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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감대지도를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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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시기, 혹여나 집안에 괜찮은 자료들이 있나 찾아헤맬 때가 있었다. 가끔은 서울에서 내려온 삼촌이 가져왔던 '선데이서울'이라는 그럴싸한 성인잡지를 찾기도 했고 누나방에서 '벌레먹은 사과'와 같은 표지없는 삼류소설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건전한(?) '방송'에 건전한 신문이 판을 치던 시대였는지라 상품화된 여성의 신체를 감상한다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어려웠고, 선데이서울과 같은 종합선물세트의 수용복 모델에 만족해야 했다. 그 수용복 모델또한 일본이나 외국의 여성들이 전부였을 때다.(아마 그 당시에 국내 수용복 모델이 나왔더라면 그 여성은 한국에 발을 못붙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정도는 다르지만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여성의 몸을 보면서 즐긴다는 인식은 암시장의 포르노가 활개를 치고 가정용 비디오와 칼라 텔레비전이 널리 보급되던 80년대 중반 이후에서야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성에 대한 정보가 극도로 빈약했던 당시, 비교적 합법적이자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여성백과였다. 요리, 건강, 가정등 10가지의 상식과 정보로 구성된 여성백과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잡다한 정보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당시 이러한 전집류 백과류가 한창 열띄게 판매되어 종류만도 어린이 소설전집, 고전, 위인전등 셀 수 없었다. 이중 단연 두각을 나타낸 것이 여성백과인데 교양있는 여성이면 반드시 사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것으로 여겨졌다.(필자의 누나의 경우 두 개의 여성백과를 구입했다.) 이름대로 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잡다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당시에 여성백과로부터 받은 느낌은 여성이 가정을 꾸리기 위한 백과라는 좁은 범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역의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으며, 마치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세련되고 합리적인 현대여성입니다'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예를들면 일반여성과 거리가 멀었던 스포츠영역에서도 종목별, 역사별로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이러한 백과류는 여성잡지의 활성화, 세분화로 사라졌지만 여성잡지의 별책 부록인 요리백과등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건대 여성백과의 가장 압권은 아마도 성이었을 것이다. 이는 결혼을 앞둔 누이에게도, 성에 눈을 뜬 남동생에게도 가장 필요한 정보였다. 성상품화에 대해 순진했던(?) 당시에 검열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도덕적인 비난도 없이 출판업자는 책을 낼 수 있고, 독자는 현대인의 교양을 쌓기 위한 명목으로 비교적 자세한 정보-성감대, 체위등-를 볼수 있었다. 당시 성이라는 주제의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성감대를 표시한 남녀의 육체, 오르가즘 비교표, 체위였다. 이중 남녀가 확연히 달랐던 것은 다들 잘 알겠지만 성감대와 오르가즘이었다. 여자의 성감대는 귓 볼에서 시작해서 발가락까지 고루 퍼져있는데 반해 남자의 성감대는 오직 성기에만 있었다. 여성의 오르가즘은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천천히 식는것과 같은 반면 남성의 오르가즘은 완만히 오르는 여성과 달리 흙과 같이 빨리 데워졌다 빨리 식는 식이었다. 성감대와 오르가즘을 연결시켜 볼 때 몇가지 살펴볼 부분이 있다. 합쳐서 100점!
일케 간단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먼저, 남성의 온몸이 분주해야 하는데 반해 여성은 그냥 받기만 하면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성의 오르가즘 상태를 수치 100으로 볼때 남성이 귓 볼 10, 손가락 10 , 겨드랑이 20 성기 30 , 가슴 30 등의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야 오르가즘의 고개를 넘을 수 있다. 반면, 남성은 오르가즘에 도달하기 위해선 다른 어떤 기관의 자극도 필요없이 성기만 자극받으면 된다. 성감대 지도를 충실히 따르게 될 때 여성은 누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구도라 할수 있다. 이 점에서 여성백과는 남성중심의 성인정보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성감대 지도의 문제점은 아마도 신체의 작용과 반작용, 감각의 흐름을 끊어놓은 것일 것이다. 섹스라는 것이 결국 인간의 몸과 몸이 자극을 주고 받는 것이라 할수 있는데, 성감대 지도는 자극을 받는 기관만이 존재할뿐 자극을 주는 기관의 자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성의 성감대는 여성의 귓 볼, 손가락, 겨드랑이, 가슴과 만나는 기관인 혀, 입, 손가락, 성기등으로 다양하게 퍼져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성감대 지도의 구역은 결국 이 지도를 만든 남자의 시선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여성이 이 지도를 만들었다면 남성의 매력포인트인 엉덩이와 넓은 어깨, 심지어는 튀어나온 똥배도 들어갔을 것이다. 성감을 온 몸의 자극중에서 성적인 부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극의 맥락이며, 주체일 것이다. 동일한 손에 의한 엉덩이의 자극일지라도 지하철의 추행이냐 연인이냐에 따라 쾌락은 하늘에서 땅으로 요동친다. 성감대 지도는 신체기관을 개별적으로 쾌락과 연결시킨채 대상화시키며 섹스를 왜곡하고 있다. 구역화, 대상화된 이 지도에는 결코 섬세한 연인의 손길과 호흡의 상호작용과 같은 핵심정보가 빠져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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