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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이젠 차이를 이야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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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난 가족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다양한 비유와 건조한 묘사의 방법을 빌어 이땅의 남자들이 어떤 꼬라지로 헤매고 있는가를 그린 장면들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는 남자로서 크게 공명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실향민 할아버지 - 권태로운 여피 변호사 아버지/남편 - 입양된 아들'의 3대를 소외시키고 몰락시켰으며,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던 것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가부장제였다는 감독의 시각. 어지간해서는 끄집어내기 힘든 자기 반성문이었다고 본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 총장도 대세에 따라 칭찬 한 표 날리는 바.

하지만 이 영화가 돈을 벌게 되었던 (마케팅적인) 요인, '불륜'과 '정사' 쪽으로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저 한 표의 칭찬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절망감이 본 총장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늘그막에 딴 남자를 만난 시어머니는 '이 나이에 오르가즘이란 걸 느꼈다'라고 또박또박 아들손주며느리에게 강의를 하며, 며느리는 옆집 고등학생을 꼬드겨 여성상위 체위를 통해 간만에 오르가즘을 느끼고 그 녀석의 아이까지 밴다. 또한 남편의 불륜 상대였던 여자는 상대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를 들이는 것으로 존재증명을 대신하기도 한다. 영화 속 모든 여자들의 이런 행동들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름아닌,

'여자에게도 욕망이 있고, 스스로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는 것이었던 듯. 임상수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너무 오랫동안 들은거 같다.

 
2. 식성

 
 

다수의 일행들과 밥집으로 식사를 하러 갈 경우, 잠시나마 팽팽한 텐션이 식탁 주위를 감쌀 때가 있다. 그것은 일행들의 주문내용이 서로 제각각일 때, 그리고 그런 이유로 주문을 받던 아줌마의 양미간 면적이 찰나적으로 좁혀질 때 감돌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 긴장감은 일행 중 소심한 몇몇이 자신의 주문을 포기하면서 완화의 길을 찾게 된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요식업계에나 존재할 법한 이 고유의 긴장이 싫어서, 식당에 갈 때면 으레 자신의 식성 따위는 포기하고 들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한국 사람이면 으레 김치만 있어도 된다고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식습관을 살펴보면 그것도 참 단순하지가 않다. 소수이긴 하지만 김치를 입에 못대는 사람도 있고, 갓김치가 아니면 먹지를 않는 사람도 있으며, 대책없이 묵혀서 찌개에나 적합해 보이는 신김치만 먹는 사람도 있다.

이게 또 지방으로 가면 젓갈이나 기타 양념의 비율에 따라 김치의 맛이 달라지는데 거기에 대한 호오(好惡)또한 천차만별이다. 조개류를 입에도 대지 못하는 본 총장으로서는 굴이 잔뜩 들어가고, 거기다가 비릿한 젓갈도 듬뿍듬뿍 첨가되어 있는 고향의 김치가 어려서부터 별 내키지 않았었다. 가끔 어머니가 김장할 여력이 없어 사다놓는 공장표 김치는 왜 그리도 맛있던지. 그게 서울 김치맛이라는 건 서른 다되어 상경하고서야 알았다.

요컨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하게 자라났다고 해도 결국 식성이란 사람의 수만큼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3. 클리토리스

 
 
그건 참 당시로서는 이상한 경험이었다. 클리토리스 애무는 질겁을 하며 싫어하는 여자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다. 이유인즉슨 간지럽지조차 않아 조금만 건드려도 짜증이 솟구친다는 것이었다. 수년 전에 만났던 그녀는, 대신 질 안쪽이 굉장히 민감하다고 했다.

국민학교 6학년때 처음 포르노 비디오를 보며 개안을 했고, 이후 별다른 학습없이 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을 마칠 때까지 본 총 총장에게 있어 섹스 이꼬르 삽입이었다. 자위를 할 때 발기한 물건을 처음 만질 때부터 사정에 이르기까지 기분이 계속 좋은 것처럼, 여자들도 당연히 그러한 것으로 알았다. 영화나 포르노에서 여자들이 삽입하자마나 내지르는 소리가 대부분의 경우 쾌감보다는 일시적인 고통 때문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 턱이 없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여성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그 강의에서, 시간강사로 추정되던 30대의 스테미너 넘치던 여교수님께서는 내가 20년간 잘못 알고 있었던 섹스와 여성의 성감대에 대해서 단칼에 정리를 해 주셨다. 여성의 성감대는 질 안쪽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라고. 그러니까 삽입보다 애무가 중요하다고.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있나. 첫경험도 대략 그 무렵에 가지게 되면서, 그 교양과목에서 배운 게 어느정도 사실이더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날 부로 섹스 이꼬르 클리토리스는 새로운 교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 교리가 완벽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클리토리스에 미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삽입섹스만 갈구하는 여자도 있고, 여성상위를 좋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후배위로야만 절정에 오를 수 있다는 이도 있다는 사실들. 그 단순한 깨달음을 전적으로 경험에 의존해서 얻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4. 욕망 역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한다

 
 

물론, 여성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드러내자는 것이 아직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유효한 것일지도 모른다. 별로 쓸따리도 없는 호주제 없애자는데 괜히 심각해지는 머시마들도 득시글하고, 연예인 몰카 비디오라도 하나 나오면 여자 주인공만 죄인처럼 몰리는 나라에서는 말이다. 식상하다고 말했지만, 영화 <바람난 가족>의 메시지 역시 시대적, 공간적으로 꽤 적확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에게도 욕망이 있다'라는 말을 이미 오랫동안, 너무 많이 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자. 지금까지 떠들어도 못 알아들은 넘들은 그냥 그렇게 냅줘 버리잔 말이다.

단순히 여성에게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시고의 후진적인 문제를 넘어, 뭐가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할 때도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와 달리 여자들의 성기 메카니즘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쾌락의 급소 역시 다양하고 복잡하며, 개인별로도 천차만별이라는 것부터 제대로 이야기하자. 삽입 이꼬르 섹스 이꼬르 오르가즘이라는 초중고딩 식의 무지만큼이나, 클리토리스와 여성상위 체위가 절대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도그마 또한 위험한 것이다.

남자의 욕망이란 것도 결코 단순한 게 아니라고 반박해도 좋다. 음낭을 애무받는 것이 최고라고, 항문애무만 받으면 바로 사정할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자신들의 차별화된 욕망을 까발려보자는 것이다. 생물학적 성감대만 가지고 한정할 수 없는 인간의 섹스와 쾌락이 가진 창조성과 다양성, 그게 섹스의 본연이라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진정한 성해방이란, 이와 같이 각자 욕망의 차이와 그 개성을 인정하는 데서 스타트 라인을 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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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햇살 2016-05-28 12:07:32
바람난 가족    재밌어요~
로스트아크 2014-12-30 05:08:52
섹스는 이론은 공부하되 공식은 주입하면 안되는거 같아요
소크라테 2014-12-22 23:41:28
섹스는 다양하고 색다르고 예측할수 없어서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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