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박 터트리기, 부채춤 등등도 재미있지만, 운동회의 백미는 역시 줄다리기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대는 줄다리기 게임은 한 팀간의 협동과 단결을 도모하고, 자신이 팀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게임이다. 이 줄다리기의 의미는 요즘 세상에 끼워 맞춰 놓은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어떤 의미로 정월대보름이며 한가위이며 명절 때마다 줄다리기를 행하여 왔던 것일까?
우선 줄다리기의 뜻부터 알고 넘어가자. 줄다리기에서 '다리기'란 비와 바람을 관장하는 용신을 즐겁게 해주는 놀이로 성행위의 모의 주술의 일종이다. 암룡과 숫룡을 결합시켜 밀고 당기는 행위, 즉 줄다리기는 용이 성교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용을 성교를 시키느냐. 우리가 가장 기분이 좋을 때가 언제인가? 바로 섹스할 때가 아닌가. 그것처럼 용을 성교를 통해 기쁘게 해 농사철에 비와 바람을 고르게 해 달라고 염원하는 의식인 것이다.
그럼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꼴랑 줄 하나 가지고 밀고 당기는데 무신 성행위의 표현이란 말인가. 여기서 말하는 줄다리기는 운동회에서 사용하는 한 줄짜리 줄을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니라, 암줄(암룡)과 숫줄(숫룡) 다른 두 줄을 서로 결합시킨 후, 밀고 당기는 것이다.
<운동회 줄다리기> <암줄에 수줄을 넣는 중>
이 암줄과 숫줄을 결합하는 행위가 성행위에 해당한다. 암줄은 용두 부분을 원형으로 만들고, 숫줄의 용두 부분은 타원형으로 만들어 들어가기 쉽게 만든다. 그렇다면 숫줄을 암줄에 냅다 끼우느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섹스할 때 그냥 한 방에 훅하고 페니스를 꽂아버리지 않는 것처럼 암줄과 숫줄의 결합에도 전희가 필요한 것이다. 암줄과 숫줄이 왔다 갔다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데, 이때 '잘 벌려봐', '물건 똑바로 세워', '좀 더 세게 해봐' 등 노골적이고 진한 음담은 물론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부았네 부았네 동부 좆이 부았네
달았네 달았네 서부 씹이 달았네
부았네 부았네 동쪽 좆이 부았네
달았네 달았네 서쪽 씹이 달았네
좆부터 들어 오이소, 씹부터 벌려라
암놈 물 다 쌌다 빨리 들온나
좆도 좆같지 않은 게 빨리 들온나
좆이 얼마나 힘이 없어 벌려 놔도 못 들오노
아무리 벌려도 냄비 나름이다.
거 아이래도 찡굴데 천지다.
물보지 물오랐다 빨리 들온나
*
들온나 : 들어와라
찡굴데 : 넣을때
전희 과정이 끝나고 숫줄이 암줄에 들어가면 비녀목이라는 나무를 넣어 서로 빠지지 않게 한 다음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줄다리기에서는 암줄을 잡은 편이 이겨야만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해서 항시 암줄을 잡은 편이 승리를 했다고 한다.
굳이 암룡(여성)이 이겨야 하는 이유는 전편에 말한 것처럼 여자의 오줌이 3배나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여자의 오줌이 남자의 것보다 3배나 가치가 높은 것은 여성이 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은 야화의 글을 열심히 읽으신 분들은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이 줄다리기에서도 곡물이 땅에서 수확되는 원리에 따라 생산을 담당하는 여성, 지모신(地母神)이 이겨야 그 수확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모쪼록 줄다리기에서도 여성이 이겨야만 삶이 편안하다는(다산과 풍요) 의미를 되새겨 현대 사회에서도 항시 여성을 우선시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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