나 불순한 가사들이었다. 물론 저건 일부에 불과했으며, 욕설은 양념처럼 등장했다. 나는 걱정스런 눈으로 슬쩍 곁눈질 처럼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신이 난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에게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말 빛이나는 얼굴을 하고서, 그것을 위해서라면 장기라도 떼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예쁜 미소를 머금고서, 그녀는 정말 신나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보다, 정말 그녀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저런 여자가 나타났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사가 좀 그렇지? 쟤들이 원래 좀…….”
“응? 뭐가? 난 재밌던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환호를 하며 한껏 흥분한 그녀를 보며 내가 말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응. 그런 거친 가사도 하나의 특징이자 문화 아니야?”
“나야 괜찮은데……처음 듣는 사람은 충격받을 까봐.”
“나 힙합 처음 듣는 거 아닌데?”
 
하기사. 그녀는 저것보다 천 배는 더 센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진 외국 음악들도 꽤 듣는 여자였고, 가사집을 봐야하는 나와 달리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네이티브이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어서 그냥 바보 같이 웃었다. 
 
두 시간 남짓의 공연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녀는 내 팔을 살짝 잡더니 출구 쪽으로 이끌었다. 그냥 팔만 잡았을 뿐인데도 시골길 달구지 처럼 덜컹 거리는 내 마음을 부여잡고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 정말 스트레스가 다 풀렸어.”
“진짜? “
“응! 고마워. 재밌는 공연 보여줘서.”
“아냐. 원한다면 자주 와도 돼. 이런 공연은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으니까.”
“정말 그래도 돼?”
“응! 너무 자주 보면 질리겠지만, 스트레스는 확실히 풀리거든. “
 
그녀는 내 말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좋은 공연 보여줬으니까. 내가 저녁 살게.”
“어? 아, 아냐 내가 사줄게.”
“아냐아냐. 나 그렇게 경우 없는 여자 아니야.”
 
그녀는 생긋 웃으며 나를 잡아 끌었다. 손도 아닌, 게다가 맨살도 아닌 옷 위로 팔을 잡았을 뿐인데, 그 어떤 스킨십보다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잡아 끄는 그녀의 뒷모습,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머릿결과, 원피스 밑으로 보이는 그녀의 다리를 멍하니 응시하며,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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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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