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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포르노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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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깨 너머의 연인>
 
섹스를 하거나 자위를 할 때, 상상이나 행위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뇌를 확실히 자극시켜줄 만한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
 
사람마다 음식 취향이 다르듯 섹시한 영상을 고르는 데도 저마다의 기호가 있다. <나인 하프 위크>나 <감각의 제국> 같은 영화를 보면서 흥분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남자와 여자의 성기만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해주는 소위 '노모'가 아니면 지루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여자들은 대체로 스토리가 있는 것을, 남자들은 노골적으로 성기만 집중 조명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 경우 섹스를 지나치게 미화해서 여자들에게 쓸데없는 환상만 가중시키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류의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 지금 좋으니 나쁘니 하는 말은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자극적이냐 덜 자극적이냐의 문제를 말하는 거니까 오해는 없길 바란다.
 
그런 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 한국 영화심의법상 중요한 부분을 볼 수가 없어서 감질나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에는 항상 스토리와 그에 따른 메시지가 있고 그 작품을 보며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고차원적인 주제가 있는 법인데, 작품의 스토리와 미학에 집중하지는 못할 망정 베드신을 밑천 삼아 딸딸이나 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스토리도 없이 보이는 구멍마다 삽입을 하고 성기 부분만 클로즈업하는 남성 취향의 포르노를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주 가끔은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흥분을 느낀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포르노에 자주 등장하는 애널섹스나, 정액 먹기 등을 보고 있노라면 흥분은커녕 기분만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보기 역겹다고 해서 그런 성행위 패턴을 멸시할 수는 없다. 서로 동의할 수만 있다면 섹스는 최대한 자유로운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포르노 속 배우들의 선택은 자발적인 동의라기보다는 돈에 얽혀 제한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고, 그런 저간의 사정이 여자 배우들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나는 포르노 영화를 볼 때마다 아주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된다.
 
포르노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성적 환상들을 실제로 재연한 장면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포르노 제작진들은 여자들의 성적 판타지에는 관심이 없다. 포르노의 주요 수요층과 공급자가 거의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제대로 된 성교육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남자들의 유일한 섹스 테크닉 교재로 활용되고 있는 포르노가 보건적인 측면에 대한 무신경을 유포하고, 여자들의 쾌감이나 판타지에 대해 심각하고 왜곡하고 있는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포르노를 보고 배운 남자들은 펠라치오를 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의 머리를 붙잡아 더 깊숙이 해 줄 것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그런 행위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남자들의 무신경이 전적으로 포르노 때문은 아니겠지만 포르노가 한 몫 단단히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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