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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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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8▶ http://goo.gl/GdF6x2
영화 <리미트리스> 회사에서 온 첨부파일에는 '미시아줌과몰래섹'이라는 제목의 샘플 야설 한 편과 '검수 기준'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이 하나씩 있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무슨 뜻인지 몰라 당황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시 아줌마와 몰래 섹스를 한다'는 뜻인것 같았다. 나이트클럽에 놀러간 회사원이 섹스에 굶주린 미시 아줌마와 정열을 불태운다는 이야기였는데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성행위의 묘사였다. 열 장 중 여덟 장 정도가 성행위 묘사였다.
업체에서 원하는 야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감을 잡은 후 검수 기준을 읽어보았다. 검수 기준 - 지나치게 자극적인 저속한 단어 사용 금지 ex. 자지, 잠지, 보지, 좆, 조개, 고추, 꼬추, 페니스, 클리토리스, 씹, 구멍, 오입, 빨통, 동굴, 항문, 정액, 성기, 대음순, 소음순, 국물, 애액, 털, 부랄, 젖, 사타구니, 똥꼬, 둔부, 허벌, 걸레, 질, 클리토리스, G스팟, 육봉, 터널, 00cm, 오랄, 애널, 추행, 농락, 당한, 강간, 겁탈, 능욕, 치욕, 굴욕, 농락, 유린, 반항, 강제, 강압, 꿇려, 잠든, 잘때, 기습, 술취한 납치, 억지, 무참, 추행, 패륜, 처참, 몰래, 몰카, 도촬(도둑촬영), 근친 : 누나, 오빠, 형, 언니를 제외한 모든 근친성 호칭, 이모, 고모, 엄마, 아빠, 형부, 처제, 딸, 아들, 자매, 남매, 형수, 처제, 제수, 도련님 등, (성매매)티켓(다방), 콜걸, 나가요, (성)접대(부), SM, (벗고)알바, 여학생, 미소녀, 어린소녀, 어린제자, 자율학습, 제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교복, 담탱, 양호실,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양호선생님(그냥 선생님, 교생선생님은 허용), 어리다, 소녀, 원조, 쑤시다, 빠구리, 빨다, 싸다, 박다, 핥다, 따먹다, 떡치다, 범하다, 덮치다, 당하다, 찢다, 묶다, 가두다, 끌다, 찍다, 뚫다, 후리다, 맛보다, 따먹다, 오입하다, OO치기, 내뿜다, 뿌리다, 벌리다, 쪼이다, 돌리다, 겁주다, 억지로, 후비다, 저질, 퇴폐, 혼음, 몽땅, 사까시, 삽입, 년, 놈, 다굴, 담탱, 쪼가리, 꼰대, 씨팔(모든 욕설 포함), 스와핑, 교대로, 차례로, 앞뒤로, 번갈아, 동시에, OO들, OO앞에서, OO보는데, 한방(곳)에서, 바꿔서, 난잡, 함께, 집단, 경찰, 여경, 비구니 등 공권력이나 종교에 관련된 명칭 전체 - 미성년자와의 행위 불가 - 반인륜적 관계 금지 - 배설, 방뇨, 배설시의 오물, 인체에 부착된 오물, 정액, 여성생리, 출산 등을 묘사하여 혐오감 유발 불가 - 성기구 등장 불가 ex. 진동기, 오이, 가지, 물건을 성기와 비슷하게 만드는 등 성기구, 야채, 성기모양의 물건을 이용 - 성매매, 몰카, 변태적 성행위, 동성애등의 소재 금지, 특정인물을 연상시키는 이름 사용 불가 - 노골적 정사 묘사 금지 - 강간, 혼음, 근친, 스와핑 불가 - 한 사람과의 관계 후 곧바로 다른 사람과 행위가 이어지는 경우 불가(단, 최소 한 시간 이상, 다른 건물로 장소 변경 시는 허용) 한 페이지 전체가 금지와 불가로 가득했는데 결국 요점은 삼강오륜의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었고 이는 영상물 등급 위원회의 심의 규정과 거의 같았기 때문에 실제 야설 창작 작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글을 담당하는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야설 작가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처음에는 문학적 야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글을 보내온다고 했다. 그러다 업체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샘플 야설을 읽은 후에나 감을 잡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버리지 못하는 작가는 그 단계에서 야설 집필을 포기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야설은 문학적 야심이나 작가의 자의식 없이 장르에 충실한 편이었고 맞춤법도 거의 틀리지 않아 일하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했다. 이게 다 에로비디오 작가로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년간 탈락과 낙방의 좌절감만 맛보다가 오랜만에 들은 칭찬이라 기분은 좋았다. 비록 사람들에게 드러내 놓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야설이라도 프로의식을 갖고 예술적으로 쓰기만 하면 언젠가 나도 예술가의 경지에 오르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두 편 쓰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서너 편, 몇 달 동안 수십 편을 쓰다보면 그런 생각은 지속되기 힘들다. 더구나 익명으로 오랜 기간 작업하다보니 상당히 허무했다. 그래서 지금 남로당 글도 본명으로 쓰고 있다. 회사와의 연락은 철저하게 이메일로만 이루어졌고 원고료도 온라인으로 입금시켜주는 시스템이었다. 교통비를 아낄 수 있고 만나기 싫은 사람 억지로 만나야 되는 일이 없는 점은 좋았다만 매일같이 남녀간의 지리한 성교 과정을 묘사하다보니 서서히 자의식과 작품 세계가 분리되어갔다. 에로비디오 작업이 가내수공업 분위기였다면, 야설 작가 작업은 컨베이어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대규모 기계화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만 그래도 쓴 만큼 돈을 받는 재미에 그만 둘 수는 없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가슴 졸이지 않고 얼굴 붉히지 않고도 꼬박꼬박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다. 야설이지만 주 소비계층의 요구 수준이 의외로 높기 때문에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조회수는 바로 돈이었다. 간혹 내가 쓴 야설이 조회수가 높아져 베스트에 오르면 회사에서는 수고했다며 조회수에 상응하는 보너스를 보내왔다. 때론 야설의 퀄리티가 낮더라도 제목 덕분에 베스트에 오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보통 작가가 임의로 지은 제목 보다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트렌드를 연구한 후 회의 끝에 네이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비스 되는 야설의 표절이나 도용의 문제도 심심치 않게 생기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다른 회사 작품들도 꾸준히 모니터 했다. 다른 회사 야설의 조회수 증가가 우리 회사의 금전적 손실로 연결되는 제로섬 게임이었기 때문에 회사들과 작가들 사이의 생존 경쟁은 치열했다.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꿈꾸던 탄탄한 실력을 갖춘 소설가 지망생들이 아무리 작정을 한다고 쓴다 하더라도 초단위의 소모적이고 스피디한 프로페셔널 야설의 세계에서 오랜 시간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업체에서 원하는 야설을 꾸준히 써 낼 줄 아는 성실한 작가들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야설 작가는 일종의 전문직이었고 회사에서도 실력 있는 작가들에게는 보너스도 주고 꽤 괜찮은 대우를 해 주는 편이었다. 모바일 야설은 분량은 단편, 중편, 장편의 세 종류로 나뉘어 진다. 단편은 A4 세장, 중편은 여섯장, 장편은 열장 정도이다. 물론 분량이 많을 수록 원고료도 높다. 장르별로는 유부녀/아줌마, 누나/처녀, 여대생/가정교사, 체험/첫경험, 오피스/사무실, 일본/해외 등의 하위 장르로 분류되는데 근친상간, 수간, 강간, 로리타, 미성년자, 성매매 특별법에 저촉 될만한 소재의 이야기들과 지나치게 노골적인 단어들이 포함된 야설은 철저하게 심의에서 걸러진다. 몇 년 전 야설로 유명한 한 성인 사이트에서 독자 게시판에 올라온 야설들을 모바일 상에서 서비스하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게시판에 있던 인기 야설들 대부분이 심의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기획 자체가 무산되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모바일 야설의 심의 기준은 엄격하다. 가끔 모바일에서 서비스되던 야설이 인터넷 야설 게시판에 올라가는 일이 있는데 그런 모바일 야설들은 금기의 벽을 넘어서는 쾌감이 없기 때문에 하드코어한 인터넷 야설에 비해 인기가 없는 편이었다. 내가 주로 쓰는 장르는 유부녀/아줌마였다. 특별히 나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유부녀, 아줌마 캐릭터의 특성상 이야기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어 다른 장르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서 딱히 뭔가를 해야겠다는 목적 의식 없이 번듯한 직장 다니는 친구들 정도는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굉장히 열심히 야설을 썼다. 그러나 글 써서 돈을 버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과거 군대 시절을 포함해 노가다라 불리우는 육체 노동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이러한 육체 노동만큼이나 글을 쓰는 일도 힘들었다. 이상하게도 A4 열장 정도 분량을 남녀의 성행위로 빽빽하게 채우고 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처음 한두 달 정도는 한 편을 쓰고 나면 이 삼일 정도는 아무 글도 쓰고 싶지가 않았다. 야설을 쓰고 있지 않을 때라고 하더라도 머릿 속에서는 끊임없이 다음날 써야 할 야설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점점 집중력도 약해져서 책상 앞에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는 일도 쉽지가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꿋꿋이 키보드를 계속해서 두드려 댔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마라톤을 할 때 주변의 환경 자극으로 인한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인, 마약과 같은 약물을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느낌과 유사하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비슷한 게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10▶ http://goo.gl/kKdNUl 글쓴이ㅣ에로영진공 위원 최경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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