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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 엄숙과 음란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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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6월 10일, 미 하원 국제인권소위에서는 한 중국 여성의 증언이 있었다. 그녀는 중국 복건성의 한 중소도시에서 가족계획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인구폭발에 골머리를 앓던 중국은 1979년 이래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중이었다. 그 정책이 과연 얼마나 강력했는지,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그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출산 가능한 나이 여성들의 생년월일, 결혼여부, 자녀, 임신여부, 중절수술 횟수, 자궁 내 루프 삽입상태, 생리주기를 관청이 관리감독하며,

-아이를 낳으려는 여성들 중에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에 한하여 출산허가증을 발급하며 (허가증이 없이 임신했을 경우 벌금은 물론이고 임신 몇개월이냐에 관계없이 강제로 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고 판명된 부부들에게 임신불가능 통지를 하며, 그 명단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각 동네마다 관리감독관을 불시에 파견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공무원과 지역주민의 결탁을 감시하고

-산아제한 정책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사람들은 심한 경우 집을 부숴버리거나 혹은 강제로 불임수술을 시행하는

등등의 조치를 취했다. 산아제한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기 위해 중국 정부는 결혼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었는데, 이 결혼 허가증을 받기 위해서는

-직장으로부터 '이 사람은 결혼한 후에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추천서를 받고

-성병검사를 비롯한 피검사, 생활습관 조사,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 검사, 정신과 검사, 남녀 성기에 대한 육안 검사 등의 의학적 검진을 받아야 하며

-여기에 통과했을 경우 결혼 허가서와 함께 콘돔 몇 개를 정부로부터 선물로 받은 후, 피임 강좌 비디오를 강제 시청하는

등의 절차를 통과해야만 했다. 중국은 1979년과 1980년 이래 한 부부는 단 한 명의 자녀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나마도 자기 마음대로 가질 수 없었고, 아기를 낳기를 원하는 부부는 낳으려고 하는 때가 되어 출산하고 싶다는 신청서를 제출해서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했다 (그렇지 못하면 아이를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동사무소에서 동네 모든 여자들의 링 삽입 상태, 생리주기, 임신과 낙태에 관한 모든 기록까지도 관리했다. 결혼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피검사와 건강검진은 물론이고 의사 앞에서 성기를 드러내고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물론 도시냐 농촌이냐, 혹은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가족계획 관련부서 공무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저 여자가 생리불순인지 아닌지, 자궁에 루프가 삽입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본 필자, 고등학교 시절 수련만 하면 유체이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얼치기 유혹에 혹해서 단학수련을 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더랬다.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의 사생활까지도 몰래 훔쳐볼 수 있다는 그 짜릿한 유혹, 여탕에도 마음대로 드나들고 다른 이들의 침실도 훔쳐볼 수 있는 기쁨, 그건 단지 환상세계의 일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그것이 중국에서는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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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 비디오가 뉴스에 방영되며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오랜 기간의 추적 끝에 경찰이 모 다큐멘타리 제작 회사의 도움을 얻어 몰카를 촬영했고, 그 화면이 온 국민이 보는 9시 뉴스에 방영되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 및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고, 스포츠 신문은 때를 만난 듯 각종 스와핑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각 언론들도 앞다투어 성윤리와 가족 윤리를 강조하는 논평과 사설을 내놓았다. 스와핑이라는 것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독일은 헌법재판소가 합헌 규정을 이미 내린 바 있고, 일본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미국 등 서구에서는 스와핑 파트너를 구하는 개인 광고들이 버젓이 실린다는 사례가 소개되었으며, 반면에 한국적 윤리의식과 가족주의를 근거로 해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난데없이 갑자기 들끓는 스와핑 폭풍을 보며 우리는 약간은 어리둥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스와핑이라는 걸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인터넷을 매개로 해서 모임도 활동중이고, 심지어는 스와핑 장면을 담은 야동까지 버젓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갑자기 이런 스와핑 담론 폭발이 생기는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스와핑이라는 걸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닌데, 마치 큰 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스와핑이 에로틱하다는 것이 아니고, 사회와 가족에 대한 엄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날 당신의 메일함에 스팸메일이 한 통 배달되었다 하자. '긴급입수! 실제 부부들의 스와핑 장면!!' '심심한 섹스는 가라! 스와핑 몰카 동영상 독점공개!' 그때 우리는 이렇게까지 스와핑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까?

지금 논쟁의 주제는 스와핑 자체가 아니라, 스와핑을 계기로 한 가족주의와 사회윤리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포르노 업체가 제공하는 동영상이 아니라, 디지털 조선일보에 버젓이 올라오는 동영상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어느 이름모를 야동 제작자가 촬영한 몰카가 아니라 경찰이 찍은 몰카라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거대한 중국대륙의 미래가 달린 인구정책이기 때문에 개인의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도 - 피임 상태, 생리 주기, 심지어 성기에 대한 검사까지 - 권력의 눈 앞에 드러나게 된다. 우리 동네 김양의 생리주기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는 최고의 관음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라는 거대한 구호 앞에서 면죄부를 얻고 마음껏 추구된다.

사회의 질서와 안녕이라는 거창하고도 숭고한 구호 앞에서 개개인의 성은 갑자기 즐기는 것에서 엄숙한 것으로 변하며, 그와 동시에 엄숙하다는 이유로 인해 누구든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고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해 국가권력이 소환조사를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죄책감 없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맨얼굴이 드러난 스와핑 사진을 돌려볼 수 있게 된다. 9시 뉴스와 스포츠 신문이, 디지털 조선일보와 포르노 사이트가 사이좋게 공조하는 묘한 현상의 정체이다.

권력은, 그리고 권력에의 의지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엄숙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통제하려 하고, 그와 동시에 아이러니컬하게도 엄숙하기 때문에 가장 음란한 것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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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와핑의 문제는 한 개인의 성을 그 당사자가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부가 합의했더라도 가족을 이룬 이상 당사자들은 그럴 권리가 없다는 쪽(자식을 무슨 낯으로 볼 것인가)이 있는가 하면, 가족의 핵심을 이루는 두 당사자가 합의했는데 무슨 문제인가 하는 쪽(오히려 몰래 바람피우는 것보다 건강한 것이다)이 있다.

옛날 우리 농촌의 풍경 하나. 삼대가 모여 사는 집안에 방은 딱 두칸인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대개 잠은 한쪽에선 남자들이, 다른 한 쪽에선 여자들이 잤다.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아들은 남자방에, 할머니 어머니 고모 딸은 여자방에서 자는 것이다.

그러면 부부끼리의 성생활은? 보리밭이니 뽕밭이니 방앗간이니 하는 장소들은 처녀총각이 데이트를 하거나 혹은 돌쇠와 마님이 바람피우는 용도로만 쓰이는 곳이 아니었다. 합법적인 부부들조차 그런 장소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날 집안의 어르신이 무당집이나 점집에 가서 길일을 잡아온다. 바로 부부가 합궁하는 D-Day 날짜다. 그날이 되면 다른 식구들이 부부를 위해 한쪽방을 비워주고는 건넌방에서 옹기종기 웅크리고 불편한 잠을 잤다. 그날은 부부가 '합법적으로' 동침을 하는 날인 것이다. 그날 합궁을 해야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부모 형제 자매가 다 알고 있는, 일종의 지시를 받아 치루는 부부의 섹스.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확인이기도 하였고 욕망의 발현이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온 가족이 연관되는 일종의 패밀리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오늘날처럼 부부만의 침실에서 다른 사람 몰래,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양 비밀스럽게, 누구나 다 알면서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 그래서 케이블 티비에 부부가 함께 나와 성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고 주목의 대상이 되는, 그런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이상할지도 모른다. 옆방에서 아버지 어머니 형님 동생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벌써 발기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내 몸은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섹스는 섹스 당사자들이 '소유'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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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포르노 제작자들을 방불케 하는 몰카를, 그것도 별다른 처벌 법규도 없고 증거 능력조차 의심되는 몰카를 '감히' 찍고 그것을 전국민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에는, 이렇듯 개인의 영역과 공적인 영역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하고 있다. 권력의 눈으로 보기에, 섹스는 사회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을 때에 한해서만 사적인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섹스는 권력이 관음증적으로 들여다보고 만인 앞에 까발린다. 사회 질서와 윤리라는 고상하고 엄숙한 이름으로 극단의 음란이 공공연히 횡행한다.

내 몸의 주인은 나이고, 내 가족의 주인은 나 자신이니 내 스스로 내 몸을 처분할 수 있다고 믿는 스와핑 부부들과, 몸과 섹스는 공적인 영역에 속해야 한다는 권력의 의지, 그 충돌의 현장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적) '가족'이라는 것이 관리하던 성을 이제 국가가 관리해야한다는 권력의지를 우리는 가족 윤리의 붕괴를 개탄하는 목소리 속에서 역설적으로 읽을 수 있다.

당원 동지 여러분.

당신의 몸은, 당신의 섹스는, 과연 당신의 것인가?
누군가 허락한 한도 내에서만 그것은 당신의 것이 아닐까?


21세기의 시대, 당신을 지켜보는 그 누군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투쟁을 우리는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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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무사 2016-05-04 21:43:36
그런데 말이죠 왜사람들은 저들을보고 같이욕을했을까요 짐승같은것들 뭐등등 나도 말세다라고 생각했던한사람입니다 그시대가 받아들이기 힘든정서을 먼저 수용한다는건 쉬운일은아니죠 맟고틀리고도 아니고... 잘모르겠다 ㅋ ㅋ ㅋ
커플클럽예시카 2014-12-16 18:31:42
정독하고 나니 눈물이 나네요~감사합니다~^^
투쟁해야죠..
앞으로도 힘든 싸움이겟지만 절대 국가 권력에 국민의 자유성을 뺏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1조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잇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가 국민이다..영화의 변호인 말씀이 참 옳으신 말씀 엿어요..이 말은 열번을 읽어도 눈물이 나요..
헬스보이/ 무엇을 읽었을 때? ^^;
헬스보이/ 무엇을 읽었을 때? ^^;
커플클럽예시카/ 스와핑, 엄숙과 음란의 이중주 를 읽엇을때요..^^;
헬스보이 2014-12-11 10:00:57
음.. 결론은.. 봉기하자는?
커플클럽예시카/ 당신의 몸은, 당신의 섹스는, 과연 당신의 것인가? 누군가 허락한 한도 내에서만 그것은 당신의 것이 아닐까? 라는 반문이 저는 결론으로 읽혀 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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