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평론가 이명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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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평론가라는 직업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수많은 문화비평가들이 존재하는 한국이지만 성과 성문화에 대한 비평을 하는 평론가는 거의 없다. 성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은지라 꺼내기가 껄끄러울 뿐만 아니라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지면 쉽게 공격받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문화영역만큼 성을 상품화하는 곳은 없다. 어떤 곳에서는 아랫도리의 성을 팔고, 다른 곳에서는 머릿속의 성을 판다. 흔하디 흔한 문화비평가들이 머릿속의 성에 대해 논의를 한다면 필자가 만난 사람은 아랫도리의 성에 대해 말한다. ㅣ‘담요아줌마’를 아시는가? 원래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트럭운전사를 위해 커피나 토스트 등을 판매하던 아줌마가 생계유지를 위해 성매매를 하게 된 것에서 유래하는 단어이다. 여기서의 담요는 고속도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준비된 일종의 침구라 할 수 있다. 이 단어는 심지어 이발소에서도 성관계를 가진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성문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성문화평론가 이명구씨와의 인터뷰는 ‘담요아줌마’로부터 시작되었다. 담요아줌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만큼 성을 생활 가까이에서 살 수 있는 나라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의 성문화를 ‘방치의 문화’라고 짤라 말했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외국의 경우 성매매에 대해 통제, 관리, 감독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 일시적인 관리의 제스쳐만 취했지 제도화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현실에 맞지 않고 사문화된 조항이 아직까지 존재하며 이러한 법률들은 일시적인 규제를 통해 ‘도덕’이라는 규율을 작동시킬 뿐이다. 성산업(이 명칭자체도 상당히 논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성을 돈으로 사야지만 육체적인 욕망을 채울수 있고 그것이 술자리에서부터 목욕시설까지 일상에 퍼져있다면 분명히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진한 질문이지만 나는 이러한 현실이 어떻게 바뀔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순진한 질문에 그는 현실적으로 답했다. “성산업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이 성산업을 쥐고 있는 사람이 소위 사회 지도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러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ㅣ누가 성을 말하는가? 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성은 심심치 않은 장사거리나 학문적 관심의 장이 되었다. 그러나, 동일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누가 성을 말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다르며,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성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오며 이러한 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모 일간지에서 일본의 유명배우의 누드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게재한 것을 보며 만약 국내 성인사이트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번은 이씨가 모 스포츠지에 ‘음모관리사’에 대한 글을 썼다가 데스크에서 논란이 많은 글이라며 결국 싣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신문사는 버젓이 성인사이트의 인터넷 광고를 링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성을 통해 돈을 벌려는 의도를 가졌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는 이중성이야말로 가장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사회적인 이슈로서 일반인들에 영향을 미치는 성정보가 특정한 부류의 전문인에게서 생산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성에 대한 많은 지식들이 의사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은 글을 통해 남성성기의 크기가 섹스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환자에게 발기관련 상품을 팔고 있지 않는가.” 성담론의 대부분을 생산하며 그 지식이 공익임을 인정받지만 이를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이 아닐 수 없다. ㅣ하수구 문화론? 퇴비 문화론으로 답한다. 이명구씨는 모 대학신문사 기자출신으로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는 당시 글을 쓰던 80년대의 대학시절과 성 관련 영상물을 제작하는(어떤 것이 부업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현재 성인 사이트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에는 장르가 달라졌지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검열에 시달린다고 한다. 또한, 국내의 에로영화가 아무 쓸모가 없는 하수구의 쓰레기가 아니라 사회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해줄 퇴비라고 주장한다. 우열을 가려 열등한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해주어야 다양한 문화를 꽃피울수 있다고 것이다. 생산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예술품에 대해서는 “연예인들의 해변가 누드사진이 답답하지 않는가? 해외의 에로틱아트를 접하면서 사진은 시각을 넘어서 본능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의 다양한 페티쉬 사진들은 소위 예술사진과 다를 바 없다” 고 답한다. 그리고, 근례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도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플랜트가 말했듯 우리사회도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잣대가 성이 되었다. 최근에는 청소년보호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어느 성인물제작업자가 자녀를 보게 하기 위해 영상물을 만들까? 그리고, 성표현물에 대해 성인들이 누려야 할 권리도 있다.” 라며 대답한다. ㅣ성표현의 자유는 영상물의 다양화를 낳을 것인가? 성표현의 자유가 현재보다 많이 주어진다면 과감한 노출은 있어도 다양한 노출은 가능할 것인가. 이것이 궁금했다. 노출의 정도와 여배우의 얼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계에서 표현의 자유가 곧 내용의 다양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포르노의 수용단계가 있다. 보통 소프트에서 하드로 넘어가며 많은 영상물들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성적인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취향의 발견을 통해 새로운 수요들이 장르를 전문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취향이 영상물에 그칠 것으로 보지 않고 성생활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ㅣ나의 페티쉬를 아는 것이 좋은 섹스의 출발점. 과연 낡아빠질대로 낡아빠진 체위와 성감대지도를 넘어선 섹스지침이 내려질 것인가?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나름의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 그의 말을 우선 들어보자. “성기삽입 없는, 혹은 오르가즘 없는 섹스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페티쉬(성취향)가 맞아야 하는 것이다. 테크닉은 세부적인 문제이며 이미지와 감정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페티쉬는 강한 성적인 흥분을 불러오는 대상으로 흔히 한 사람의 신체 일부나 소품이 이에 해당된다. 아직 페티쉬에 대해 변태적인 감성 정도로 폄하하는 의식이 일반 적이지만 그는 이것이야말로 일상의 호불호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페티쉬는 후천적인 경험이 결정한다. 아직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성취향을 모르거나 상대방과 맞지 않아 좌절하는 경우가 많으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의 취향을 알아내고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섹스에는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알고 이를 자신의 파트너에게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자신의 취향과 감각에 대해 얼마나 잘 알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성표현물들이 남성들의 일률적인 취향을 조장하였고 여성들의 경우 취향을 없애지는 않았는지. ㅣ마지막으로 이명구씨는 사회적 강자들은 성의 위험수위를 넘지 않고, 미디어에서 성을 팔아먹는다고 말한다. 결국 제도적인 타협을 하면서 성을 비싼 값에 팔아먹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똑같이 성을 팔아 돈을 벌지만 내면보다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중요하게 취급되는 사회이다” 고 다시금 강조한다. 그는 남로당이 도발적인 이미지를 앞세우며 성을 팔아 돈을 버는 만큼 내면에도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즉, 성에 대한 금기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덧붙여, 성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국사회를 바꿀려면 공개적인 성산업을 통해 성공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터뷰 당시 그는 영상제작에 그치지 않고 “누드 퍼포먼스”라는 연극을 기획 중에 있고, 에로틱아트에 대한 저서인 “음란한 예술”을 출판하는 등 집필활동에도 열심히다. 과연 그의 평생 소원이기도 한 에로 박물관 건립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 인터뷰이 정보 - 이명구 1968년 출생. 대학신문 경험을 밑천삼아 94년부터 4년 반 동안 지방일간지, 주간신문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9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처가살이를 하는 운동권 출신 가장의 비참한 생활을 그린 「스크랩」으로 단편소설 부문 당선. 백수로 지내는 동안 평생의 취미였던 포르노에 탐닉. 1998년 첫번째 책 「성의 바다-인터넷 포르노사이트 기행기」출간. 1999년 친한 동료들과 한국 최초의 유료성인 웹진 [AV-NEWS.COM]과 [SEXY-NEWS.COM] 오픈. 2000년부터 미국 뉴올리언즈 포르노박람회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르노영화제 등을 독점 취재. 현재는 [성문화 평론가], [포르노 평론가], [성인콘텐츠 전문가] 등 남들이 그럴 듯하게 불러 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스포츠 투데이>의 에로칼럼 등 몇몇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활동도 하고 있다. 평생의 소망은 포르노도 인간의 문화로 당당히 인정받는 것 그리고 한국에 에로박물관을 건립하는 것.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 에로박물관(WWW.EROMUSEUM.COM)도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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